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술 마시면 외국인과 쉽게 친해진다?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7-12-04 07:58  |  수정 2017-12-04 07:58  |  발행일 2017-12-04 제17면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술 마시면 외국인과 쉽게 친해진다?

올해도 어김없이 연말은 다가오는지 여기저기서 송년회를 할 식당을 추천하라는 연락이 많이 옵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의 국제화 추세에 걸맞게 식당에 가보면 외국인 친구와 즐겁게 담소하는 젊은 친구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향기박사가 어렸을 때를 기억해보면 길에서 외국인을 마주치면 도망가기 바쁘고, 어쩌다 외국인이 길이라도 물어보면 아는 영어가 짧아 전혀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고 중학교 1학년 영어교과서에서 외운 문장인 “How are you? I am fine, Thanks!”라고 자문자답을 하는 바람에 길을 물어보는 외국인들에게 도움을 주기는커녕 더 당황하게 하는 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식당에서 외국인 친구와 스스럼없이 대화하며 웃는 젊은 학생들을 보면 부럽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인과 외국어로 대화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감 때문이라고 합니다. 실제 많은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신들보다 모국어 문법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에 놀란다고 합니다. 다만 외국인을 만나면 주눅이 들어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우리 뇌가 자신의 실력을 다 펼치지 못하는 것이죠.

그럼 어떻게 해야 외국인을 만나도 자신의 외국어 실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을까요? 최근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 Jessica Werthmann 교수팀이 정신약리학 저널(Journal of Psychopharmacology)에 발표한 연구내용에 따르면, 약간의 음주가 외국어 능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연구진은 네덜란드어 말하기, 듣기, 쓰기를 배운지 얼마 되지 않은 50명의 독일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는데, 맥주 한 캔 정도의 음주를 하고 대화를 시키면서 이 대화를 녹음해 평가하는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먼저 음주 후에 자신이 네덜란드어로 대화하는 내용을 자기 스스로 평가하고, 또 같은 내용을 네덜란드인이 평가를 했습니다. 재미있게도 음주 후의 대화는 네덜란드인이 보기에 이 독일친구의 네덜란드어 실력이 부쩍 늘었다고 평가를 했습니다. 문법적인 면이 특별히 나아지지는 않았으나 발음은 굉장히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자기 스스로 평가한 경우에는 자신의 네덜란드어 구사능력이 늘었다고 평가하지는 않았습니다. 즉 음주 후에 보니 남이 보기에 그 사람의 외국어 실력이 좋아진 것처럼 보인 거죠. 사실 술을 많이 마시면 횡설수설하고 혀 꼬부라진 소리를 하게 되는데, 어쩜 이런 모습이 외국어 발음이 좋아지는 데 도움을 주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나 Werthmann 교수는 본인의 연구 결과는 음주가 사람의 긴장감을 완화시켜 좀 편하게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게 한 결과이며, 너무 확대 해석하지는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사실 우린 무언가 직접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술심을 빌려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가장 흔한 경우가 사랑 고백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역시 술로 마음속의 긴장감이나 두려움을 떨쳐내고 평소 하지 못한 말을 하는 용기를 얻게 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술로 인해 이성을 잃게 되면 심신미약 상태가 되어 남에게 혹은 본인에게조차 원치 않는 해를 입히기도 할 수 있으니 Werthmann 교수의 충고처럼 술로 인한 외국어 능력 향상 효과를 너무 맹신하시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외국에서는 맥주 한 캔을 놓고 3~4시간을 떠들며 즐깁니다. 즉 음주는 오랫동안 못 본 친구들과의 즐거운 사교의 도구만 되어야 합니다. 송년회가 많은 연말, 적당한 음주로 그간 갈고닦은 외국어 실력 솜씨도 발휘하고, 외국인 친구가 없으면 노래방에서 친구들과 팝송을 멋지게 불러보는 것은 어떨지요. 그럼 아마 옆방에 있던 손님들이 외국인 가수가 왔는지 궁금해하며 확인하러 들어오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