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대학총학생회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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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08   |  발행일 2017-11-08 제30면   |  수정 2017-11-08
민주화 이후 대학 총학생회
시대 요구에 부응 못하면서
총학생회 구성 못할 정도로
학생 무관심 속에 존립위기
위상 재정립위해 고민할 때
[동대구로에서] 대학총학생회

최근 대구의 한 대학 전교학생대표자회의에서 총학생회장에 대한 불신임과 총학생회장 직무정지 및 사퇴권고 건이 가결됐다. 이 대학은 지난 3월 ‘비선실세 의혹’으로 총학생회가 무너진 데 이어 현 총학생회장마저 사퇴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날 회의 결과에 따라 현 총학생회장의 실질적 권한이 정지되고 업무는 부총학생회장에게 승계됐다.

이날 임시 전교학생대표자회의에서 총학생회장이 불신임을 받게 된 사유는 후원금 통장 부실관리, 비민주적 학생회 운영과 내부 불화, 공금횡령 의혹 등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3월 총학생회장이 ‘비선실세 의혹’으로 자진사퇴한 뒤 새로 결성된 총학생회가 이번에 다시 총학생회장의 불투명한 재정운용 및 내부 불화 문제 등이 발생해 상당한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총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실망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돼 총학생회가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학 총학생회가 연이어 불신을 받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지만 민주화 이후 총학생회의 위상 및 역할문제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번 사태는 한 대학에 국한된 문제만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총학생회는 우리나라 민주화 역사와 흐름을 같이할 정도로 단순한 대학조직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역사가 오래된 대학에서는 보통 1960년 4·19혁명 전후로 총학생회가 결정됐다. 지성인인 대학생들이 비민주적 이승만정부에 항거를 시작하면서 총학생회가 결성된 것이다. 이후 제3공화국과 유신시대를 거치면서 소위 관제 학도호국단에 의해 총학생회는 1980년대 중반까지 설자리를 잃었다. 1984년 고려대, 1985년 연세대가 총학생회를 부활했고 뒤이은 민주화 바람으로 대부분의 대학들은 총학생회 체제를 구축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민주화가 어느 정도 정착단계에 들어서고 시민사회세력의 성장으로 학생들의 정치적 역할이 축소되면서 총학생회는 예전과는 다른 환경에 처하게 됐다.

1년 전 촛불시위에서 보았듯이 아직도 대학 총학생회가 정치투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예전처럼 중심에 서있지 않다. 그렇다고 대학 내에서 학생들의 권익을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신뢰를 얻고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 20년 가까이 대학 총학생회는 나름대로 변신하려는 노력을 해오고 있지만, 국민이나 학생들 누구에게도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민주화가 진전된 상태에서 총학생회가 정치적 이슈 못지않게 학내로 관심을 돌리는 것은 필연적이지만 학생들의 눈높이를 따라가기에는 아직도 많이 부족해 보인다. 최근 몇 년 사이 수도권을 비롯한 몇몇 대학이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학생들의 무관심으로 투표율이 50%를 넘기지 못해 총학생회를 구성하지 못하기도 했다. 총학생회 구성에 성공하는 대학들도 투표율이 겨우 50%를 넘기고 있다. 또 총학생회가 대학축제 때 많은 돈을 들여 아이돌을 초청하고 축제 후원금 및 격려금 등의 불투명한 회계 처리와 공금횡령 등의 잡음을 일으키는 대학도 적잖은 실정이다.

대학 민주화의 상징을 꼽으라면 교수들이 뽑는 총장직선제와 학생들이 투표로 선출하는 총학생회장을 들 수 있다. 직접 선거를 통해 구성원의 지지를 받은 만큼 그 위상 또한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의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무관심 속에 이권단체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가 많다.

총학생회가 한 번 엇길로 들어서면 쉽사리 제자리를 찾기 어렵다.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관성화된 경향이 있어 다수 학생의 뜻과는 다르게 운영될 소지도 많다. 강력한 민주화 투쟁을 위해 필요했던 권한 집중과 의사결정권 강화가 지금과 같은 민주화시대에는 오히려 권위적·비민주적 요소가 될 수 있다. 시대요구에 맞춰 총학생회 운영의 민주성 강화와 학생 참여 확대가 필요해 보인다. 이 시대 총학생회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하는지 대학생들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종문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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