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웃음·행복 주면 만족” 폐교에 가득한 장승명인의 예술혼

  • 문순덕시민
  • |
  • 입력 2017-11-29   |  발행일 2017-11-29 제13면   |  수정 2017-11-29
예천 경진예술촌 입주 김수호씨
“한국 미학 계승·발전 사명감 커”
“사람들에게 웃음·행복 주면 만족” 폐교에 가득한 장승명인의 예술혼
장승을 만들고 있는 김수호씨. <김수호씨 제공>

예천군 개포리에 위치한 경진예술촌은 폐교한 경진초등을 예천군이 미술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 2011년 9월부터 창작활동과 주민 교육 및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장승과 도자기를 비롯해 가죽공예·천연염색 등 여러 체험활동을 진행하면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농촌지역의 예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경진예술촌에는 장승과 솟대 작품을 만들고 있는 장승 명인 목인 김수호씨(54)가 있다. 예천이 고향인 그는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뛰어나 만들기를 좋아했다. 30~40대까지는 오직 깎고, 후벼 파고, 문지르고, 쓰다듬는 작업으로 모양내기에 급급했었다고 했다.

하지만 김 명인은 몸으로 부딪히고 자연과 호흡하며 나무와 살아온 삶 속에서 깨우침을 얻게 됐다고 들려줬다. 장승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달려가서 눈도장을 찍을 정도로 의욕이 넘쳤지만 이젠 자기를 닮은 장승을 마을 어귀에 심는데 정성을 들이고 있다. 그는 “장승은 내 청춘의 열정과 도전, 땀과 고뇌가 고스란히 함축된 또 다른 이면의 내 모습”이라고 표현했다.

김 명인은 장승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발품을 팔아 질 좋은 국산 소나무를 선별하고, 칼을 대는 전날은 새색시가 시집가기 전날 밤처럼 설레고 두렵다고 한다. 그래서 정결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이하듯 나름대로의 의식을 행한다.

김 명인의 장승에는 해학이 있고 여유가 있으며 삶의 여정들이 오롯이 녹아 있다. 이제 장승은 그의 인생이 됐다. 장승이 그를 닮은 건지, 그가 장승을 닮은 건지 알 수가 없다. 누구에게도 배우지 않고 독창적으로 만든 장승에는 김 명인의 정신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김 명인은 기도와 수행을 통해 자연과 하나된 작품을 만들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고 있지만 나무장이로만 살기는 힘든 것 또한 현실이다. 그는 “예전에는 마을 어귀에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장승을 세웠지만, 지금은 사라져가는 한국의 전통과 미학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사명감이 크다”면서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지만 내 작품이 사람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주면 만족한다”고 했다. 이젠 장승이 인생의 전부라고 강조하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장인의 혼이 느껴졌다.

문순덕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민기자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