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봉동 전체를 ‘김광석 콘텐츠’로 꾸미면 혁신적 공간 될 것”

  • 손선우
  • |
  • 입력 2017-12-05  |  수정 2017-12-05 07:29  |  발행일 2017-12-05 제6면
김광석길 업그레이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20171205
대구 중구 대봉동 방천시장 김광석길은 주말이 되면 전국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북적거린다. 김광석길은 방천시장을 포함해 침체된 주변 대봉동 상권까지 되살렸지만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떠나는 등 부작용도 겪고 있다. <영남일보 DB>

대구에서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곳. 가수 고(故) 김광석이 중구 대봉동에서 유년기를 보낸 데 착안해 2010년 만들어진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김광석길)’이다. 수년 전부터 대구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이 골목길은 전국에서 평일 1천500명, 주말 5천명 정도 들른다. 헌 건물을 부수고 좁은 길을 넓힌 대규모 개발사업 효과가 아니다. 김광석의 삶과 음악을 주제로 골목길을 최대한 살린 도심재생사업을 통해서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김광석길이 대구의 관광명물로 자리하면서, 땅값과 임대료가 동시에 올라 원주민들이 떠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 이런 가운데 중구청은 김광석길 조성 10년을 앞두고 관광 인프라 개선에 나서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김광석길, 어떻게 단장하는 게 좋을까?

◆전국적 명소로 떠오른 김광석길의 명암

김광석길은 전국에서 성공적인 도시재생 모델로 꼽힌다. 낙후된 시장 뒷골목이 예술가들의 붓질로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구에 살았던 기간이 어릴 적 5년에 불과해 지역과의 연계성이 낮은 김광석을 매개체로 조합함으로써 뒷골목을 몰라보게 바꿨다. 길이 350m의 콘크리트 옹벽에 조성된 벽화 47점과 조형물 3점은 김광석길을 널리 알린 결정적 결과물이다.

김광석길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이어진 ‘별의별 별시장프로젝트’와 ‘문전성시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별의별 별시장프로젝트는 대구 중구청이 2011세계육상경기대회를 앞두고 주요 마라톤 코스인 방천시장 일원의 열악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방천시장 내 빈 상가를 지역작가들에게 예술창작공간으로 제공한 사업이다. 문전성시프로젝트는 김광석길 조성사업을 비롯해 시장 가판대 디자인 개선, 시장 게이트 설치 등 3단계에 걸쳐 총 35개 사업으로 추진됐다. 이 사업에 따라 김광석길 전체 350m 구간 중 240m 구간에 벽화와 조형물이 설치되고 이후 나머지 110m 구간에 벽화가 제작됐다.


“대봉교역·웨딩골목 등 연결
이등병 편지·노부부 이야기…
김광석의 노래로 스토리텔링
추억서 탈피 또다른 탄생 필요”

“김광석 플랫폼 대봉동에 조성
작곡·공연 공간으로 만들어야”



이후 관광객이 몰려왔다. 지난 9일 중구청에 따르면 계수기를 설치한 2014년 9월부터 10월말까지 김광석길을 찾은 방문객은 총 351만8천723명에 달한다. 4만3천800명이던 2013년 방문객 추정치는 2015년 84만여명을 기록하더니 지난해에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김광석길이 대구의 대표적 관광 명소로 발돋움하는데 든 사업비용은 총 7억4천500만원이다. 부수고 허무는 대규모 재개발이 아닌 도심재생사업이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겪고 있다. 김광석길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방천시장을 포함한 대봉동 일대 상권이 빠르게 살아나 임대료가 큰 폭으로 올랐다. 그 결과 기존 상인들이 이를 감당하지 못해 떠났다. 현재 김광석길 주변에는 50여 개의 식당과 카페가 들어서 있다. 김광석길은 대구의 대표적 젠트리피케이션 사례로 지적된다.

◆중구청, 김광석길 인프라개선 추진

중구청은 김광석길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수십억원을 들여 쌈지공원, 골목방송국, 야외공연장 등의 시설을 보완하는 한편 화장실 신축, 김광석노래부르기 대회, 추모행사, 50주년 기념 거리콘서트 등의 다양한 행사를 펼쳐 왔다. 지난 6월에는 5억6천여만원을 들여 지상 2층, 지하 1층(연면적 181㎡) 규모로 김광석을 추모하기 위한 공간인 ‘스토리 하우스’를 세웠다. 이곳에는 김광석이 딸과 함께 찍은 사진을 비롯해 악기와 악보, 필기구 등 유품 100여점이 전시돼 있다.

그런데 김광석길을 안내하는 홍보조형물 설치 등 관광인프라 개선사업을 추진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 계획은 당초 김광석길 조성에 참여했던 예술가들을 배제했다는 이유로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또 김광석길 새단장이 홍보 조형물 추가 설치에 그쳐 관 주도의 도시재생의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해결 방법은 없을까?

도시재생 관련 전문가들은 방천시장을 비롯해 대봉동 일대를 김광석의 콘텐츠로 확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회적 기업가 전충훈 <사>공동체디자인연구소 대표는 방천시장과 인접한 대구도시철도 3호선 대봉교역과 웨딩골목, 김광석길을 선으로 연결해 김광석의 노래들로 스토리텔링하면 기존의 김광석길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그는 “도시 관광의 핵심은 교통 연결성인데, 대봉교역 이름을 ‘김광석역’으로 바꾸고 대봉동 전체를 김광석과 관련된 콘텐츠로 꾸민다면 엄청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면서 “김광석을 통해 만들 수 있는 콘텐츠는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예컨대 웨딩골목은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테마로 거리 리마인드 웨딩을 하거나, 김광석역에서는 ‘이등병의 편지’를 테마로 공간을 연출하자는 것 등이다.

권상구 시간과공간연구소 이사는 대봉동을 김광석의 DNA로 먹고 살 수 있는 생태계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김광석길의 성공 요인은 짧은 생애에도 모든 세대에 고루 사랑 받는 김광석이란 추억을 소환했기 때문이다. 그런 공간에 즉물적인 군더더기를 더한다고 더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할 것”이라며 “김광석길은 김광석의 다음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 추억에서 벗어나 또다른 김광석의 탄생을 이뤄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선 아이폰이 앱스토어와 같은 플랫폼을 만들었듯 김광석이란 플랫폼을 만들어 작곡, 앨범, 공연 등이 가능한 공간으로 키워나가야 한다”고 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획/특집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