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원의 ‘영남일보로 보는 시간여행’ .28] ‘저속 흥행물’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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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16   |  발행일 2017-11-16 제29면   |  수정 2017-11-16
官, 검열안과 내용 다른 공연·영화 언제라도 중지
홍도야 우지마라 등 감성물
언론이 퇴폐성 흥행물 취급
국산 영화 비중 1할도 안돼
[박창원의 ‘영남일보로 보는 시간여행’ .28]  ‘저속 흥행물’ 관리
감상과 비애를 담은 저속한 오락과 흥행물 추방에는 당국이 나서야 한다.(영남일보 1948년 2월21일자)
[박창원의 ‘영남일보로 보는 시간여행’ .28]  ‘저속 흥행물’ 관리

5월 중 입장객 9만7천4명, 세액 68만여원. 1947년 5월 한 달 동안 대구지역 극장출입 인원과 입장세금이다. 극장입장세는 지난달에 비해 20여만원 증가한 액수다. 그만큼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열기가 뜨거웠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당시 언론들은 이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악극단의 공연이나 상영 영화의 수준이 낮음에도 관객이 몰린다는 것이다.

‘~외국영화 중에 예술적 가치가 있을 만한 것은 약 1할을 제외코는 그 대부분이 흥행가치만을 따르는 오락물이라 한다. 그리고 연극에 있어서도 현하 정치의 반영이 뚜렷하다 하나 사상적·정치적·예술적인 것은 좀처럼 못하게 되었으며 예술적 관점에서 보아 저급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 행해져서 퇴폐화된 요즘 사회상을 여실히 나타내고 있으며 대구부내 각관의 매월 흥행물은 평균 쳐서 영화가 6할 연극이 4할 정도를 점하고~.’(영남일보 1947년 10월4일자)

국산영화의 제작이 원활치 않은 상황에서 외국영화는 봇물 터지듯 들어왔다. 그러다 보니 외국영화 또한 저속 오락물의 배급자로 꼽혔다. 특히 미국영화에 대한 비판이 컸다. 대구의 각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영화의 약 8할이 미국영화였다. 게다가 대부분은 흥행 위주의 오락영화였다. 말하자면 예술적 가치가 있는 영화는 눈을 씻고 봐도 찾기가 어려웠다. 대신에 미국영화를 제외하면 조선영화는 기껏 1할에도 훨씬 미치지 못했다.

‘~천국에서 맺은 사랑, 울며 헤어진 부산항 등 이러한 저속 흥행물이 가져오는 영향을 위정 당국은 생각만 하여보라! 값없는 감상과 비애에 시달린 퇴폐성밖에 남지 아니함을 알진대 수십 회에 걸친 장기흥행을 허가하여준 취체당국의 태도가 어디에 있는지 우리는 그 태도를 아니 의심할 수 없는 바이며 이러한 저속한 오락과 흥행을 우리 주변에서 추방함으로써 굳센 국민성과 명랑 활달한 기백을 양성할 수 있음을 위정당국은~.’(영남일보 1948년 2월21일자)

저속 흥행물을 질타하는 언론의 목소리는 갈수록 컸다. 지금껏 잘 알려진 ‘울며 헤진 부산항’이나 ‘홍도야 우지 마라’도 퇴폐성 저속 흥행물로 낙인이 찍혔다. 아무래도 감성을 자극하는 내용이 일제강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려는 움직임과 맞지 않다고 본 것이다.

조선의 흥행계가 위기에 빠졌다는 진단이 수시로 나온 이유다. 그럼에도 당시 예술인들은 이들 흥행물을 멀리할 수 없었다. 정치적인 혼란에 따른 압박은 둘째치고 무엇보다 배고픔이 컸다. 생활고에 앞뒤를 재며 작품을 고를 만한 여유가 없었다.

저속한 오락물의 추방은 결국 당국의 몫으로 옮겨갔다. 그러다 보니 공연 전에 검열이 당연시되는 결과를 낳았다. 경북도에서는 공보과 등에서 내용물을 열람했다. 거기다 경찰은 치안유지라는 잣대를 들이댔다. 애초의 검열안과 다를 경우는 언제라도 공연을 중지시켰다. 민중계몽과 문화향상을 내세웠지만 자의적인 판단을 막을 수 없었다. 관객의 몫은 온데간데없이 그 자리는 어느새 관(官)이 차지하고 말았다. 톡톡지역문화연구소장/언론학 박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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