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의 정치풍경] 선출된 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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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30   |  발행일 2017-11-30 제30면   |  수정 2017-11-30
[차명진의 정치풍경] 선출된 귀족들

국회의원의 8급비서 자리가 새로 만들어졌습니다. 눈만 뜨면 다투는 탓에 될 만한 일이 하나도 없을 것 같더니 이번 일은 일말의 잡음도 없이 깨끗이 처리됐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겉으로는 원수처럼 갈라져 싸우고 있지만 많은 경우 물밑에서는 자신들만의 특권을 위해 여야 할 것 없이 담합하고 있습니다.

첫째, 현직 의원들은 잠재적 경쟁자에 비해 몇 바퀴 앞선 출발점에 설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받고 있습니다. 현행 법은 각 선거구에 정당 사무실을 설치하는 것과 정치자금 모금을 금지하고 있지만 국회의원은 자기 이름을 내걸고 사무실을 차릴 수 있고 일상적으로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습니다. 한 술 더 떠서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 입법 보좌진을 절반 뚝 떼어서 지역 사무실에 근무시키고 있습니다. 국민 세금으로 사실상의 사전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둘째, 국회의원들은 민원을 처리한다는 명분으로 여기저기 인사 청탁, 예산 청탁을 할 수 있습니다. 경계를 넘는 국회의원의 청탁을 무시했다간 언제 국회에 불려가 망신을 당할지 모르기에 대놓고 거절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부 의원들이 이를 악용해서 사기업에 친족의 취업을 청탁하거나 유력 후원자를 돕는 입법을 하거나 예산을 편성해서 물의를 일으킨 바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법적으로 처벌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습니다.

셋째, 정치인들이 종종 지역감정이나 색깔논쟁을 일으키는 고약한 말로 반대 당 정치인을 공격하고 있는데 언론은 이를 막말이라고 비판하지만 그들 지역의 유권자와 당원들의 반응은 다릅니다. ‘사이다 발언’이라고 박수를 보내며 다음 선거에서 꼭 다시 뽑아 주리라고 다짐합니다. 그래서 막말 당사자는 겉으로는 서로 얼굴을 붉히지만 속으로는 서로를 반깁니다. 일종의 적대적 공생인 셈이지요. 결국 피해는 저질 정치문화에 갇힌 유권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갑니다. 겉으로는 국민의 공복이라고 자처하지만, 속으로는 온갖 특혜를 누리고 그 자리를 오래 유지하기 위한 갖가지 편법을 행사하는 국회의원은 사실상 선출된 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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