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숨은 클래식 음악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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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30 07:52  |  수정 2017-11-30 07:52  |  발행일 2017-11-30 제22면
[문화산책] 숨은 클래식 음악 찾기
심은숙 <대구시립합창단 부지휘자>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동네 친구들과의 ‘숨바꼭질’, 소풍 때마다 빼놓을 수 없었던 ‘보물찾기’, 친구들과 머리 맞대고 했던 ‘숨은 그림찾기’ 등은 어린 시절 많이 했던 놀이다. 감춘 것을 찾거나, 모르던 것을 알게 되거나, 뭔가 내 것으로 만든다는 것은 어린 나에게도 큰 기쁨이었다.

숨겨진 보물을 찾는 것처럼 숨은 클래식 음악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는 꽤 쏠쏠하다. 영화, 드라마, 광고, 스포츠 배경음악 등에 클래식 음악이 많이 사용되는 것은 이미 알고 있지만, 원래 작곡가가 의도한 바와는 달리 그 음악과 결부된 특정 경험에 따라 다르게 기억될 수도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이는 음악이 ‘이미지’와 연결될 때 인간의 깊숙한 감정에까지 파고드는 힘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애니메이션 ‘형사 가제트’의 주요 테마 음악은 그리그의 ‘페르 귄트 모음곡’ 중 ‘산신의 전당에서’가 리메이크된 것이다. ‘마왕의 딸을 아내 삼으려는 페르 귄트와 그녀를 지키려는 마왕 부하들의 격렬한 싸움’을 내용으로 하는 작품인데, 몸을 사이보그화하여 악당을 물리치고 범인을 잡으러 다니는 형사 가제트의 엉뚱함에 맞물려 원곡의 분위기와 정반대로 이미지화되었다. 절체절명의 심각한 긴박감은 사라지고 주인공의 코믹한 음악으로 인식된 것이다.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 신세계로부터’ 중 4악장의 폭풍 같은 서주는 강렬한 관악기로 시작되는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스릴러 영화 ‘죠스’에서 식인 상어가 나올 때마다 그 선율이 나온다. 원곡의 일부가 이 영화 OST의 전체 기반이 되어 사용된 것으로, 원곡이 가진 신세계에 대한 희망 대신 극적인 공포감으로 우리를 세차게 몰고 가 영화에 더욱 몰입시킨다.

클래식 마니아나 알았던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를 일반인에게도 강렬한 인상으로 남긴 것은 2008/2009 시즌 김연아 선수의 쇼트 프로그램에서였다. 경기 당시 김연아 선수의 스모키 화장과 표정 연기, 검은색 화려한 슈트, 눈부신 기술과 함께 지금도 우리에게 10년 전 그날을 단번에 생각나게 하는 그 음악은 원래 기괴한 해골들의 섬뜩한 춤을 내용으로 하지만, 우리에겐 고혹적이고 강렬한 김연아를 승리로 이끈 짜릿함으로 기억된다.

음악 교육학자 돈 캠벨의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 머리가 좋아진다’ 등의 연구는 클래식 음악의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면을 특히 말해주고 있다. 클래식 음악을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 공연장에 가서 직접 듣는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정서적으로 지친 우리가 숨을 고르기 위해 잠시 멈춰 서서 생활 속 클래식 음악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어린 시절 했던 ‘찾기 놀이’처럼.
심은숙 <대구시립합창단 부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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