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의 정치풍경] 그들은 정말 변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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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3   |  발행일 2017-11-23 제30면   |  수정 2017-11-23
한 사람이 사상을 바꾸려면
생활과 주변관계의 단절 등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한다
뼈 깎는 고통 겪으며 전향한
그런 사람이 靑에 많았으면…
[차명진의 정치풍경] 그들은 정말 변했을까?

문재인정부 청와대의 지도급 인사 중 절반 이상이 운동권 출신입니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청와대가 전대협(전국대학생협의회)과 주사파에 장악되었다고 지적했다가 철 지난 색깔론을 들고 나온다며 비판받았습니다.

필자는 운동권 출신입니다. 그래서 전대협 인사들의 과거와 오늘을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습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주체사상이 학생운동을 풍미했습니다. 상당수 운동권 학생들이 비밀리에 북한의 단파 라디오를 청취했고 전대협은 이들 비밀 녹취팀이 정리한 남한혁명 투쟁노선에 따라 움직였습니다.

어느덧 한 세대가 흘렀고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북한사회의 실상이 폭로되었고 주사파 자신의 삶도 혁명에 앞장서기에는 안락하고 기름지게 변했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주체사상을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첫째, 그들은 아직도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습니다. 제국주의와 이에 부역하는 매판자본의 수탈과 착취 때문에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국주의의 포위를 이겨내는 길은 수령님의 탁월한 지도력과 핵무장뿐입니다. 둘째, 그들은 북한사회에서 직접 살아보지 못했습니다. 주체사상이 구체적으로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말살하고 가족을 해체시키는 뼈아픈 경험을 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그런대로 살 만한 곳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은 탈북자들이 북한사회에 대해 이를 가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셋째,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한 사람이 사상을 바꾸려면 생활과 주변관계의 단절 등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합니다. 그런데 주체사상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 학생들은 그 이후 사상을 바꾸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들의 생각이 대세가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닙니다. 뼈를 깎는 고통을 겪으며 전향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청와대에 그런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시사만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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