[문화산책] 밴드하는 즐거움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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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06 07:46  |  수정 2017-12-06 07:46  |  발행일 2017-12-06 제23면
20171206
정연우 <밴드 레미디 리더>

저는 여러 가지 음악의 형태 중 ‘밴드’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하는 ‘록 밴드’는 대개 드럼, 베이스, 기타, 보컬을 기본 편성으로 하고 있어요. 밴드의 색깔에 따라 기타가 두 대 혹은 그 이상인 경우도 있고, 키보드가 참여할 수도 있고, 특별히 보컬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밴드음악은 밴드 구성원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조화 없이는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기 불가능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드러머는 제일 먼저 음악의 뼈대를 만듭니다. 기본적인 리듬과 편곡 구조의 바탕이 되어 다른 악기들이 그 위에서 뛰놀 수 있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스스로 전면에 나서 음악 전체를 들었다 놨다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영미권 록음악계에서 내려오는 격언(?) 중에 ‘밴드가 얼마나 잘하는지는 전체를 보아야 하지만 밴드가 얼마나 못하는지는 드러머만 봐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드러머의 역량이 밴드에 끼치는 영향은 절대적입니다.

기타리스트는 록밴드의 핵심이자 밴드를 날게 하는 날개와 같은 존재입니다. 기타가 없는 밴드음악은 있지만 기타가 없는 ‘록밴드음악’은 없다고 할 정도로 록이란 장르가 태동한 이유가 된 악기가 바로 기타이기도 하죠. 혹자는 그래서 록음악을 ‘기타 팝’으로 정의하기도 했고요. 거친 사운드를 바탕으로 밴드의 전면에 나서서 음악의 주요 테마(리프)를 이끌고, 때로는 화려한 솔로 연주로 보컬보다 더 전면에 나서기도 합니다.

제가 맡고 있는 베이시스트는 그 중간에서 음악의 ‘접착제’ 역할을 합니다. 드러머와는 함께 ‘리듬 악기’로서 음악 전체의 기본 뼈대를 완성하고 소위 ‘그루브’(통통 튀는 리듬적인 즐거움)을 만들어냅니다. 기타리스트와는 테마를 주거니받거니, 일치시켰다 분리시켰다 하면서 편곡적인 청량감을 만들어냄과 동시에 사운드 측면에서는 자칫 너무 가벼워질 수 있는 기타 사운드에 묵직함을 채워줍니다. 낮은 음 위주라 청중에게 제일 잘 드러나지 않지만 틀리거나 빠졌을 때는 바로 표시가 나버리는 특별하고 희한한 파트이기도 하죠. 이런 점 때문에 밴드 전체를 뒤에서 이끄는 지휘자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컬리스트는 그 모두 위에서 록밴드의 꽃, 얼굴 역할을 합니다. 사실 연주는 함께하고 있지만 관객·청중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컬을 보고, 그의 소리를 듣는 것에 할애합니다. 그래서 록밴드의 보컬리스트에게는 멜로디와 가사를 표현하는 것 외에도 전면에 나서 청중을 이끌고 흥분시킬 수 있는 퍼포먼스 능력이 필수입니다. 그래서 ‘프론트맨’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정연우 <밴드 레미디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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