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범위한 액상화 흔적…지반 침하 건물붕괴 우려”…포항서 ‘액상화 현상’ 첫 발견

  • 마창성,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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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20 07:20  |  수정 2017-11-20 07:20  |  발행일 2017-11-20 제3면
“마른 논에 물 차 올라 늪처럼
퇴적암은 액상화 확률 높아”
포항 진앙지 주변 2㎞ 반경
흙탕물 분출 100여 곳 확인
“광범위한 액상화 흔적…지반 침하 건물붕괴 우려”…포항서 ‘액상화 현상’ 첫 발견
지난 18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 진앙 주변 논에 땅속 모래와 물이 솟구쳐 올라 ‘모래화산’이 형성돼 있다. 지질학계에서는 액상화 현상에 따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광범위한 액상화 흔적…지반 침하 건물붕괴 우려”…포항서 ‘액상화 현상’ 첫 발견

국내 처음으로 지진에 따른 ‘액상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2차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규모 5.4의 포항지진 이후 진앙과 가까운 여러 지역에서 토지가 늪처럼 변하는 ‘액상화 현상’이 확인됐다. ‘액상화 현상’은 지면의 강한 움직임으로 지반이 지하수와 섞이면서 단단했던 땅이 물러지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국내에서 이 같은 현상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정부는 전문가들과 함께 정밀 현장조사에 나섰다. 남재철 기상청장은 지난 18일 오후 포항시 북구 흥해읍 용천리를 찾아 곳곳에 젖은 모래흙이 쌓이고, 물이 고인 논바닥을 점검했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진 대책 브리핑에서 “지진 발생 당시 가까운 지역에서는 압력을 받은 토양이 액상화하고, 그것이 지표면으로 분출하기도 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진앙 주변 마을 주민들도 바짝 마른 논에 모래와 자갈 등이 쏟아져 나왔고 물도 차있었다고 말했다. 진앙과 불과 100m 떨어진 흥해읍 망천리 주민 배용자씨(여·55)는 “이곳에는 한 달 이상 비가 안 왔다. 논에 들어가 차를 돌릴 수 있을 정도로 바짝 마른 상태였다”며 “지진이 일어나고 집 밖으로 나와 보니 흙탕물이 여러 곳에서 사람 허리 높이만큼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도 지난 18일 현장조사팀이 지표지질 조사를 통해 포항 일대에서 샌드 볼케이노(모래 분출구)와 머드 볼케이노(진흙 분출구) 30여 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진앙 인근에서 발견됐으나, 멀게는 칠포해수욕장까지 반경 약 5.5㎞ 안에서 관측됐다. 이 분출구는 타원형이나 긴 선의 형태를 띠는 것으로 파악됐다. 긴 쪽 지름을 기준으로 크기는 대부분 ㎝급이다. 이 중에는 10m 안팎에 이를 정도로 큰 규모로 나타난 것도 있다고 연구원은 밝혔다.

지난해 경주지진 이후 정부 의뢰로 국내 활성단층 지도 제작 사업을 하고 있는 부산대 손문 교수팀도 포항 진앙 주변 2㎞ 반경에 흙탕물이 분출된 흔적 100여 곳을 발견했다고 19일 밝혔다. 손 교수팀은 “17세기 우리나라에 큰 지진이 왔을 때 액상화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며 “하지만 국내 지진 관측 사상 액상화 현상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지질학 전문가들은 지난해 9월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경주처럼 단단한 화강암 지역보다 포항과 같은 퇴적암 암반에서 액상화 현상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액상화 현상’이 발생하면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가 적용된 건물이더라도 지반 자체가 아래에서부터 무너지기 때문에 내진설계 자체가 무용지물이 된다. 지반침하, 건물붕괴와 같은 2차피해를 불러오는 주요 원인으로 알려지면서 지진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포항시민들을 불안케하고 있다.

포항=마창성기자 mcs1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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