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행복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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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9 07:49  |  수정 2017-11-29 07:49  |  발행일 2017-11-29 제23면
[문화산책] 행복교육

오늘은 자랑스럽지도 부끄럽지도 않은 제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해 볼까 합니다. 저는 서울대 사회학과에 1997년 입학했고, 2004년 중퇴했습니다. 어찌해서 그 사실을 알게 된 분들 중 아직도 “그런 학교 나와서 왜 음악을 해?”라고 묻는 분이 종종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제게는 꿈이 없었습니다. 정확히는 과학자가 되고 싶었던 중학교 시절이 있었지만, 고등학교에 가자마자 그 꿈을 잃게 되었어요. 입시 위주의 교육, 살인적인 스케줄, 효율성보다 양을 강요하는 학업 정책…. 자의식 많은 사춘기 시절, 개인적인 시간이 꼭 필요했던 제게는 의미 없이 보내는 보충수업, 야간 자율학습시간이 말 그대로 지옥 같았습니다.

학교를 그만둘까 싶기도 했지만 자퇴까지는 차마 용기 낼 수 없어 끝까지 다녔고, 정말로 운 좋게 소위 ‘좋은’ 대학에 갈 만한 성적이 나와서 가야 할 학교를 정해야 하는 시기가 왔습니다. 그 학과를 선택했던 이유는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이 지긋지긋한 삶이 엮인 대구를 어서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 당시 너무 좋아하고 존경했던 젊은 뮤지션이 그 학과 출신이더라고요. 어쨌거나 대학교에 입학을 했고, 좋은 선후배와 동기 덕분에 학교 생활을 재미있게 했고, 수업은 거의 흥미를 느끼지 못해 제대로 이수하지 못했습니다. 이전 글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낯선 서울 생활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라서 끝내 적응하지 못하고 대구에 다시 내려왔지요.

지금 돌이켜보면 많은 분들이 서울대에 가야 한다는 얘기를 어린 시절 제게 하셨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중에 서울대 출신은 단 한 분도 없었습니다. 다녀본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결국에 좋아하는 일, 좋아하는 공부가 아니면 타이틀 따위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제 동기들과 선후배들은 소위 좋은 직장을 다니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것이 ‘행복한 인생’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더군요.

어린 시절 좋은 대학, 좋은 회사만 가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들었지만 여전히 아버지 세대들처럼 저희 또한 ‘저녁이 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너희만큼은 잘살아야 된다’는 부모님 세대의 말씀을 결국 실천하지 못하고 당신들처럼 자식 세대만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바로 그 ‘우리의 자식’들 또한 우리 모습 이상으로 입시에 얽매인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고요.

결국 드리고 싶은 말씀은 바뀌어야 하는 것이 ‘교육’이란 것입니다. 남들보다 앞서고 대단한 삶이 아니라 자신의 행복을 위하는 삶에 교육이 초점을 맞출 때, 지금과는 다른 현실이 다음 세대에 펼쳐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질문하셨던 분들에게 대답이 되었나 모르겠습니다.정연우 <밴드 레미디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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