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해법을 찾다 .7·끝] 지상 좌담회

  • 이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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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1   |  발행일 2017-11-21 제9면   |  수정 2017-11-21
“청년 빈곤 이해한다면서 청년수당은 안 된다는 기성세대 변해야”
[청년실업 해법을 찾다 .7·끝] 지상 좌담회

청년실업이 올 한 해 화두로 자리잡으면서 지자체가 청년문제 해소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청년실업의 해법은 여전히 모호한 상태다. 대구지역의 전문가, 청년들이 생각하는 청년실업 해소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엄창옥 경북대 교수(경제통상학부), 예두열 경북대 학생, 김한필 대구시 청년위원회 3기 공동위원장, 김요한 대구시 청년정책과장과 지상 좌담회를 열었다. 이들은 지역의 고질적인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할 키워드로 ‘기본생활 보장’과 ‘소통’을 꼽았다.


- ‘청년이 행복한 도시 대구’의 정의부터 내려본다면.

△엄창옥 교수(이하 엄)- 현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은 디지털기기를 들고 끊임없이 이동하는 ‘노마드’적 성향이 강하다. 이들에게 행복은 새로운 물과 풀의 초원을 찾아 떠나는 일이며, 특정한 삶의 방식에 구속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끊임없이 움직여 나가는 것에 있다. 이러한 노마드 청년들이 행복한 도시가 되려면, 이들로 하여금 대구를 스스로 새로운 초원으로 바꿔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단순히 대기업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만이 아니라 몰입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일거리’가 풍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상명하복식의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는 대구의 분위기도 확 바뀌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는 한 대구 청년 유출의 대열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예두열 학생(이하 예)- ‘슬로건은 콤플렉스를 반영한다’는 말이 있다. 최근 대구시가 ‘청년희망 슬로건 공모전’을 실시한 것도 아직 청년정책에 있어 부족한 부분이 많은 대구의 현실을 방증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아쉬워하면서도 나고 자란 대구를 떠날 정도로 청년들이 지역에 대해 불만족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년이 행복한 도시란, 그들의 생활 속에 깊게 파고들어 지속적인 안정감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누구도 소외받지 않고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라고 본다.

△김요한 과장(이하 김)- ‘청년이 행복한 도시 대구’의 모습은 청년이 가장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대구시는 청년실태조사에 근거해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했지만, 청년들이 원하는 ‘청년이 행복한 도시 대구’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기엔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구시는 청년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보고자 대구경북연구원, 대구청년센터와 함께 청년워크숍을 통해 올 연말까지 ‘청년의 삶 지표’ 첫 그림을 만들 계획이다. 또 내년에는 ‘계층별 청년 실태조사’를 통해 지표를 완성하고, 앞으로의 청년정책을 보완하고 실행하는 데 나침반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김한필 위원장(이하 필)- 기본적으로 의식주를 포함한 일상생활이 안정된 도시가 아닐까 한다. 행복에 대한 정의가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일상에서 만족과 기쁨을 느낄 때 나타나는 것이 궁극적인 행복이다. 지금까지 청년을 대상으로 한 정책은 취·창업 지원 등 경제활동을 위한 정책에 치우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기초적인 생활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의욕 고취는 물론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고 본다. 청년이 행복하려면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


-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청년정책이 뒷받침돼야 하는지.

△예- 청년정책이 대구지역의 변화와 발맞춰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달 말 대구시는 ‘2030 대구 도시 기본계획안’을 발표하고 신성장동력사업 중심으로 산업 육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미래 계획 속에 지역 청년들을 위한 정책도 함께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또 청년세대의 생애주기를 반영한 정책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만 19세 이상~39세 미만을 위한 정책을 모두 ‘청년정책’으로 묶어서 시행해왔다. 하지만 20대 초반 남자 대학생을 위한 정책과 20대 후반 고졸 여성 등이 원하는 지원정책은 다를 수밖에 없다. 세밀한 분석을 통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필- 도시재생뉴딜적 관점에서 청년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 지속적 생활을 위해 환경적, 사회·문화적,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일자리와 복지까지 포괄하는 ‘모두를 위한 통합적 도시 정책’을 말한다. 특히 청년활동가(변화를 꿈꾸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청년)와 보편적인 청년, NEET족 등 다양한 부류의 청년들에 대한 지표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 과제다. 각자가 처한 상황을 고려해 청년공간수립정책을 만들고, 이들의 삶 곳곳에 정책이 뻗어나갈 수 있는 마스터플랜을 그려나갈 필요가 있다.

