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곳곳 감동 배달한 오케스트라 특공대

  • 글·사진=조경희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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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9   |  발행일 2017-11-29 제13면   |  수정 2017-11-29
대구콘서트하우스 부대행사
지역 명소 등 100여곳 방문
클래식 선율에 시민들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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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 부대행사로 아에리스팀이 대구 북구의 한 공방을 방문, 연주를 하고 있다.

“잘 꾸며진 무대, 준비된 청중, 치밀한 레퍼토리도 좋지만 바로 코앞에 무심한 듯 앉아 있던 관객이 연주와 함께 표정이 변하고 어느새 같이 음악을 즐기게 될 때가 가장 좋습니다.”

대구콘서트하우스가 주최한 2017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의 부대행사인 ‘오케스트라 특공대’ 프로그램이 호평을 받았다. 특공대 10여 팀은 지난 9~15일 대구지역 명소를 비롯해 사회복지관과 병원·터미널 등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클래식 선율로 감동을 전했다. 이들이 감성으로 무장해 ‘습격’한 곳만해도 100여 곳에 이른다. 특히 동네 공방·미용실·시장 등 바쁜 삶을 사느라 클래식에 관심을 갖기 어려운 이들에게 힐링의 시간을 제공하면서 큰 박수를 받았다.

특공대에 선정된 아에리스팀은 지난 15일 첫 방문장소로 북구의 ‘노을공방’을 택했다. 아코디언(전영숙), 바이올린(오정주), 플루트(김민정), 보컬(김경미·김경혜) 등 다섯 명으로 구성된 아에리스팀은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번, 영화 ‘여인의 향기’ OST 등 30분간 작은 공방을 감동의 선율로 가득 채웠다. 취미로 도자기를 굽던 주부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특히 아코디언을 연주한 전영숙씨는 “태어날 때 육손이어서 교정 수술을 받았지만 자라면서 서서히 손가락이 휘어졌다. 연주할 때 손가락이 보일 수밖에 없는 악기여서 처음엔 숨기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연주에 빠지다보니 나도 모르게 콤플렉스를 극복하게 됐다”고 말해 주부들의 공감을 얻어내기도 했다.

이날 아에리스팀의 공연 마지막엔 큰 반전이 있었다. 준비한 연주를 모두 마치고 돌아설 때 한 어르신이 “‘신라의 달밤’ 같은 거는 안하능교?”라며 돌발 제안을 해온 것. 아에리스팀은 주저함 없이 바로 트로트 곡을 연이어 세 곡 연주했다. 떼창을 하던 어르신들은 이날 지진이 일어난 줄도 모를 만큼 푹 빠져 있었다.

아에리스팀은 음악의 힘을 믿는 연주팀이다. 전씨는 “한 요양원에서 연주를 하던 중 한 어르신이 ‘뭐 이런 거 하노’라고 말해 당혹스러운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어르신들도 연주가 계속되자 표정이 서서히 바뀌어 가는 걸 느꼈다.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힘이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글·사진=조경희 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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