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눈·귀 되어 권익보호 앞장 선 ‘이주노동자의 대모’

  • 글·사진=이외식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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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9   |  발행일 2017-11-29 제13면   |  수정 2017-11-29
달성군서 인삼집 운영 김영미씨
외국인 눈·귀 되어 권익보호 앞장 선 ‘이주노동자의 대모’
김영미씨(왼쪽 첫째)가 외국인 근로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권익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엄마, 안녕하세요. 딸 가오예요. 저는 고향 우돈타니에서 잘 지내요. 엄마가 가르쳐준 대로 한국 단술을 만들어 태국에서 팔고 있어요. 장사도 제법 잘돼요. 엄마, 태국에 꼭 한번 오세요. 엄마 사랑해요.”

전화기 너머로 살갑게 들려오는 애교섞인 말투는 서툰 우리말이지만 영판 시집간 딸이 친정엄마를 보고파 하는 마음이 그대로 묻어난다. 한국의 엄마에게 태국딸 가오양은 이렇게 수시로 소식을 전하면서 안부를 묻는다.

머나먼 이국땅 한국에 와서 낯선 문화와 언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주노동자들에게 눈과 귀가 되어 주고, 그들의 권익옹호에 앞장서며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는 사람이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대모로 불리면서 국경과 종교를 초월한 사랑을 실천하는 주인공은 평범한 우리 이웃의 김영미씨(63)다.

대구 달성군 논공읍 달성1차산단 인근 중앙시장에서 조그만 인삼집을 운영하는 김씨의 가게는 다국적 글로벌 카운슬링센터인 동시에 쉼터다. 태국·필리핀·베트남·스리랑카·중국 이주노동자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김씨에게 고민과 고충 등을 털어놓는다. 주로 직업 알선이나 국제 택배·임금 체불 등과 같은 내용이다. 언어 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한 불이익을 감내하는 그들이 안타까워서 김씨는 인터넷과 독학으로 태국어를 공부했고, 덕분에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해져 그들을 돕고 있다.

그는 2001년 연고도 없는 달성군 논공읍에 정착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김씨는 중소기업의 경리로 취직하면서 처음 외국인 근로자들과 인연을 맺게 됐다. 회사 내에서 이들과의 상담을 통해 고충을 알게 되었고 자연스레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면서 가까워졌다. 2014년 회사를 퇴직하고 인삼집을 차리면서 본격적인 외국인 노동자 권익옹호에 앞장서게 됐다.

그들과 호흡을 나눈 10여년 동안 기쁨과 슬픔은 수없이 교차했다. 돈독한 신앙과 사랑의 힘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엄마 역할을 마다않는 김씨는 “아무리 작고 하찮은 일도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면 행복하다”면서 “범사에 감사하고 기뻐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외식 시민기자 2whysi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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