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마지막…모든 걸 내려놨지만 붓은 놓을 수 없었다”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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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1   |  발행일 2017-11-21 제24면   |  수정 2017-11-21
원로화가 최옥영 개인전, 21일부터 대구문예회관
위암 투병중 백혈병 시한부 선고…만류에도 작업 몰두
피 토하면서 불태운 예술혼…“해냈구나라는 생각 들어”
“어쩌면 마지막…모든 걸 내려놨지만 붓은 놓을 수 없었다”
최옥영 작
“어쩌면 마지막…모든 걸 내려놨지만 붓은 놓을 수 없었다”

시인이자 원로화가인 최옥영 작가(74)의 개인전이 21일부터 대구문화예술회관 1층 4전시실에서 열린다. 15번째 개인전이다. 투혼과 예술혼이 깃든 전시다. 작가도 “해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사실 작가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환자다. 지난 3월 백혈병이 발병해 병원으로부터 남은 생이 3개월 정도라는 소리를 들었다. 가뜩이나 위암과 심장질환으로 투병 중이었다. 작가는 고민에 빠졌다. 이미 전시 일정이 잡혀있는 상태라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다. 가족과 주변에서는 전시를 취소하고 몸부터 돌보라고 권유했다. 고심 끝에 붓을 잡았다. 작가는 “유작전이 되더라도, 죽을 때까지 붓을 잡겠다는 심정이었다. 아니, 붓을 놓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어쩌면 마지막…모든 걸 내려놨지만 붓은 놓을 수 없었다”

막상 작업을 하면서 병을 잊었다. 작가는 “작업할 때는 정신이 없었다. 해야 된다고만 생각했다. 작업에 몰두하다보니 병이 있다는 사실도 잊게 됐다”고 밝혔다.

투혼을 불살랐지만, 역시 쉽지는 않았다. 몸 상태가 갈수록 악화됐다. ‘달항아리’라는 작품을 하면서 피를 토하고 쓰러지기도 했다. 작업실에서 곧바로 병원에 실려간 적도 있었다. 작가는 “고통스러웠지만 전시 때까지 버텨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작업을 하면서 삶도 정리해 나갔다. 가족에게 유언도 미리 전했다. 작가는 “모든 것을 내려놨는데 그림에 대한 애착은 버리지 못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더 그런 것 같았다”고 했다.

작가의 작품은 화려한 색감을 자랑한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사람의 손에서 나왔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활기찬 생명의 기운이 느껴진다. 올해 작업한 작품이 특히 그렇다. 천생 예술가라는 생각이 든다. ‘청춘은 빛바랜 사진 속에 갇혀있지만, 마음 속 열망은 아직도 손끝에 맴돌고 하루하루가 간절하다’는 초청글도 눈에 띈다. 작가가 어떤 마음으로 작업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작가는 “지금까지 온 게 신기하다. 할 수 있는 데까지 다 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26일까지. (053)606-6114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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