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영덕 축산면 정착 정하윤씨

  • 남해길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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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08 08:13  |  수정 2017-11-08 08:13  |  발행일 2017-11-08 제29면
어촌의 女작가, 4기癌도 못 꺾은 창작·교육 열정
[이 사람] 영덕 축산면 정착 정하윤씨
정하윤 작가는 영덕군 영해면 성내리에 있는 작업실에 매일 출퇴근하면서 글쓰기에 몰두하고 있다.

시골 어촌마을로 귀촌한 4기 암환자의 새로운 도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사연의 주인공은 올해 마흔여섯 살의 작가 정하윤씨(여·영덕군 축산면 축산리)다. 그는 매우 독특한 이력과 곡절 많은 인생 여정을 걷고 있기도 하다. 문단 데뷔도 하지 않고 그 흔한 글쓰기 강좌를 수강하거나 기성 문인에게서 사사하지도 않고 독학으로 이뤄냈다.

독특한 소재에다 툭툭 내던지는 중성적 문체에 호감을 느낀 출판사 사장에게 발탁됐다. 그는 2005년, 재혼한 부부가 상처를 이겨내고 가족이 되는 과정을 그린 ‘어제가 없는 적’(1·2권)을 출간했다. 이후 3년여 사이에 모두 12편의 소설을 잇따라 출간할 정도로 한 번 시작하면 빠르게 작업하는 능력을 가졌다.

이런 열정은 2008년 문단의 권위있는 상으로 손꼽히는 ‘동서문학상’ 소설부문 당선으로 이어져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히기도 했다. 그 무렵 또 다른 도전에 나선 정 작가는 H&B픽쳐스의 ‘상실의 시대’라는 시나리오 각색을 맡아 시나리오 장르에도 도전해 속칭 ‘입봉’하게 된다. 그의 이런 도전은 단지 글쓰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13년 사이버대학에 진학한 후 문화스토리텔링과 상담심리학을 복수 전공하면서 여성심리연구에 매료됐다. 하지만 조기 졸업을 앞두고 암 4기라는 충격적인 판정을 받았다. 방사선 치료 25회를 거쳐 지금도 항암 16차를 견뎌내고 있으면서도 끝까지 학점을 이수해 대학을 졸업할 정도로 악바리 근성을 가졌다.


사사하지 않고 독학으로 등단
2008년 동서문학상 소설 당선
상담·학습코칭 등 왕성한 활동
최근엔 학부모 교육 강연 의욕
“내 삶의 경험, 작가적 소양 통해
여성·학생에 더 많이 전하고 파”


어촌마을에 온 지 8년. 그는 일상적인 소설 작업, 상담, 글쓰기 강의 외에도 학생진로코칭에도 관심이 많다. 특히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을 외국어고에 진학시킬 정도로 남다른 학습코칭 능력을 가져 주위를 놀라게 했다.

요즘 그가 의욕을 보이고 있는 분야는 바로 학부모 교육이다. “아이들의 인성과 지적 성장, 학습능력은 결국 부모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말하는 정 작가는 학부모 교육을 위해서 자신의 남다른 삶을 녹여낸 강의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또한 한국콘텐츠문화진흥원의 작가 양성과정 멘토, 스토리완성사업을 수행한 경험을 살려 경북지역의 문화스토리텔링 사업에도 의욕을 드러내 보였다.

“암 투병과 여러 가지 작업을 함께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비록 4기지만 지금까지 모든 치료를 잘 견뎌내고 있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고 기적”이라며 자신이 다니는 대학병원 주치의의 말을 전했다. 사실 본인이 암환자라고 밝히기 전까지 기자도 3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하면서 환자라는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그는 “4기 암환자라고 해서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삶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기회를 가진 것에 감사해요”라며 “이런 삶의 경험을 작가로서 가진 소양을 통해 여성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할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어요”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글·사진=남해길 시민기자 nampasto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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