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혜숙의 여행스케치] 강원 삼척 갈남리 해신당 공원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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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03   |  발행일 2017-11-03 제36면   |  수정 2017-11-03
마을수호 처녀神에게 바치는 ‘19禁’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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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절벽에서 애랑을 애타게 부르는 덕배의 상. 뒤쪽에 해송 사이로 해신당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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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당 공원의 해안 산책로. 멀리 바다 가운데 조그맣게 보이는 것이 애바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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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당 공원 내의 남근조각공원. 남쪽 아래에 작은 신남마을이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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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당 공원의 삼척어촌민속전시관. 어촌 생활과 세계 성 문화에 대한 전시를 볼 수 있다.

갯바위가 많은 마을이다. 그래서 오랜 옛날부터 미역과 우뭇가사리 등 해초류가 많이 자랐고 이를 먹이로 삼는 전복, 성게, 해삼 등도 많이 잡혔다. 일제강점기에는 마을에 전복가공공장이 세워졌고 1960~70년대에는 제주도의 해녀 50~60명과 머구리 잠수부 10여 명이 이곳으로 와 물질을 했을 정도였다. 인근에서 가장 많은 해녀와 잠수부가 물질을 했던 마을, 강원도 삼척의 갈남리(葛南里)다. 마을신이 된 애랑이도 해초를 채취하던 처녀였다.

처녀 애랑-총각 덕배의 전설 깃든 마을
海山의 바다 가까운 언덕배기 ‘해신당’
애랑의 초상 옆에는 목제 남근 주렁주렁

산책로 따라 갖가지 형상 ‘남근조각공원’
어촌민속전시관엔 세계 性민속실도 있어
전망대 오르면 동해·갯바위 해안 한눈에

◆ 일산 향나무 숲의 해신당 공원

갈남리는 갈산(葛山)마을과 신남(薪南)마을이 합해진 이름이다. 바닷가의 야트막한 산을 가운데 두고 북쪽에는 갈남1리인 갈산마을, 남쪽에는 갈남2리인 신남마을이 있다. 마을을 가르는 산은 일산 또는 해산(海山)이라 부른다. 신남마을 방파제 앞 광장에 해산물 파는 아낙들이 줄지어 전을 펼쳐 놓았다. 3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작은 마을. 항구도 작고, 땅도 작고, 배들도 적은데, 첩첩이 쌓인 해산물만은 풍성하다.

해산은 방파제의 어깻죽지에서부터 북쪽으로 조금씩 높아지고 넓어져 마을을 아늑하게 감싸고 있는데 산자락이 바다로 흐르다 비비안 리의 허리처럼 잘록해지는 자리가 있다. 그곳에 500년 된 웅장한 향나무 한 그루가 서있다. 저 혼자서 거뜬히 숲 천장을 만드는 향나무 아래 돌계단을 올라 오른쪽 숲길로 간다. 산줄기는 바다 가까이에 작은 언덕 하나를 만들어 놓았는데, 그 언덕에 바닷바람을 등지고 자리한 아담한 해신당(海神堂)이 있다. 신당은 해송들에 둘러싸여 있고 내부에는 처녀의 초상이 걸려 있다. 그녀가 애랑이다.

옛날 마을에는 덕배 총각과 애랑 처녀가 살았다. 둘은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다. 어느 날 애랑은 해초를 뜯으러 바다 가운데 돌섬으로 나갔다. 덕배는 애랑을 데려다주고 가며 다시 돌아올 것을 약속했다. 정오를 넘어서자 잔잔했던 바다가 갑자기 사나워졌고 애랑은 그만 사나운 파도에 휩쓸려 죽고 만다. 이후 마을 어부의 그물에는 고기가 잡히지 않았다. 바다로 나간 어부들이 돌아오지 못하는 사고도 거듭되었다. 하루는 고기가 잡히지 않는 것에 벌컥 화가 난 한 어부가 뱃전에 서서 바다를 향해 오줌을 누었다. 그러자 고기가 잡히기 시작했다. 풍어였다. 그때부터 마을 사람들은 나무로 실물 모양의 남근을 깎아 처녀의 원혼을 달래는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

해신당은 해랑당(海娘堂)이라고도 한다. 애랑의 초상 옆에 나무로 만든 남근이 굴비처럼 새끼줄에 엮여서 매달려 있다. 제단에 올려진 술은 ‘벌떡주’다. 지금도 마을에서는 매년 정월 대보름과 10월에 홀수로 매달고 동제를 지낸다. 덕배가 애랑의 꿈을 꾼 뒤 해풍을 맞고 자란 마을의 오래된 향나무로 남근을 깎아 제사를 지냈다는 이야기가 있다. 입구의 그 웅장한 향나무가 그것? 500년을 살았다 하니 그럴듯도 하다. 저 멀리 애랑이 해산물을 채취하던 바위가 보인다. ‘애바위’다. 애통하다거나 애가 끓는다거나 하는 뜻이 아닐까. 오늘 바다는 잔잔하다.

