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아티스트 피(Artist 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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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04 07:45  |  수정 2017-12-04 07:45  |  발행일 2017-12-04 제24면
[문화산책] 아티스트 피(Artist Fee)
하광석<미디어 아티스트>

관객들은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잘 정리된 작품을 감상하면서 미적 감동이나 작가의 예술 철학을 이해하는 간접적 경험을 하게 된다. 작가도 관객에게 감동을 전달하기 위해 수년 혹은 수십 년 동안 구상하고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걸러낸 작품을 전시장에 설치한다. 오랜 시간 동안 창작의 고통과 인내로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을 우리는 창작 활동이라 부른다. 그러나 작가는 오랜 시간 동안 한국에서 창작 활동의 사회적 가치를 평가받지 못했다.

지난 9월부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미술계의 숙원이던 작가의 창작 활동 보수 제도를 국립현대미술관을 중심으로 국공립미술관 6곳에서 시범운영을 시작했으며, 내년과 다음 해에는 기타 기관까지 확대하면서 2020년에는 전국 50여 개의 국공립미술관과 사립미술관에 본격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문체부는 학술연구용역 인건비를 기준으로 창작 활동 보수 지급 기준 단가를 중견·원로 작가 월 472만원, 신진작가 월 236만원으로 각각 책정했다. 이를 기준으로 전시 기간, 참여율, 작품 종류, 가중치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실제 지급액을 산출한다.

필자도 전국 여러 국공립미술관과 사립미술관에서 전시하면서 재료비만 지원받았지 ‘아티스트 피(Artist Fee)’를 받지는 못했다. 특히 국공립미술관은 재료구입 사업체의 많은 서류를 첨부해야만 40만~50만원 정도의 재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아티스트 피는 1968년 캐나다에서 전국적 대규모 전시회가 개최될 때 미술관에서 일하는 경비원, 청소 관리인, 큐레이터 등 모든 미술관 인력은 돈을 받는데 작가만 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롯됐다. 당시 전시 보이콧을 선언하고 카팍(CARFAC)이라는 예술가 권리단체를 만든 작가들은 아티스트 피를 요구하는 운동을 시작했다. 지금은 캐나다 정부기관에서 작가 전문비용, 전시비용, 작품복제비용, 광고·상업적 작품사용 비용 등을 세분화하여 작가에게 지급하고 있다. 폴란드의 경우는 아티스트 피를 폴란드 평균 월급여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원하고 작품제작비, 운송비, 숙박비, 여행비는 별도로 지급하고 있다.

미술작가에 대한 아티스트 피 지급제도는 작가에게 절실히 필요하다. 물론 우려스러운 문제도 내재되어 있다. 평론가와 독립기획자도 작가와 마찬가지로 미술계의 어려운 환경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 역시 아티스트 피와 같은 예술적 노동의 대가에서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 아티스트 피는 전시회에 참여하는 비용의 개념에서 확장해 창작 활동의 예술적 노동으로 이해해야 한다. 작가가 전시를 위한 창작 활동과 관련해 작품을 제작하기 위한 전체적인 예술노동으로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어야 예술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하광석<미디어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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