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환의 별난집 별난맛] 좋은 자연을 담은 건강한 식당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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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10   |  발행일 2017-11-10 제40면   |  수정 2017-11-10
시래기밥·4시간 끓인 옻닭·들깨탕…“보약이 따로 없네”
▶만파식적
▶백림정

▶전농부의 풀꽃밥상

20171110
‘전농부’의 시래기밥
대구 동구 파계사 삼거리에 자리잡고 있다. 어딜 앉아도 팔공산 자락이 보이는 전망대 같은 식당이다. 세련되고 모던한 실내, 단체석과 개별실 그리고 좌식과 입식이 고루 갖춰져 있다.

자연의 힘을 존중하는 식당이다.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한 식재료 위주로 음식을 만든다. 몸에 좋은 음식이 자칫 맛이 없을 수 있다는 편견이 이 집에서만큼은 사라진다. 음식의 구성이나 담음새 그리고 맛까지도 멋이 있다. 알맞은 간에 재료마다 깃든 특성을 최대한 살린 조리법을 택했다.

대표메뉴인 풀꽃밥상(1만3천원). 바특한 국물에 양념장으로 간이 촉촉이 밴 돼지짜글이, 보들보들한 시래기밥이 멋지게 어울린다. 10여 가지 밑반찬도 정성으로 준비한 것들이다. 밑반찬도 특이하다. 시래기밥의 주재료인 시래기는 장만을 잘해서 그런지 보드랍다. 강된장을 넣고 비벼 먹으면 된다. 부드러움과 고소함이 입안에 그대로 전해진다. 차돌박이 된장찌개는 심심하게 국처럼 끓여낸다. 테이블 위에서 보글보글 끓는 모양까지 맛있다. 매콤한 듯하지만 짜지도 싱겁지도 않다.

순두부도 만드는 ‘전농부의 풀꽃밥상’
2代째 장작불에 옻닭 끓이는 ‘백림정’
‘만파식적’ 3단계로 차려진 코스 메뉴
재료의 맛 살린 최소한의 조리법 특징


1층은 직영으로 운영하는 순두부 전문점. 순두부 이름이 재밌다. ‘몽글몽글 구름 순두부’. 순두부는 국산콩을 갈아 직접 만든다. 콩 특유의 향이 그대로 살아 있다. 감칠맛까지 보태진다. 단 듯한 맛이 감돈다. 짬뽕순두부(9천원)는 중국요리의 특징인 불맛이 확실히 살아 있다. 제법 무게 있는 깔끔한 국물에 고소한 순두부가 잘 어울린다.

해물순두부(9천원)는 부들부들한 순두부와 쫀득하고 감칠맛 있는 해산물이 가득 들어 있다. 얼큰한 양념이 들어갔다. 먹는 내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인공으로는 재배되지 않는 능이버섯을 넣은 순두부(1만원)는 향긋한 향이 일품이다. 예로부터 귀한 만큼 독특한 풍미와 식감이 있다. 부드러우면서 쫄깃하게 씹힌다. 자연 그대로의 순한 맛이다.

반찬은 가짓수가 많지는 않지만 대부분 깔끔하다. 개개인에게 1인 밥상으로 차려낸다. 식재료 대다수가 텃밭에서 무농약으로 자체 재배한 것들이다. 넓직한 주차장 한쪽에는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커피숍이 있다. 마무리로 커피 한 잔을 놓고 정겨운 대화까지 나눌 수 있다.

☞ 대구 동구 파계로 497 (053)984-2002
오전 11시30분~밤 10시 영업(휴무 없음)

▶백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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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림정

장작불로 하루 두 번만 끓이는 옻닭이 있는 곳이다. 예전 아버지가 하던 방식 그대로 2대째 하고 있다. 끓는 시간에 따라 국물의 빛깔도 사뭇 달라진다. 90분 정도 끓이면 노란색, 2시간이면 포도주색이 된다. 4시간 충분히 끓여야 손님상에 내는데 이때 색깔은 진갈색이다.

콜라겐 함량이 많아 유달리 쫄깃한 육질의 토종닭만 쓴다. 밥을 같이 넣고 끓이는 게 아니다. 녹두·흑미·찹쌀·당근을 넣고 쪄낸 밥을 별도로 낸다. 몇 숟갈 떠서 국물에 말아 먹는다. 쌉쌀한 국물 맛이 참 깔끔하고 시원하다. 워낙 얌전한 음식이라 먹고 나면 속이 편하다.

옻은 몸에 좋은 반면 특이한 체질인 경우 옻을 타게 된다. 백림정은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옛날 비법의 조리법 때문이다. 닭과 함께 먹으면 옻의 성분이 중화되기 때문에 옻을 탈 염려도 그만큼 적다는 설명이다.

