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화의 패션스토리] 패션계는 지금 ‘패밀리’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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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17   |  발행일 2017-11-17 제40면   |  수정 2017-11-17
“피는 못 속여”…패션 트렌드 이끄는 스타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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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베컴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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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디 크로포드의 딸 카이아 조던 거버.

올해 시즌,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듀오 돌체앤가바나의 런웨이에서는 독특한 일이 벌어졌다. 직업 모델이 아닌 유럽의 왕족, 셀러브리티의 가족, 파워 블로거 등 전 세계 패션에 거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리얼 피플 140명이 런웨이를 따라 집단으로 워킹을 선보인 것이다. 스테파노 가바나는 “처음 쇼를 시작했을 때부터 패션에 영향을 미치는 리얼 피플들을 런웨이에 세우고 싶었다”며 이번 쇼를 위해 선발된 수많은 이들과 함께 무대 연출뿐만 아니라 스타일링을 하느라 오랜 기간 공을 들였다고 한다. 그만큼 저마다 개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살려 엄마와 딸, 아빠와 아들, 자매와 같은 가족 군단이 대거 등장해 시종일관 유쾌하고 훈훈한 무드를 만들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이러한 가족적인 분위기는 시즌을 이어가 계속되는 듯했다. 2018 S/S 컬렉션에서도 런웨이에 진출한 패셔너블한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요즘 들어 새로운 트렌드 세터로 떠오르는 디자이너 베트멍의 수장 뎀나 바잘리아가 패션의 최전선에서 아주 신선한 장면을 연출하여 선보인 것이다. 바로 발렌시아가의 맨스 컬렉션에서 한 손은 아기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큰아이의 손을 잡은, 요즘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젊은 아빠들을 등장시켰다.

패셔너블한 실제 가족의 런웨이 활약
올 시즌 이어 2018 SS컬렉션도 여전

톰 크루즈 딸·데이비드 베컴 자녀 등
끼·외모 代물림 2세들 스타일 화제
英 조지 왕자도 ‘완판’ 패셔니스타
구찌 등 브랜드 키즈라인 강화 열기


영아부터 10대 소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스타일리시한 아빠와 함께 웃으면서 걷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얼굴에도 미소를 머금게 하였을 터. 도심 속 휴식처에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아빠들에게서 영감을 받았다는 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의 현실적인 아이디어는 무대 위에서 그대로 연출됐다. 캐주얼한 청바지, 후드 스웨터와 셔츠, 그리고 레더 아이템에 스니커즈를 매치한 멋쟁이 아빠들이 즐겨 찾는 아이템들은 큰 화제를 모았다. 전 세계적으로 최저 출산율을 기록 중이지만, 유럽에서 유일하게 출산율이 좋은 스웨덴의 경우 아빠가 육아와 가사에 참여하고 사회 역시 이를 뒷받침해주는 복지제도가 잘 갖춰진 편이라 맞벌이 비중이 높다. 이번 발렌시아가 맨스 컬렉션이 전하는 메시지는 아마 육아에 참여하는 아빠가 멋져 보인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아이들의 정서에는 물론 앞으로 우리 사회의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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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뷔통 여성복 모델인 윌 스미스의 아들 제이든 스미스.

이러한 흐름 때문인지 디자이너 키즈 브랜드가 국내에서도 점점 인기몰이를 하는 중이다. 마크 제이콥스의 키즈 라인 ‘리틀 마크 제이콥스’가 최근 국내에서 새롭게 선보였다. 태어날 때부터 귀여운 외모로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던 톰 크루즈의 딸 수리 크루즈, 비욘세의 딸 블루 아이비 카터 등 유명 셀러브리티 자녀들이 즐겨 입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전 세대를 아우르며 세계적으로 마니아 층이 두꺼운 미국 브랜드 폴로 랄프 로렌에서는 베이비와 키즈 라인의 판매율이 성인복 라인을 추월한다고 한다. 국내 한 백화점의 조사 결과 명품 키즈 브랜드의 매출액은 작년 대비 9%에서 57%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찌와 베르사체, 펜디, 버버리, 몽클레어 등 다수의 브랜드가 키즈 라인을 강화하며 럭셔리 키즈 라인의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

요즘은 유명인들보다 그들 자녀의 행보에 주목하는 추세다. 늘 화제를 몰고 다니는 부모의 유명세와 우월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2세들은 패션계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니 말이다. 자신만의 개성 있는 스타일과 외모로 패션계의 주목을 받는 배우 제이든 스미스는 윌 스미스의 아들로, 이번 시즌 루이뷔통 여성복 컬렉션에 선발되기도 한 파격적인 주인공인 듯. 젠더의 경계를 허물고 드레스를 입고 등교하고 스커트 차림으로 파티에 참석하는 열여덟 살의 제이든 스미스는 요즘 떠오르는 스타임은 틀림없다. 또 다른 셀러브리티 2세 모델로는 원조 슈퍼 모델 신디 크로포드의 아들과 딸이 있다. 특히나 딸 카이아 조던 거버는 모친을 능가하는 아름다운 미모와 함께 2018 S/S 생로랑, 모스키노, 버버리 등 대형 디자이너 런웨이에 등장하며 모델로서의 이름을 알렸다. 드라마틱한 비율의 보디라인과 열여섯 살 소녀답지 않은 당당한 워킹으로 패션계의 주목을 받았다. 오빠 프레슬리 워커 가버 역시 패션 모델로 활동 중이다.

지난 20여년 톱 모델로서 다양한 활동을 해온 브라질 출신 지젤 번천은 몇 년 전 유명 미식 축구 스타 톰 브래디와 결혼해 아들과 딸을 출산했는데 그들과 함께 요가를 즐기거나 티셔츠를 맞춰 입고 아빠의 경기를 응원하는 모습은 수많은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온 가족이 항상 대중과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진정한 패션 패밀리는 역시 베컴 가족. 데이비드 베컴과 빅토리아 베컴의 세 아들 브루클린, 로미오, 크루즈와 막내딸 하퍼 세븐. 현재 이 가족의 경제 효과는 수천억원대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패션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하다. 특히나 패션 디자이너로서도 이름을 떨치고 있는 엄마 빅토리아 베컴 덕에 아이들 역시 탁월한 패션 센스를 자랑한다.

영국 왕실 패밀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패션 패밀리다. 엄마 케이트 미들턴은 명품보다는 대중적인 브랜드를 즐겨 입으며 그녀의 스타일을 친근하게 어필하고 있고 아들 조지 왕자는 그가 입은 아이템마다 완판이 될 정도로 패션 마켓에 미치는 영향력이 대단하다. 최근에는 무릎 위로 올라오는 반바지에 양말을 매치한 깜찍한 스타일링으로 수많은 패션 매체에 소개되기도 했다. 패션저널리스트 mihwac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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