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달에게 물어보세요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7-11-13 07:53  |  수정 2017-11-13 07:53  |  발행일 2017-11-13 제15면
[행복한 교육] 달에게 물어보세요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요즘 나는 날마다 달을 기다린다. 어제는 완전한 하현달을 볼 수 있는 음력 23일째 달이 뜨기를 기다리다가 그만 잠이 들었지만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손이 시렸지만 필드스코프를 꺼내 달 사진을 찍었다. 상현달이 뜬 날은 퇴근을 미루고 기다렸다가 학교 주차장에 천체망원경을 설치했다.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온 개구쟁이들과 같이 낮달부터 보았다. 그러다가 해가 지기를 기다려 점점 밝아지는 달을 보면서 감탄했다. 나도 신이 나서 지나가는 중학생, 운동장에서 운동하는 사람들까지 불러서 달을 보게 했다. 까짓 이왕 봉사하는 것 싶어서 아이들과 토성을 보기로 했다. 가을 노을은 아름다웠다. 아이들은 이리저리 학교를 다니며 노을이 더 아름다운 곳을 찾아서 사진을 찍어왔다. 이제 노을마저 사라진 엷은 구름 사이로 하느님의 눈 같기도 한 토성이 밝게 빛을 냈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토성을 돼지콧구멍이라고 말했다.

보름이 지나면서부터 아침마다 서쪽하늘에 보이는 하얀 달을 관측했다. 날마다 늦게 뜨고 살이 빠진 달은 해가 뜨면 하얀 달이 되어 아이들을 반긴다. 하지만 아무도 그 달을 보지 않는다. 하얀 달이 높게 뜬 날에는 추운 날씨지만 반 아이들을 데리고 아침부터 천체망원경을 설치하고 달을 관측했다.

2교시는 수업이 없어서 놀이하러 가는 1학년과 체육을 하러 나온 5학년을 불러서 달 관측을 하도록 했다. 반 아이들은 날마다 시간마다 서쪽으로 난 복도 창문에 기대어지는 하얀 달을 관측한다. 그러면서 알아낸 지식이 달은 해와 다르게 느리다는 것이고, 달은 해와 점점 멀어지면 더 커진다는 관계를 알아냈다. 그러다가 달은 살이 빠지면 몸이 가벼워져 점점 높게 뜬다는 말도 지어내고, 구름 속으로 달이 달린다거나 구름이 달을 가두어 버린다는 표현도 했다. 달은 해를 더 빛나게 하고, 해가 지면 햇빛을 받아 그제야 자기도 빛을 반사시킨다는 지식도 정리해 냈다. 성 암브로시오는 이런 관계를 하느님은 해이고, 교회는 달과 같다고 했다. 달이 해처럼 굴면 안 된다고 했다.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달을 관측하는 개인기록을 세우고 있다. 달 사진을 찍다가 어느 날부터 달의 크레이터와 바다, 산맥에 이름 붙여진 수많은 천문학에 공헌을 한 신부와 철학자, 수학자들을 만나고 있다.

‘비의 바다’ 동쪽에는 아리스틸루스·오토라쿠스·아르키메데스·카시니가 있고, 가운데에는 티모카리스, 남쪽 코페르니쿠스 위로 피테아스·에라토스테네스가 있다. 나는 그만 비가 내리지 않는 달에 있는 비의 바다 속 그 섬에 가고 싶어진다. 비의 바다에는 아폴로15호가 여동생 달의여신 아르테미스를 찾아 아펜니네 산맥 어느 산에 착륙했고, 창어3호(달의여신 항아)는 플라토의 지혜를 들었고, 루나17호(달의여신 셀레네)도 무지개만 근처에 도착했다고 한다. 나는 코페르니쿠스 신부님을 만나 교회와 반하는 지동설을 주장한 용기를 듣고 싶다. 결국 화형으로 죽은 부로노 수사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듣고 싶다.

내가 이렇게 자발적으로 한 달 가까이 달을 관측하게 된 이유는 4학년 과학 4단원이 지구와 달이고, 체험시켜 주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방법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달에 감동한 나는 재작년부터 학교를 방문해서 천체관측 지원을 하면서 해마다 5천명에게 달을 보여주겠다는 계획을 실천하고 있지만 그렇게 잘 되지는 않는다. 이러다가 내가 달을 더 공부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직업인으로서 교사인 나를 되돌아보았다. 그걸 왜 배워야하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수업, 배워도 써먹을 데가 어디인지 교사도 잘 알 수 없는 수업, 절대 체험시켜주지 않고 말과 글로만 때우는 수업, 교사도 확실하게 잘 이해하지 않고 가르치는 수업, 교사의 승진이나 연구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수업, 아이들을 교사의 입맛대로 훈련시키는 수업, 아이들을 배움으로부터 스스로를 소외시키게 만드는 교육, 배울수록 패배감만 안겨주고 자신을 부정하게 만드는 교육, 내가 사는 마을과 자연이 교재가 되지 않는 교육, 친구가 나의 가장 좋은 협력자라는 것을 잊게 만드는 교육, 삶이 없는 교육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배움으로 나를 깨닫게 해 준 달에게 감사를 드린다. 이제 모르는 것은 달에게 물어봐야겠다.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