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트럼프의 한·중·일 방문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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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13   |  발행일 2017-11-13 제30면   |  수정 2017-11-13
세일즈던트 트럼프의 순방
북핵문제 공조와 중국견제
통상압박 통한 美제일주의
북핵 당사자는 우리나라
세밀하고 정교한 전략 시급
[아침을 열며] 트럼프의 한·중·일 방문이 남긴 것
강준영 (한국외대교수·차이나 인사이트 편집장)

‘세일즈던트(salesdent)’ 트럼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한·중·일 방문에서 새로 얻은 별명이다. 세일즈맨과 프레지던트의 합성어인 이 단어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중·일 방문 결과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이번 트럼프의 순방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북핵 처리를 고민하는 한국, 중국 견제에 공을 들이며 미일동맹 강화에 부심하는 일본, 시진핑 2기 체제를 수립하고 대등한 대미 관계를 설정해보려는 중국의 셈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나 백악관이 밝혔듯 이번 순방의 목표는 크게 세 가지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핵 공조 강화가 우선 강조되었다. 또 무역통상 문제 해결이 핵심이었다. 지난해 약 7천억달러의 무역 적자를 기록한 미국에 중국은 3천470억달러, 일본이 689억달러, 우리나라가 277억달러 흑자국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표면적으로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한국과 일본에 대한 동맹 강화, 중국의 대북 압박 강화 요구를 통한 중국 견제가 목표다.

우선, 북핵 문제 공조를 살펴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표면적으로는 진전된 것이 없다. 한국에서는 북핵을 직접 거론하기보다는 한미 동맹 공고화에 초점을 맞춰졌다. 한국의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 해제, 첨단 무기 도입 등 우리 군의 독자적 대북 억제 능력 강화에 필요한 실효성 있는 합의를 도출한 점은 의미가 있다. 일본과 중국에서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원칙적 수사에 초점이 맞춰졌고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의 철저한 이행이 강조된 정도다. 기대했던 미중 정상회담에서 비공식 논의는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트럼프는 그동안 중국을 압박했던 대북 무역 중단이나 원유공급 중단 같은 고강도 대책도 주문하지 않았다. 특히 한국의 국회연설에서 북핵 자체에 대한 언급보다는 ‘감옥 국가’ 북한을 강조하면서 이런 북한을 감싸는 중국의 정책이 문제임을 강조하는 우회적 경고효과를 노린 점은 특기할 만하다.

둘째, 사실 트럼프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역통상 문제다.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일부 국가의 지나친 무역 흑자가 미국인의 일자리와 일부 산업을 붕괴시켰다고 주장하면서 가시적 성과가 있는 경협에 실질적인 초점을 맞췄다. 한국은 무기 구매를 비롯해 향후 4년간 42개 한국 기업이 미국에 20조원 이상 투자를 하고, 60조원 이상의 미국 상품과 에너지, 서비스 구매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도 무기 구매 등 약 168조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고, 중국은 선제적으로 무려 284조원에 달하는 대미경제 구매 투자 계획을 선물로 안겼다. 대부분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지만 국내적으로 정치적 위기를 겪는 트럼프에게는 아주 적절했다.

역시 핵심은 중국 견제에 있다. 한국에 대한 무기판매에도 중국 견제적 성격이 있다. 이는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이 미진해 북핵 능력이 더욱 고도화되거나 도발이 지속된다면 미국의 전략 자산의 한반도 순환 배치와 더불어 각종 첨단 무기가 한반도에 계속 들어올 수밖에 없다는 대 중국 경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미국-일본-호주-인도로 이어지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Free and Open Indo-Pacific Strategy)’을 강조했다. 중국의 핵심 국책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의 해상 실크로드 개척의 견제 전략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트럼프가 강조하는 북핵 해결을 위한 ‘최대의 압박과 관여’ 정책에서 중국에 대한 부분인 세밀한 관여(engagement)는 실종되었다.

이번 트럼프의 순방도 결국 북핵과 중국 견제, 그리고 통상 압박을 통한 ‘미국 우선주의’ 강조다. 북핵보다는 통상에 관심이 집중됐고 북핵 압박도 중국에 대한 카드로 기능함이 드러났다. 결국 북핵의 당사자는 한국이다. 세밀하고 정교한 외교 전략 수립이 매우 시급하다. 강준영 (한국외대교수·차이나 인사이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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