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침한 골목길 싹 바꾼 3개월 봉사 프로젝트

  • 박태칠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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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06   |  발행일 2017-12-06 제14면   |  수정 2017-12-06
대구 신서동 녹원맨션 인근
벽화 그리고 LED 등도 설치
100여명의 자원봉사자 나서
나무와 국화꽃 심어 마무리
음침한 골목길 싹 바꾼 3개월 봉사 프로젝트
자원봉사자들이 3개월여 동안 진행해 온 ‘엄마품길’사업의 마지막 단계인 꽃길을 만들고 있다.

지난달 27일 오전 11시쯤 대구시 동구 신서동 녹원맨션 인근 고향떡방앗간 골목. 평소라면 농촌마을처럼 조용했을 이곳에 차량이 줄지어 모여들었다. 내린 인원만 해도 어림잡아 100명이 넘었다. 동네 사람들이 “무슨 일이 있나?”라며 궁금한 듯 쳐다봤다. 이때 마이크를 잡은 동구자원봉사센터 관계자가 모임의 취지를 설명했고 봉사자들은 곧바로 도로변에 조성된 화단에 꽃과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이곳은 동구 안심3·4동 18통 주변(반야월 북로 55길 일대). 대구혁신도시가 고속도로 굴다리 북편에 들어서면서 다양하고도 잦은 민원이 제기되는 지역이다. “혁신도시에서 관사까지 도보로 이동하는 지름길인데 통로박스 끝나는 지점부터 너무 어둡고 혼자 다니기 무섭다”는 공공기관 직원들의 민원에서부터 “골목 자체가 어두워서 저녁 운동 길에 술 취한 사람을 마주치면 무섭다” 등의 지역주민 불편까지 다양하다.

실제로 2014~2016년 범죄발생현황도 성범죄를 비롯해 절도와 폭력 등 38건이 발생한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골목환경개선사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동부경찰서는 범죄예방협의체를 구성하고 회원기관인 대구동구자원봉사센터(센터장 최희순)에 도움을 요청했다.

자원봉사센터에서는 지난 9월16일 계명대 미대 시각디자인과 학생들로 구성된 프레스코 봉사단의 벽화작업을 신호탄으로 골목환경개선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골목의 녹슨 철제 담장과 무너진 담장 등을 벽화로만 꾸미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여건과 재원에 한계를 느낄 즈음 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가스공사에서 5천만원을 골목개선사업 후원금으로 내놓았고 사업은 날개를 달았다.

범죄예방협의체 회원인 건축사사무소 엘아이엠(대표 임정현)은 골목을 새롭게 할 디자인을 제안했으며, 봉사센터에서는 노후된 담장들을 투시형 담장인 메시펜스로, 어두운 보안등도 LED등으로 교체하고 골목 중앙에는 CCTV를 설치했다. 어둡고 무서웠던 골목길은 낮에는 포토존이 될 만한 벽화거리로, 야간에는 밝고 시야가 탁 트인 거리로 재단장됐다.

9월부터 시작된 이번 사업의 최종 마무리 단계는 화단에 꽃과 나무를 심는 것이었다. 이날 동구청에서는 남천나무 360본을 제공했고 봉사센터에서는 늦가을을 감안, 노란 동국(冬菊)과 꽃배추 80포기를 구입했다. 그리고 골목길 조성사업 3개월을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자원봉사단체협의회(회장 조명희) 회원단체 20개를 모두 초청했다. 단체별 회원 수는 5인으로 제한했는데도 100명이 넘는 봉사자가 모였다.

처음부터 이 길을 엄마의 품처럼 따뜻하게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사업명칭을 ‘엄마품길’로 명명하고 사업추진을 위해 동분서주했던 동부경찰서 생활안전과 장석진 계장과 박정수 경사는 “봉사자들 덕분에 만들 수 있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허물어지고 무서웠던 골목길은 이제 국화 향기 가득한 꽃길이 됐다.

글·사진=박태칠 시민기자 palgongsan7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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