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된 수능일 지진 나면 어쩌나…불안해서 집중도 안돼”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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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0 07:22  |  수정 2017-11-20 09:18  |  발행일 2017-11-20 제5면
공부할 공간 부족한 포항 수험생
공공도서관 등 찾아 안간힘 쏟아
교사들도 지진 단계별 대처 혼란
20171120

“연기된 수능일에도 지진이 나면 어떡해요.” 포항 강진으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오는 23일로 연기돼 치러지지만, 여진이 계속되면서 포항과 인근 지역 수험생들의 불안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수능을 하루 앞둔 지난 15일 수능 연기를 전격 발표하자 포항에선 “고사장이 상당수 파손돼 수험생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 데다 극도의 불안 상태에서 시험을 치를 경우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정부 방침을 일단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진 발생 이후 19일 오전 현재 56차례 여진이 이어지면서 수험생과 학부모, 교사들 사이에서 또다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진앙지 인근 수험생들은 심리적 불안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큰 데다 강진으로 파손된 건물이 많아 공부할 공간마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험생들은 공공도서관·독서실을 찾아 마음을 다잡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2년 전 개관해 비교적 시설이 좋은 포은중앙도서관은 주말과 휴일엔 문을 일찍 닫고 월요일은 휴관하지만, 지진 이후 수능생의 발길이 이어지자 월요일 휴관 계획을 취소하고 운영 시간도 연장했다.

이모양(18·포항여고 3년)은 “놀란 마음을 겨우 진정시키고 공부하고 있는데 ‘혹시 이러다 연기된 수능일에도 큰 지진이 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경주에 사는 재수생 김모군(19)은 “지난해 수능 땐 경주 지진 이후라 여진 공포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올해는 인근 지역인 포항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좀처럼 마음의 안정이 안 된다"고 했다.

교사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교육 당국이 최근 관련 매뉴얼을 배포했지만, 학교에선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매뉴얼엔 지진 단계별 대처법이 공지돼 있지만 지진 규모가 모호하게 표시돼 있어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구지역 한 고교 교사는 “지진이 경미하면 책상 아래 대피했다가 다시 시험을 치르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이 일선 시험장에서 일괄적으로 지켜질지 큰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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