이 집은 앉자마자 향기가 진한 연잎차부터 먼저 낸다. 대구 인근 연밭에서 직접 채취해서 건조한 것이다. 연잎차는 항산화작용이 뛰어나고 성인병 예방과 노화 억제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 집만의 특색있는 조리법으로 만드는 한방백숙도 인기 메뉴. 연잎으로 닭을 싸서 백숙을 끓인다. 오가피, 황기, 천궁, 당귀, 대추 등 13가지의 한약 재료가 들어간다. 한약재 냄새와 닭 특유의 기름기 그리고 느끼함도 적다. 퍽퍽할 것 같은 가슴살까지 쫄깃하다. 하루 20그릇만 만드는 들깨칼국수는 반죽하고 치대고 썰어서 하루 정도 숙성시킨 뒤 사용한다. 진하다 못해 뻑뻑한 들깨 국물에 담아낸다. 면발은 폭이 넓은 편이다. 거친 듯하지만 제법 부드럽게 목을 타고 넘어간다.

옻오리·오리한방백숙·닭도리탕·오리훈제도 찾는 이들이 많다. 특별히 복잡한 요리는 없다. 비교적 건강한 재료로만 소박한 음식을 낸다. 사실 이 집 음식은 요리라 할 것도 없다. 그냥 수월하게 만들어진 것 같지만 충분히 고급스럽다. 오래 기억에 남을 만큼 인상적이다.

주변의 경관과 잘 어우러지는 실내와 넓은 주차장, 입식과 좌식에다가 6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개별실도 있다. 근처에 명물 숲이 하나 있다. 건너편 불로천 개울을 끼고 야트막한 산의 한쪽 면의 절벽바위에 뿌리를 두고 있는 천연기념물 제1호인 대구 도동 측백나무숲이다.

☞ 대구 동구 도평로 249 (053)986-0032
오전 10시~ 밤 9시30분(마지막 주문)
휴무 첫째·셋째 화요일

▶만파식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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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나라에 근심과 걱정이 있을 때 불면 모든 걸 화평하게 다스려준다는 신라 때 전설의 피리인 ‘만파식적(萬波息笛)’처럼 손님 건강을 챙겨주는 건 물론이고 근심과 걱정까지 내려놓게 하는 식당이다.

세련된 서비스와 품격있는 코스 메뉴가 있다. 맛이 모자라고 가짓수가 많은 것보다 입맛에 맞는 건강한 음식만 낸다. 이 집은 어느 메뉴를 주문해도 3단계로 차려진다. 처음은 구수한 맛이 주도한다. 마가 아삭한 채로 그대로 씹히는 들깨탕. 새싹쌈을 비롯한 전채 음식에 이어서 본요리가 나온다. 그리고 마무리로 된장찌개와 계절감각에 맞는 5가지 나물과 6가지 밑반찬을 갖고 식사를 할 수 있다.

A코스(1만1천원)는 붇지 않고 꼬들한 당면이 인상적인 잡채를 시작으로 삼색전, 달콤한 소스의 두부탕수, 불향이 그대로 느껴지는 제육볶음, 모두 간이 잘 배어 있다. 굽는 정도도 딱 좋다. 청포묵과 채소가 어우러지는 탕평채, 거기에 샐러드와 더덕구이가 붙는다.

연잎돌솥밥은 참 먹음직스럽다. 뚜껑을 열자마자 모락모락 김이 올라온다. 밥은 윤기가 좌르르 흐른다. 먹는 내내 밥알이 깨지지 않는다. 밥알 하나하나 탱글탱글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B코스(1만5천원)는 무를 얇게 썬 만두피의 무만두와 주방 앞 직화구이 부스에서 갓 구운 간장양념의 소불고기. 그리고 들깨·유자소스로 맛을 내는 그릴 야채구이는 구운 고구마·새송이·브로콜리·표고버섯을 구워서인지 소스가 더 촉촉하게 배어 있다. 그리고 매콤한 더덕 옆에 돼지고기보쌈이 보태진다.

모든 음식에서 정성이 느껴진다. 화려하게 과장된 것보다는 어느 정도 절제되어 깊이가 전해져 오는 심플한 음식이다. 먹고 난 후의 울림이 꽤 오래간다.

요리기술이나 양념만으로만 맛을 내는 집은 아니다. 넓은 주차장에 6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개별실과 단체석이 있다. 식사 후에는 다양한 예술작품을 볼 수 있는 강정고령보 디아크와 산책하기 좋은 녹색길을 둘러봐도 좋다.

☞ 대구 달성 다사읍 강정길 13 (053)592-6060
오전 10시~밤 10시 영업(휴무 없음)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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