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은

  • 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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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0 07:58  |  수정 2017-11-20 07:58  |  발행일 2017-11-20 제18면
“영화속 AI 현실화…학습은 지식보다 과정·즐거움 중점”
“학문 경계 넘는 현상 이해 필요
사람·기계 협력하는 것도 중요
정보 탐색 활용능력 필수 역량”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은
일러스트=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왔고 일하고 있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기술 혁명의 직전에 와 있다. 이 변화의 규모와 범위, 복잡성 등은 이전에 인류가 경험했던 것과는 전혀 다를 것”이라고 한 후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는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현실이 되었다. 드라마나 영화뿐만 아니라 광고 심지어는 개그 프로그램에서도 AI가 등장한다.

그러나 인공지능 로봇이 영화나 드라마처럼 공상의 세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옆 나라 일본의 소프트뱅크에서는 2015년 인간처럼 말하고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로봇 페퍼를 만들어 판매하였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운전자 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완전 자율주행 버스가 운행을 시작했다고도 한다. 또한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이라는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뇌의 칩 이식술’을 현실화하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얼마 전 읽은 ‘세계미래 보고서 2055’라는 책에서는 ‘애플에서 iThink라는 이름의 지식과 정보를 넣었다 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고도 한다. 영화 ‘메트릭스’에서 여자 주인공이 헬리콥터 조종법을 뇌로 다운로드해 바로 조종하는 장면처럼 우리에게도 그런 세상이 올지 모르겠다. 이제 정말로 우리의 생활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예측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공상 세계의 이야기도 아니고 먼 나라의 먼 얘기만도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4차 산업혁명’은 신문·뉴스 등의 단골 화두로 대두되며 학교에 오는 공문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열풍이 뜨겁다. 시대의 놀라운 변화를 얼마 전 우리 학교에서도 직접 느낄 기회가 있었는데 기술 시간에 증강현실을 이용하여 수업을 전개하는 모습도 보았던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이전의 산업혁명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범위와 깊이, 그리고 그것이 사회는 물론 교육 전반에 줄 영향이 클 것이란 데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나 부모들은 미래 세대를 살아갈 아이들을 미래 사회에 적합한 사회 구성원으로 만들기 위해 학교 교육과 자녀 교육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고민해 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많은 미래 학자들은 미래 교육은 지식 전달이 아니라 학습 방법과 학습의 즐거움을 가르쳐 주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한다. 또 다른 학자는 공동체 속에서 한데 어울려 협력을 기반으로 한 배움이 더욱 필요할 것이라고 하기도 하고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시각으로 현상을 이해하는 능력도 필요할 것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정보를 판별하고 걸러내는 능력이 중요할 것이라고도 한다. 또한 많은 글에서는 미래를 살아갈 인재들은 사람과의 협력뿐 아니라 기계와의 협력도 중요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를 말하는 사람도 많다. 디지털 리터러시란 단순히 컴퓨터를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이 아니라 탐색한 정보의 가치에 대한 비판적 사고력과 정확한 이해를 기반으로 자신의 목적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보 사회의 필수 역량이다.

요즘 도덕시간에는 ‘생명 과학과 도덕 문제’라는 단원을 공부하고 있다. 예전엔 교사가 중심이 되어 과학 분야 중 특히 생명과학이 지니고 있는 도덕적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생명과학 연구에서 나타나는 생명 경시 풍조나 인간 존엄성 훼손, 인간의 상품화 가능성 우려의 문제를 사례로 들어 설명하는 강의식 수업을 했다. 그 수업에서 우리 학생들은 45분이라는 길고 긴 시간을 억지로 참아가며 교사의 설명을 듣고 또 들었다. 물론 몇 명은 졸기도 하고 살짝살짝 딴짓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수업의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이 단원에서 우리 학생들은 생명과학의 발전이 앞으로 가져올 심각한 도덕적 쟁점이 될 소지가 있는 문제인 유전자 변형 식물과 동물, 인간복제, 줄기세포 연구, 생명과학을 이용한 인간의 장기 이식 등 다양한 모둠별 주제를 정하고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를 이용하여 알아보고 정리하는 활동을 한다. 자기 모둠의 주제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되어 탐색 활동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을 ‘둘 가고 둘 남기’ 활동을 통해 다른 학생들을 가르치고 친구들에게 배우는 활동을 하면서 자신이 알게 된 것을 좀 더 깊이 있게 배우게 될 것이다. 또한 모둠 활동을 통해 서로 협력하고 소통하며 공감능력을 키울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수업 설계는 앞에서 말한 미래의 변화에 따른 교육의 방향에 대한 고민에서 연유한 것이다.

많은 학교와 교사들은 우리 학생들의 미래 핵심 역량 함양을 위해 수업과 평가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가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수업 변화에 대한 열망은 뜨겁다. 물론 지금의 변화가 작은 한 발자국에 지나지 않음을 알고 있고 그 한계를 큰 벽처럼 느낄 때도 있다. 교사뿐만 아니라 내 자녀를 위해 부모들도 더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하겠고 미래 사회에 대한 공부도 더 많이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교사로서 학생의 성장에 의미 있는 수업을 작게나마 실천하면서 빈센트 반 고흐의 “위대한 성과는 소소한 일들이 모여 점차 이루어진 것”이라는 말을 생각하곤 한다.

신현숙<대구 화원중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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