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세포까지 도달하는 획기적 치매치료제 개발

  •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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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01   |  발행일 2017-11-01 제29면   |  수정 2017-11-01
포스텍 정성기·김경태 교수팀
기존 치료물질 전달 기술 개량
1/10 투여만으로 뚜렷한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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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발병이 시작된 알츠하이머 모델 생쥐에 각 약물을 10주간 투여 후 뇌조직에 분포하는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체와 신경아교증 정도를 비교한 결과. 대조군에 비해 약물 투여군에서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체와 신경아교증이 현저히 줄었으며, AAD-66이 사일로이노시톨보다도 더 향상된 개선 효과를 보였다. 초록색은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체, 빨간색은 신경아교증, 파란색은 뇌세포(대뇌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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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태 교수

국내 연구진이 치매 치료제를 개발했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치매 정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포스텍은 지난달 30일 정성기 화학과 명예교수와 김경태 융합생명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기대를 모은 ‘사일로이노시톨(scyllo-inositol)’을 개량한 새로운 약물 ‘AAD-66’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치매로 알려진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의 치료 개발은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효과적인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고 있다. 치료를 위한 약물이 뇌조직까지 전달돼야 하나, 뇌를 지키는 혈뇌장벽(blood-brain-barrier)에 번번이 막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치료약물은 뇌세포 근처에도 못 간다. 또한 장기간의 약물 복용시 독성과 부작용도 없어야 하나 현재 기술은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

이런 가운데 연구팀은 임상실험에서 실패해 많은 연구진이 후보물질에서 제외했던 사일로이노시톨을 주목했다. 알츠하이머병은 뇌에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쌓이면서 발생한다. 사일로이노시톨은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응집을 억제하는 효과가 탁월하다. 하지만 고농도로 투여할 경우 심각한 신장 독성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다.

이에 연구팀은 앞서 개발한 혈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약물 전달체 기술을 이용함으로써 사일로이노시톨을 개량한 새로운 약물 AAD-66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AAD-66은 혈뇌장벽을 쉽게 통과하고, 투여 농도를 사일로이노시톨의 1/10로 낮춰도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동물의 학습과 기억능력을 회복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알츠하이머병 여부를 파악하는 베타 아밀로이드, 신경아교증(gliosis) 분석에서 효능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정성기 명예교수는 “사일로이노시톨이 실패한 것은 약물의 농도를 높일수록 생겨나는 독성 때문이다. 혈뇌장벽을 극복할 수 있는 약물 전달체가 이를 해결했고 치료효과도 더욱 향상시킬 수 있었다”며 “혈뇌장벽을 통과하지 못해 후보물질로만 그친 다양한 약물을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지를 통해 발표됐다.

포항=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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