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지방선거 고쳐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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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04   |  발행일 2017-12-04 제30면   |  수정 2017-12-04
지지층의 표심을 반영하고
서울 식민지서 벗어나려면
정당별 득표율과 연동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 필요
20171204

불과 반년밖에 안 남은 내년 6·13 지방선거 바람이 정계를 흔들고 있다. 11월 초에는 바른정당의 중량급 정치인 김무성·주호영 의원 등을 포함한 9명이 추가로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갔는데 지방선거가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개혁적 보수를 외치며 바른정당을 만들었던 국회의원 33명 중 22명이 복당한 것이다.

지방선거 때문에 지방의원도 아닌 국회의원이 당적을 옮기는 현실을 보면 지방자치 현실이 원론과 멀리 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인 최봉태 변호사가 최근 쓴 글에 이런 구절이 있다. “국회의원·지방의원 대부분이 일당에 장악돼 서울에 있는 총독부에서 공천만 받으면 대구 시민들은 선택의 여지도 없이 당선을 시켜주는 서울 식민지, 일당 식민지이고 이를 더욱 강화시키는 것이 지방선거다.” 중앙과 지역의 정치권이 비정상적으로 연계돼 지방자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선거제도는 이런 식민지화를 부추긴다. 선거구별로 국회의원이든  대구시의원이든 1등만 당선된다. 예를 들어 2014년 지방선거에서 대구의 정당별 지지율은 새누리당 70%, 민주당 등 기타 정당 30% 정도였으므로 정당별 의원 구성도 비슷한 비율로 나와야 정상이다. 그런데 대구시의원 지역구 당선자 27명 전원이 새누리당 소속이었고, 비례대표 정원 3명 중 1명이 민주당 몫으로 돌아갔을 뿐이다.

이 문제는 선거구별 당선자 수를 4인으로 늘리면 해결된다는 의견이 있다.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국회에서 공직선거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선거구 획정위원회와 시의회가 결정하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름길처럼 보이지만 만만찮은 한계도 있다. 2014년에도 그랬듯이 독식을 원하는 거대정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시의회를 통과할 수 없다. 또 선거구별 정원이 많아질수록 표심 반영이 제대로 안 될 수 있다. 1등과 4등의 지지율이 매우 커도 다 같이 당선된다는 것이다.

이런 한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국회의원 선거든 지방선거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된다. 정당별 당선자 수를 정당 득표율에 연동해 배정하는 방식이다.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몇 개의 관련 선거법 개정안에서는 모두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제안하고 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2015년 초에 비슷한 안을 제시한 바 있다. 지역구 선거를 통해 주민의 관심도 유지하면서 당선자의 비례성도 살리는 현실적인 방안으로 보인다. 이 제도를 국회의원 선거뿐 아니라 지방의원 선거에도 적용하면 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실시되면 소수 정당도 일정 수준의 지지층을 확보하기만 하면 대표를 의회에 진출시킬 수 있으므로 소신과 양심을 지키는 정당과 정치인이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진작 이런 제도가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거대정당은 정책 지향에 따라 여러 정당으로 독립돼 정치생태계가 건강한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바른정당 일부 의원의 명분 없는 복당 사태도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선거제도 외에 진정한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도 필요하다. 현행 정당법에 의하면 정당은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이 등록해야 성립하고, 5개 이상의 광역시·도에 시·도당을 가져야 하며, 각 시·도당은 그 지역에 사는 1천명 이상의 당원을 가져야 한다. 즉, 전국 조직을 가지고 당원이 최소한 5천명을 넘어야 하며 중앙당은 반드시 서울에 소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기반 정당의 출현을 가로막는 엄청난 진입장벽이다. 그래서 모든 정당은 ‘서울당’이 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방 주민은 자신의 절실한 문제를 서울당을 통해 표출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도 결국 서울당의 공천을 받아야 하므로 지방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 국회의원은 지방의원의 협력을 받고 지방의원은 국회의원의 지원을 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게 되므로 지방자치와 멀어진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지역정당은 개헌보다 더 시급하지 않을까? 김윤상 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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