△엄- 대구시가 민선6기 청년정책 목표를 ‘기회의 도시’ ‘참여의 도시’ ‘즐거운 도시’로 설정한 것은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목표 달성을 위한 단기적 정책이 이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 최근 대구시미술협회가 청년미술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출품 작품을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배제한 것은 무척 당황스러웠다. 기성세대가 청년의 입장을 이해하는 듯한 흉내만 내는 듯 보였는데, 이것이 대구의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사태는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청년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하면서 ‘청년의회’는 안된다고 하거나, 청년의 빈곤을 이해한다면서 ‘청년수당’은 안된다고 하는 등의 예를 들 수 있다. 기성세대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

△김- 대구시는 단편적인 시책의 집합이 아니라 ‘청년의 삶’ 관점을 통해 교육(학교)에서 취업·창업(직장)으로, 이어 결혼·육아(가정) 단계까지 청년의 순조로운 생애 이행을 입체적으로 지원하는 ‘대구형 청년정책’을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자리 일변도의 정책에서 벗어나 청년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할 수 있는 시간, 공간적 여유와 기회를 제공해주는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청년들에게 자유로운 활동력을 높일 수 있는 기본 활동비를 제공하는 ‘대구형 청년수당’ 제도 도입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 전국 최하위 수준인 지역의 청년실업은 오랜 기간 지적돼온 고질적인 문제다. 이에 대한 앞으로의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

△예- 정책 관련자를 비롯한 기성세대가 지역 청년들의 삶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분석하는 ‘소통의 자세’가 필요하다. 생계를 위해 자존감을 버리고 알바전선에 뛰어드는 등 어려운 취업환경에 내몰린 청년들은 푸념과 한숨조차 사치다. 볼멘소리일지라도 그들에게 조금 더 귀를 기울이고 시선에 맞춘 청년정책이 필요하다. 청년정책의 시행 과정에서는 일종의 세대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부산의 세대소통 프로젝트 ‘노인의 마음’은 청년이 팔순 노인으로 분장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하루를 보낸다. 반대로 대구의 중·장년층도 청년들의 생활을 체험하는 방식을 통해 충분히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 청년층의 기본생활이 안정돼야 구직활동도 마음껏 할 수 있다. 또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소통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 공공시설·공동주택 등 잘 운영되고 있지 않은 공공재원을 재검토해 청년들을 위한 공간으로 재단장할 필요도 있다. 이 같은 공간수립정책을 통해 만들어진 공간은 청년이 시민으로서 권리를 확보하는 동시에 청년이 삶의 현장에서 느끼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창구와 청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나아가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대구만의 새로운 문화로 발전시켜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엄- 지금까지 우리는 청년 세대를 부모의 슬하에 있는 보호 대상으로 혹은 인적자본 형성 과정에 있는 미발달 주체로 인식하고 도시의 주체에서 배제해왔다. 기성세대의 권리독점이 대구 청년으로 하여금 대구를 탈출하게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대구의 청년들에게 발언권, 주거권, 정보권, 공간설계권, 학습권 등 5대 도시권(도시에 대한 권리), 즉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과 실행에 필요한 예산이 편성돼야 한다. 이러한 ‘유목적 초원’이 조성돼야 대구 청년들이 자신들이 정주할 수 있는 샘을 스스로 파고 게르를 짓는 활동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김- 청년이 참여해 스스로 만드는 청년정책이 시행돼야 한다. 구직활동에만 급급한 청년들의 사회관계망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 대구시는 2015년 전국 최초로 청년위원회를 구성한 데 이어 청년정책연구모임인 ‘청년ON’을 구성하는 등 대구시정에 청년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270여명이 참여해 48건의 정책제안이 이뤄졌고, 청년DB 구축사업 등 21건이 채택된 바 있다. 또한 민과 관이 협업해 도시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한다. 청년정책과 지원 활동에 지역 출신의 선배, 대학, 기업, 유관기관, 언론 등 지역사회의 연대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청년들의 사회관계망이 회복돼야 진정으로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고, 장기적으로 실업률을 낮출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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