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의 원인과 해법을 찾기 위해 열린 학술대회에서 경주와 포항 사이 지점에서 새로운 지진 발생 가능성을 제기해(영남일보 11월25일자 1·3면 보도)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사진>가 27일 “응력이 축적되면서 또다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거듭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 지진 발생 시점은 내일이 될 수도 있고, 수년 후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수년이 지나고 나서 괜찮다면 응력이 풀린 것으로, 지진 가능성은 해소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두 차례의 지진이 경주 내남면과 포항 흥해읍에서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홍 교수가 표현한 중간 지점은 경주 강동면과 천북면 일대다.
홍 교수는 2011년 일본 대지진 직후 ‘동일본 대지진으로 한반도 지각이 움직이면서 내부에 쌓여 있던 응력이 방출돼 한반도에서도 6.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논문을 내놓은 적 있다. 그의 예측은 최근 발생한 포항지진으로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최고 지진 전문가인 홍 교수의 주장을 들어봤다.
▶포항지진의 원인을 어떻게 보고 있나.
“동일본 지진의 여파다. 동일본 대지진이 한반도와 1천200㎞가량 떨어져 있지만, 그 지진으로 한반도가 일본 방향으로 약 2~5㎝ 이동했다. 또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의 지진파 속도가 약 3% 늦어졌는데, 이는 한반도 지각 강도가 떨어져 지진이 활성화한다는 뜻이다. 대지진 후 지진이 별로 발생하지 않던 울산 앞바다에서 연쇄 지진이 일어나고, 중대형 지진과 군집형 지진이 잇따르고 있다. 대지진의 여파는 6년째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4년 후나 돼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4일 열린 ‘포항지진 긴급포럼’에서 포항~경주 사이에 새로운 지진 가능성을 예측했다. 그 근거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포항지역은 지난해 경주지진으로 인해 응력(Stress)이 쌓인 곳이다. 포항지진으로 경주와 포항 일대 응력 분포가 상당히 복잡해졌다. 응력은 외력이 가해졌을 때 내부에서 발생하는 저항력을 말하는 것으로 쌓인 응력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면 폭발하게 되는데 이때 지진이 발생한다. 이 지역 활성단층에 기존의 누적된 응력과 더불어 두 차례 지진으로 응력이 추가되면서 경주·포항의 중간 지점에 중대형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포항지진은 얕은 곳(지표면에서 3~7㎞)에서 발생한 만큼 추가 지진 역시 얕은 곳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동해상의 지진도 가능성이 있다.”
▶다음 지진 발생 시점은.
“발생 시기는 내일이 될 수도 있고, 수년 후가 될 수도 있다. 뭐 10년 그렇게 가지는 않는다. 수년 후에도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응력이 풀려 지진 가능성은 해소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아직 과학자들이 잘 모르는 한국 단층에 대한 꾸준하고 면밀한 조사만이 지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충분한 인프라가 있으면 어쩌면 모두 해결이 가능하다. 지진 피해 가능성이 높은 해역단층이나 숨은 단층 등 지속적인 지진 관련 연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지진 발생 때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연구성과를 공개하고 지원체계도 일원화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일례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지진 연구성과의 경우 기상청의 승인을 받은 후 외부에 공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지진 관련 연구성과를 기상청이 독점할 수 있어서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영란기자 yrlee@yeongnam.com
이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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