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시장경제와 잘 어울리는 토지공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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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06   |  발행일 2017-11-06 제30면   |  수정 2017-11-06
아무도 생산하지 않은 토지
진정한 시장경제를 위해선
토지공개념 도입이 필수적
당국이 자의적 결정 못하게
추진 중인 개헌안에 명시를
[아침을 열며] 시장경제와 잘 어울리는 토지공개념
김윤상 경북대 명예교수

민주국가라면 국민의 상식이 국정에 반영되어야 한다. 최근 SBS와 국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넣자는 의견에 62%가 찬성했고 반대는 그 절반에 불과했다. 부동산 과다보유자에게 보유세를 더 걷자는 데에는 무려 83%가 찬성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보다 부동산 소유자가 불로소득으로 잘사는 사회는 안 된다는 상식의 반영이다. 같은 일을 하면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을 헌법에 명시하자는 데에도 응답자의 70% 가까이 찬성했다. 이 역시 토지공개념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와 일관성이 있다.

그런데 토지공개념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서 불가피하지만 시장경제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국민도 많다. 지금까지의 토지공개념 정책 중에는 시장경제의 핵심인 가격이나 거래를 규제하는 수단이 적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진정한 시장경제를 위해서는 토지공개념이 필수적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시장경제가 성립되려면 사유재산제가 전제돼야 한다. 사유재산제란 일을 해서 일궈낸 결과를 일한 사람이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과정이야 어떻든 일단 취득한 모든 것을 보호하는 제도가 결코 아니다. 도둑질한 물건을 시장에서 거래하도록 허용한다면 시장경제가 아니라 약육강식의 정글이 될 뿐이다.

그럼 생각해 보자. 토지는 아무도 생산하지 않은 자연물이다. 또 토지 가치는 자연적 토질, 사회경제적 상황, 정부의 조치 등 토지 소유자의 노력과 무관한 원인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도 현행 제도에서는 토지 가치의 대부분을 토지 소유자가 차지한다. 필자가 살고 있는 동네에 도시철도 3호선이 생겼고 그 덕에 집값이 많이 올랐다. 이렇게 오른 집값을 필자가 소유자라는 이유로 차지하는 게 옳을까? 토지 소유자가 불로소득을 얻는다면 결국 남이 생산한 것에서 나올 수밖에 없으므로 사실상 남의 재산을 가로채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제도는 제대로 된 사유재산제가 아니다.

현재 정부 세입의 대종을 이루는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보자. 소득세는 노력소득이든 불로소득이든 모든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이며 부가가치세는 생산을 통해 늘어난 가치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이런 세금은 사유재산제에 어울리지 않는다. 또한 소득세는 노동 공급에, 그리고 부가가치세는 상품 수요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시장경제에 짐을 지운다. 토지 불로소득과 같은 부당한 소득을 징수하는 것만으로는 정부 세입을 충당하지 못할 경우에나 고려할 수 있는 세금이다.

이렇게 쉬운 상식을 국정에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허울만 민주국가일 뿐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책을 좌우하는 계층이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진 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평균 재산이 약 40억원으로 일반 국민의 약 10배라는 통계가 있다. 중앙부처 1급 이상 고위공직자의 42%가 2주택 이상 보유했고, 보유한 전체 주택의 66%가 서울 및 경기도 과천 등 투기과열지구에 있다는 조사 결과를 자유한국당 정용기 의원이 최근 제시하기도 했다. 이런 정책결정자들은 자신의 재산 증식에 불리한 토지공개념을 반기지 않을 것이다.

토지공개념은 현행 헌법에도 근거가 있고 헌법재판소에서도 여러 차례 합헌임을 확인해왔다. 헌법재판소가 위헌 내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토지공개념 자체가 아니라 세부적인 수단에 관한 것이었을 뿐이다. 그렇지만 토지공개념에 관한 논란을 막고 정책 당국의 자의적 결정을 막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개헌안에 국민 다수가 희망하는 토지공개념을 명시하는 것도 좋겠다.

예를 들어 국토에 관한 제한 근거를 담은 제122조를 약간 손질하는 방법이 있다. 조문 중 개정 부분은 고딕으로 표시했다. 제122조 ①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보전 ‘및 불로소득 환수를’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 ②제1항의 구체적인 수단은 시장친화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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