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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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30   |  발행일 2017-10-30 제30면   |  수정 2017-10-30
상식적인 안목과 선의로
특정 사안을 바라보아도
나 중심적인 생각 못버려
사소한 편견이라도 조심
반대편 이야기를 들어야
[아침을 열며] 편견

추석에 조카에게 요즘 무엇을 하는지 물었다. 조카는 작은 목소리로 홍보일을 한다고 하였다. “홍보?” 광고회사에 다니는지 물었더니 그건 아니라고 했다. 그럼 일반 회사 홍보실에 근무하느냐고 물었다. 그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냥 흘리듯 혼자서 하는 홍보라고 말했다. 그런 일이 있는지 의아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는 아직 뚜렷한 직장이 없어서 그런 모양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걱정스럽게 그 이야기를 하였더니, 아내는 깜짝 놀라며 아직 몰랐냐면서 조카가 파워블로거라는 것이다. 그래서 SNS를 확인하였더니 팔로어가 자그마치 13만2천명이었다. 그리고 더 알아보니 조카를 전담하는 프리랜서 카메라맨과 코디가 있으며, 의류 및 장신구 회사가 스폰서를 하며 홍보에 따른 광고비를 받고 있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시대의 흐름에 빠르게 적응하며 살아왔으며,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자부하였다. 그래서 요즘 같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고정된 틀에 갇혀서는 안 되고 자유롭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개척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곤 하였다. 또 직업도 인터넷을 기반으로 새로운 직종이 매일매일 생겨나므로 젊은이들은 이런 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의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가끔 나만의 블로그가 있는 것을 자랑도 하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는가 요령도 후배들에게 가르치곤 하였다. 그것뿐인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개인 블로그와 연동시켜 문예회관 홍보는 물론, 슬쩍 개인사를 노출시켜 나 자신을 은근히 홍보하곤 하였다. 그러면서 속으로 나만큼 SNS를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자부하곤 하였다.

그런데 정작 조카가 개인적으로 인터넷에서 홍보일을 하며 돈을 번다고 하였을 때, 그걸 그저 직업을 구하지 못해 대충 얼버무리는 말로 판단하였던 것이다. 즉 버젓한 직장이 있어 그곳에서 고정적인 월급을 받아야만 생활이 안정된다는 내 선입감이 작용한 것이다. 그건 바로 전형적인 구세대의 편견인 것이다. 소속되어 있는 회사가 없으면 실업인 것이다. 그래서 조카는 돈도 못 벌고, 또 그런 자신의 처지를 부끄러워할 것이라고 미리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딴에는 생각해준답시고 자세히 묻지도 않고 얼버무렸을 뿐만 아니라, 헤어질 때에는 힘내라며 용돈까지 챙겨주었던 것이다.

그렇다. 어쩌면 편견이란 꼭 어떤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바라보는 것만은 아니다. 선의에서도 있을 수 있다. 어쩌면 그저 오랜 경험이나 연륜, 혹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둔 상식적인 안목에서 바라볼 때도 많은 것이다. 우리 세대를 기준으로 보자면 직업이 그렇다. 직업이란 그가 하는 일이 아니라, 그가 다니고 있는 회사 이름이거나 자격증이다. 즉, 모 그룹의 소속원 혹은 의사나 변호사라는 사실이 중요하지 그가 그 안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그가 어떤 지식과 인성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졸업한 학교의 이름으로 그 사람의 능력과 품성을 예단하기도 한다. 소위 명문 대학을 나오면 모든 능력이 뛰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의사나 변호사가 되면 무조건 인격과 상식을 갖췄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명문대학을 나오든, 의사나 변호사가 되었든, 저잣거리의 서민과 거의 비슷한 비율로 훌륭한 사람과 비열한 사람이 존재한다.

편견이란, 말 그대로 한쪽으로 치우쳐 바라보는 것이다. 그런데 그 치우친 한편이 나 중심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기가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면서도 그것이 편견인 줄 모른다. 특히 오랜 경험과 연륜을 가지고 있고, 또 높은 직위에 있으면 더욱 그러기 쉽다. 그러므로 아무리 작은 권력이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늘 조심해야 한다. 그것이 비록 선의일지라도 편견이 아닌지 반대편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즉 이쪽 저쪽 양쪽을 보고 들으라고 두 눈과 두 귀가 있고, 중도를 지켜 말하라고 가운데 입이 하나 있는 것이다.최현묵 대구문화예술회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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