◆ 남근조각공원

해신당이 있는 해산은 공원이다. 향나무가 있는 돌계단에서 왼쪽으로 오르면 해신당의 이야기를 관광자원화하여 조성한 남근조각공원이 있다. 양지바른 산 사면을 오르는 계단 가운데에 꽃밭으로 둘러싸인 두 개의 남근이 성벽을 방어하는 대포처럼 놓여 있다. 계단을 오르면 산 곳곳의 산책로를 따라 다양한 크기의 남근이 수십 개 기립해 있다. 대부분 남근조각 경연대회에서 입상한 작품들이라 한다. 사람들이 많다. 남성들은 싱거운 목소리가 높고, 여성들은 깔깔 웃음소리가 높다. 멋쩍어하는 사람들이 무구하게 느껴진다.

공원은 습지생태공원, 남근 모양으로 만든 12지 신상, 전통 어가(漁家)인 덕배의 집과 애랑의 집, 그녀와 그의 동상, 바다 품기 전망대, 우리나라 어업 변천사와 국내외 성 민속자료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어촌민속전시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각공원에서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해산물을 팔던 아낙들은 어느새 전을 접었다.

◆ 어촌민속전시관

조각공원 옆에 어촌민속전시관이 있다. 비교적 단순 간결해 피곤함 없이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1, 2전시실은 동해안 어촌의 모습과 생활상, 어업에 관련된 전시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배에서 고사를 지내는 모습을 매직 비전으로 볼 수 있고 바닷가에서의 금기사항도 알 수 있다. 아버지와 아들은 한 배에 타지 않고, 선내의 쥐는 조업 중에 잡지 않는단다. 3전시실은 영상수족관으로 물속 풍경을 디오라마로 보여준다. 4전시실은 세계 성 민속실로 세계적으로 퍼져있는 성 신앙과 풍속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울주군 암각화와 신라 토우에서 볼 수 있는 성 상징, 일본과 중국의 각종 성문화, 고대 그리스와 이집트, 중동 지역의 다양한 성문화와 성기 모형들을 전시하고 있다.

안내데스크가 있는 홀에는 바닷가로 내려갈 수 있는 전망 엘리베이터와 전망대가 있다. 엘리베이터는 해안 산책로와 연결된다. 전망대에 서면 망망한 동해와 뾰족뾰족 갯바위들이 솟은 해안이 한눈에 보인다. 남근을 깎아 제사를 지낸 후 마을은 풍요를 지속했다고 한다. 1970년대 마을은 미역 채취로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지금 인구는 1/5 정도로 줄었고 주요 연령층은 50대에서 80대. 청년회도 조직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해신당 공원은 일종의 돌파구가 아닐까. 옛날에는 남근을 바치는 제의를 통해 풍요를 기원했다면 지금은 남근을 통해 새로운 호황을 기대하는 것일 게다. 전망대 오른쪽 절벽 위에서 애랑을 부르는 덕배의 동상이 보인다. 덕배는 애랑의 죽음 이후 어떻게 살았을까. 처녀 귀신은 참 무서운 것인데.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 여행정보

대구포항고속도로 포항IC로 나가거나 중앙고속도로 안동 분기점에서 당진영덕고속도로를 타고 영덕IC에 내려 7번 국도를 타고 북향한다. 삼척 진입 후 13㎞ 정도 가다 신남교차로에서 갈남리로 들어간다. 해신당 공원은 갈남2리 신남마을 항구 앞에 있다. 신남교차로에서 조금 더 북향하면 매표소가 하나 더 있다. 입장료는 어른 3천원, 청소년과 군인 2천원, 어린이와 노인은 1천500원. 어촌민속전시관 입장료는 해신당 공원 입장료에 포함된다. 휴관일은 매월 18일(18일이 휴일이나 연휴인 경우 그다음 평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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