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대피소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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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1   |  발행일 2017-11-21 제31면   |  수정 2017-11-21

2014년 8월 상주시 중동면 회상리 참샘수련원에서 천장 낙하사고가 일어났다. 종교단체의 수련원인 이곳에서는 당시 118명이 참가한 어린이 여름성경캠프가 진행 중이었다. 다행히도 참가자 전원이 다른 곳으로 이동한 1시간 후에 사고가 발생, 대형 참사는 면했다. 이날 사고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해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로 10명의 아까운 목숨이 희생된 뒤였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는 같은 해 4월의 일이었다. 또 사고가 일어난 날 사고 장소와 불과 4㎞ 정도 떨어진 중동면 죽암리 낙동강변에서는 세계의 청소년 스카우트 1만 여명이 참가하는 국제패트롤잼버리 개막식이 열렸다.

포항지진의 피해 집계가 계속될수록 피해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까지 피해액은 590억원을 넘어섰으며, 지진 후유증으로 경제적 피해도 늘고 있다. 시장과 호텔, 관광지에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져 포항지역 경기가 말이 아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대상은 1천300여 명의 이재민이다. 이 추운 날에 집에도 못 들어가고 체육관에서 단체 생활을 하는 고통이 얼마나 클지…. 이재민들이 가장 많이 머무는 흥해실내체육관에 최소한의 프라이버시를 위한 시설을 보완하고 일부 이재민들은 LH의 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재민들은 장기간 대피소 생활을 할 수밖에 없으며, 그 생활이 날이 갈수록 불편함이 가중될 것이어서 안쓰럽다.

포항지진 사태에서 보듯, 공공 체육관과 학교시설은 가장 대표적인 대피시설이다. 홍수를 비롯한 자연재해 때 이재민이 발생하면 이들 시설로 들어가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그런데 이재민 800여 명이 생활해 온, 그리고 한동안 생활할 흥해실내체육관은 어이없게도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은 건물이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학교시설 2만9천558동 중 내진설계가 적용된 곳은 23.1%에 불과하다. 만약 포항 지역에 지난 15일의 지진보다 더욱 강력한 지진이 일어난다면 흥해실내체육관을 비롯한 대피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포항시를 비롯한 관계당국은 무슨 생각으로 지진에 대한 대비가 없는 체육관과 학교시설에 이재민을 대피시켰는지 궁금하다. 참샘수련원에서처럼 사고 직전 모든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것은 요행일 뿐 기대할 만한 일은 아니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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