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리빙보이 인 뉴욕·러빙 빈센트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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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10   |  발행일 2017-11-10 제42면   |  수정 2017-11-10
하나 그리고 둘

리빙보이 인 뉴욕
평범한 뉴요커의 특별한 가을 로맨스


20171110

전 세계가 촬영장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영화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도시는 아마 ‘뉴욕’일 것이다. 어떤 면에서 가장 미국스럽지 않으면서도 미국을 대표하게 된 공간, 뉴욕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이 곳에서는 매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리빙보이 인 뉴욕’(감독 마크 웹)은 제목에 명시된 만큼 뉴욕에 대한, 더 정확히 말해 현재 그 곳에 살고 있는 한 젊은 작가지망생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으로부터 출발한다. 영화의 등장인물이자 내레이터인 ‘제랄드’(제프 브리지스)는 오프닝에서 현재 뉴욕에 대해 “예술과 돈의 싸움에서 돈이 이겼다. (뉴욕은) 무엇인가를 잃었다”라고 말하고, 작가의 꿈과 멀어진 채 살고 있는 주인공 ‘토마스’(칼럼 터너)는 그의 두 번째 대사에서 그 ‘무엇’을 ‘영혼’이라고 단정 짓는다. 그러나 ‘위험도 구원도 없는 이 도시’처럼 지루한 캐릭터의 토마스에게도 소설에나 나올 법한 사건들이 벌어지면서 인생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마크 웹 감독作, 칼럼 터너·제프 브리지스 등 열연
뉴욕의 다양한 공간·사이먼 앤 가펑클 OST 등 매력


출판사 사장인 아버지 ‘이든’(피어스 브로스넌)의 반대로 글을 쓰지 못하고 방황하던 토마스는 우연히 아버지의 외도를 목격하고 충격을 받는다. 더 황당한 것은 자신도 그 아름다운 내연녀 ‘조한나’(케이트 베킨세일)에게 끌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원래 짝사랑했던 친구 ‘미미’(키어시 클레몬스)는 자연스레 뒷전이 되고 아버지와 부적절한 삼각관계를 갖게 된 토마스에게 새로 이사 온 이웃, 제랄드는 반복해서 묻는다. “네가 정말 원하는 게 뭐야”라고. 그것은 비단 연애뿐 아니라 토마스가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만들어가야 할 인생의 방향성에 관한 질문이다. 그는 이에 대한 솔직한 대답을 바탕으로 사랑과 꿈을 성취하기 위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단순화시키자면 일련의 연애 사건을 겪으며 미래를 다시 계획하고 성장해가는 청년을 그린 영화지만 그 기저에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를 옭아매고 있는 가족, 도시, 나아가 사회가 자리잡고 있다. 재능을 무시하는 아버지를 비롯해 우울증에 시달리며 가정의 화목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어머니, 경제적 능력을 중시하는 사회의 이목은 토마스가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인식하고 발휘하지 못하게 만드는 장애물이다.

때문에 조한나, 제랄드와의 만남은 그가 정말 자신의 삶의 주체로서 살아가도록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그들은 평소 토마스가 스스로에게 갖고 있었던 막연한 믿음, 즉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라는 명제를 부정하도록 만들고, 그러한 경험이 역설적으로 그의 사고를 변화시킨다. 마크 웹 감독은 토마스를 통해 뉴욕의 현주소를 묘사함과 동시에 조금은 더 긍정적인 미래를 제시한다.

영화에 있어서라면, 염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마틴 스콜시즈, 우디 알렌의 영혼이 숨 쉬는 뉴욕은 여전히 노아 바움백을 위시한 뛰어난 후배 감독들의 삶의 터전이면서 영화의 배경이기 때문이다. 어퍼 이스트 사이드부터 센트럴 파크, 소호지역, 브루클린까지 뉴욕의 다양한 공간을 보는 재미, 사이먼 앤 가펑클부터 밥 딜런, 루 리드의 음악을 듣는 즐거움, 피어스 브로스넌부터 케이트 베킨세일, 제프 브리지스, 신시아 닉슨까지 쟁쟁한 배우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는 감동이 있는 작품이다. (장르: 드라마,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89분)


러빙 빈센트
화가 100여명이 추적한 ‘고흐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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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놀라운 작품에 어떤 주석을 달 수 있을까. ‘빈센트 반 고흐’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다룬 애니메이션 ‘러빙 빈센트’(감독 도로타 코비엘라, 휴 웰치맨)는 그 이전에 100여명의 화가가 고흐에 대한 무한한 존경과 사랑으로 완성시킨 하나의 초대형 아트 프로젝트다. 고흐의 이야기를 그 특유의 필치로 그려내 스크린에 구현하겠다는 기획과 오디션을 통해 뽑힌 동시대 아티스트들의 집념, 열정이 더해져 최초의 유화 애니메이션이 탄생했다. 95분간의 러닝타임에는 화가들이 2년 동안 그린 6만2천450점의 유화가 사용되었다. 미술관에 걸려 있는 고흐의 작품들이 꿈틀대는 것 같은 감흥, 그의 작품에 대한 깊은 해석과 오마주 때문에 매 장면 감탄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세계 최초 油畵 애니메이션…고흐 특유의 화풍 재현
2년간 그린 6만2450점으로 95분 내내 황홀한 화면



영화는 고흐의 죽음 1년 후, 그의 그림을 사랑했던 아버지의 부탁을 받은 ‘아르망’(더글라스 부스)이 고흐가 죽기 전 머물렀던 장소로 직접 찾아가 미스터리한 죽음을 추적해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재와 과거, 컬러와 흑백의 이미지가 교차되며 군데 군데 비어있던 퍼즐이 채워지듯 하나의 서사가 완성된다. 자신의 귀를 잘라 매춘부에게 가져다 준 사건 때문에 정신병원에 가야 했던 반 고흐는 병원에서 나온 후 파리 근교의 ‘오베르쉬아즈’에 자리를 잡는다. ‘폴 가셰’ 박사와 우정을 나누기도 했으나 관계가 악화되었고, 그는 스스로 총을 쏜 지 이틀 만에 사망했다. 그러나 아르망은 그와 알고 지냈던 주변인들의 증언을 들으며 그의 죽음이 타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총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죽기 전까지 그림에 애착을 보였다는 점도 이상하지만 그를 미친 사람 취급하던 동네 사람들, 관계가 좋지 않던 폴 박사를 비롯한 몇몇 인물도 의심스럽다. 고흐가 마지막으로 70여점의 그림을 그렸던 바로 그 공간에서 아르망은 당시 고흐의 행동들을 이해해 보려 애쓴다. 이미 세상을 떠난 인물에게 점점 빠져드는 아르망의 심리 변화가 흥미롭다.

미스터리 장르로서의 외연과 더불어 ‘러빙 빈센트’의 내연이 집중하는 것은 고흐라는 인물에 대한 탐구다. 영화는 시각적으로 그의 화풍을 옮겨 놓음과 동시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고흐의 사생활과 성격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언급한다. 가난한 화가로 평생을 떠돌며 살던 그가 느꼈을 고통과 고독은 물론이요, 끝까지 놓지 않았던 그림에 대한 열망까지 아르망이 고흐의 인생에 대해 느끼는 존경심과 애틋한 감정은 곧 관객들의 것이 된다. 만약 한 예술가를 영화로 추모하는데 있어 적확한 방식이란 게 있다면, ‘러빙 빈센트’가 바로 그런 작품일 것이다. (장르: 애니메이션,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5분)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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