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김광석길에 ‘별’을 달아주자

  •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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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16   |  발행일 2017-11-16 제31면   |  수정 2017-11-16
[영남타워] 김광석길에 ‘별’을 달아주자
백승운 사회부 특임기자 겸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팀장

국내 최고의 관광브랜드를 뽑는 ‘한국관광의 별’ 시즌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한국관광의 별은 관광산업 발전에 공헌한 지역(관광지), 개인(단체)을 뽑아 시상하는 제도다. 2010년 처음 제정돼 올해로 7회째를 맞고 있다. 최고의 관광브랜드를 뽑는 만큼 선정기준이 엄격하고 경쟁률도 치열하다.

특히 한국관광의 별은 수상의 의미가 남다르다. 그저 그런 상패 하나 받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별’을 다는 순간, 관광지의 브랜드 가치가 급상승한다. 입소문을 타고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 지역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된다. 전국에서 발길이 이어지다 보니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효과도 가져온다. 한마디로 지역 관광지가 전국구로 도약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되는 셈이다. 전국의 지자체가 이맘때쯤 한국관광의 별에 유난히 관심을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2년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된 대구 중구 근대골목은 ‘별 효과’를 톡톡히 본 대표적인 사례다. 관광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은 물론 죽어가던 상권이 살아나고 지역경제의 성장동력이 됐다.

중구 대봉동의 김광석길이 올해 한국관광의 별에 도전한다. 이미 1차 서면평가를 통과했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아직까지 2차 현장평가 등 심사가 남아있지만 김광석길은 수상의 자격이 충분하다.

통계 수치만 봐도 알 수 있다. 2009년 조성된 김광석길은 지난해 관광객 ‘100만 시대’를 열었다. 올해는 지난달에 이미 100만명을 넘어섰다. 대구 중구청은 연말까지 김광석길을 찾는 관광객이 12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6월 김광석길 끝자락에 문을 연 ‘김광석 스토리 하우스’도 개관 5개월 만에 3만명이 다녀갔다. 김광석의 딸 서연양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지난 9월에는 주말 이틀 동안 추모객 1천명이 몰리기도 했다.

김광석길을 찾는 관광객 대부분이 외지인이라는 사실은 이제 뉴스거리도 되지 않을 만큼 일반화됐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서울은 물론 경기, 충청, 강원, 경남, 제주 등지에서 먼 걸음을 마다하지 않는다. 연령대 역시 다양하다. 김광석을 추억하는 중년층부터 그의 노래를 어렴풋이 기억하는 젊은층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고 있다. 중년의 방문객들은 길 위에서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옛 기억을 더듬는다. 그리고 ‘곱고 희던 두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 아내와의 먼 옛날 신혼시절을 떠올린다. ‘큰 딸아이 결혼식 날 뜬눈으로 지샌 밤’을 추억하기도 한다. 젊은 층은 김광석의 애절하고 따뜻한 기운을 붙잡는다. 아버지와 어머니 세대의 일이지만, 그 시절의 정서를 공감하며 느낀다. 때로는 암울한 시대와 답답한 현실에서 절망한 그들 스스로의 처지를 위로 받기도 한다. 김광석길에는 이념의 의미심장함이나 싸움의 매캐한 최루는 없다. 오로지 김광석의 이야기와 추억과 그때의 정서가 응집되어 있을 뿐이다. 그 이야기와 추억과 정서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뿐만 아니다. 김광석길이 유명세를 타면서 주민들의 자발적인 문화공동체가 꾸려지고, 죽어가던 인근 방천시장은 대구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우범지대나 다름없던 350m의 좁은 골목길에 김광석의 이야기와 정서가 더해지면서 지역문화와 경제를 들썩이게 하고 있는 것이다. 감히 문화관광의 혁신이라 치켜세워도 손색이 없다.

김광석길은 기억과 추억, 소비와 생산, 열림과 닫힘, 그리고 다양성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아날로그적 교류가 살아있는 독특한 공간이면서 세대를 아우르는 소통의 장이기도 하다. 이만하면 김광석길이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되기 충분하다. 이제 남은 것은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다. 올 연말 김광석길에 희소식이 전해지길 기대한다. 백승운 사회부 특임기자 겸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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