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소중한 국가적 자산 안동 임청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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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07   |  발행일 2017-11-07 제31면   |  수정 2017-11-07
[CEO 칼럼] 소중한 국가적 자산 안동 임청각

안동 임청각(臨淸閣)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石洲) 이상룡 선생의 생가로 고성이씨 가문의 종택이다. 1519년 조선시대에 민간 가옥 중 가장 큰 규모인 99칸의 별당형 정자로 지어진 전통한옥인 임청각은 1963년 보물 182호로 지정돼 보존되고 있다.

석주 선생은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이듬해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임청각과 전 재산을 처분해 일가를 이끌고 만주로 망명해 독립운동에 생애를 바친 독립운동가다. 망국의 한을 품고 만주로 온 500여 동포와 함께 한인촌과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독립군을 길러내는 등 무장독립운동의 토대를 마련했다.

당시 일제는 석주 선생을 중심으로 그 가계에서 독립운동가 9명을 배출했다는 이유로 ‘불령선인’의 집안이라 규정하고 보복성 행위로 임청각을 반토막냈다. 행랑채와 부속건물 등 50여 칸을 훼손하고 마당 가운데로 중앙선 철길을 내 독립운동의 정기를 끊고자 했다. 이처럼 임청각은 단순히 권력과 재력을 보여주는 고택이라는 가치 이상으로 우리 민족의 자존감과 독립정신이 서려 있는 유서 깊은 장소로서의 상징성을 지닌 곳이다. 더욱이 학식이 풍부하고 재산이 많았던 석주 선생이 부귀영화를 내던지고 교육과 항일무장 투쟁에 헌신하며 국난 극복의 선봉에 섰던 것은 우리 근세사회의 대표적인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라 볼 수 있다. 일제의 만행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지조를 지키며 솔선수범한 석주 선생의 애국애족정신은 당시 조선 백성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정신적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령 이상룡 선생을 언급하면서 임청각은 대한독립운동의 산실이었으며, 또한 시대적 양심을 일깨우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이라고 강조한 대목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특별하다.

현재 임청각은 2014년 주변 시설 정비를 시작으로 보수작업이 진행 중이며, 철로 이설 공사를 마치는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임청각 원형 복원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또한 항일 역사 교육의 산실로 떠오르면서 이에 관한 토론회, 독립운동기념전, 특별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역사의 중요성을 알리는 기획전이 준비되고 있다.

필자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에서도 이런 배경하에 ‘대한민국임시정부와 국무령 이상룡의 역사정신 고찰’ 제하의 학술회의를 11월10일 안동 한국국학진흥원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이 행사에 서울·부산·대구·안동 등지에서 200여 명의 지식인과 각계 주요 인사 및 문중 관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며, 이 학술회의를 통해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정체성을 재조명하면서 임청각과 석주 선생에 대한 역사적 의미를 새롭게 되새겨 보고자 한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싸고 국제관계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내적으로도 이념 갈등과 사회 불안요소가 증폭되고 있다. 이러한 때에 국가의 위난을 극복하고 국민 총체적 화합을 이끌어 갈 만한 역사정신을 일깨우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책무다.

특히 우리의 국가운명을 외세에 맡길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와 국민의 통합된 결기를 이끌 수 있는 리더십과 희생정신이 필요한 이때에 석주 선생의 위업이야말로 더욱 소중한 국가적 자산으로 평가된다.

부언해 강조하건대, 북핵으로 인한 안보위협과 강대국 간의 패권 갈등의 틈바구니에 처해 있지만 우리 대한민국이 주체적 입지를 가지고 한반도 평화통일뿐만 아니라 동북아지역의 중심축 국가로서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특단의 시기에 직면해 있다. 이럴 때 자주독립과 평화공존을 강조하며 온몸으로 멸사봉공한 애국선열의 민족자결의식, 애국애족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한반도 문제 해결에 최고 가치의 귀감으로 삼는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우국지사들이 피 뿌려 세운 독립운동정신을 남북한 통일운동의 기본이념으로 발전시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시대정신으로 승화시킬 수 있게 되기를 고대한다. 이승률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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