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홍종학에 드리운 文 정부 그림자

  • 송국건
  • |
  • 입력 2017-10-30   |  발행일 2017-10-30 제30면   |  수정 2017-10-30
중소벤처기업장관 후보자
기막힌 절세기술·귀족본능
고위공직후보 잇단 낙마로
인재풀 바닥 드러났음에도
승자독식 습성 버리지못해
[송국건정치칼럼] 홍종학에 드리운 文 정부 그림자

문재인정부는 오늘(30일)로 출범 174일을 맞는다. 그러나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끄는 1기 내각은 여전히 완성되지 않았다. 18개 부처 가운데 중소벤처기업부의 장관이 아직 임명되지 않은 까닭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중소기업과 창업·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의욕을 갖고 새로 만든 부처다. 하지만 이 신생 부처를 이끌 장관을 찾는데 애를 먹고 있다. 처음엔 ‘벤처 신화’를 일군 참신한 인물을 물색했다고 한다. 그러나 언론 검증, 국회 인사청문회가 부담스러운데다 주식 백지신탁 문제에 부딪혀 줄줄이 고사했다. 결국 범위를 학자군(群)으로 넓힌 후에야 박성진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를 낙점했지만 뉴라이트 역사관 논란 등으로 9월15일 중도사퇴했다. 문 대통령은 다시 눈을 정치권으로 돌려 지난 23일 홍종학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야당들은 홍 후보자가 경실련 경제정책연구소장을 지내고,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선대위의 정책부본부장이었던 점을 들어 ‘돌고돌아 코드 인사’라고 질타했다. 이에 청와대와 여당은 그가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중소·벤처기업 중심으로 전환할 적임자라고 옹호했다. 실제로 홍 후보자는 과거 논문과 저서에서 재벌은 중소기업을 몰락시키는 암세포라고 비유했다. 박정희정부의 대기업 육성정책을 두고는 독일 히틀러의 나치즘과 유사하다고 했다. 또 부(富)의 대(代)물림은 안 된다는 지론을 피력하곤 했다. 그런데 홍 후보자 본인이나 보호막을 치던 여권 사람들까지 머쓱하게 만드는 일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자료에서 본인과 아내, 딸을 합쳐 55억7천685만원의 재산을 신고한 건 처가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이 많다고 하니 뭐라 할 일이 아니다.

다만, 증여세를 한푼이라도 덜 내기 위해 딸이 초등학생 때 외할머니로부터 ‘쪼개기 증여’를 받았다는 의심, 같은 목적으로 어머니가 증여세를 대신 내주면서 어린 딸과 차용증을 작성한 점 등은 경제정의를 외치는 문재인정부의 각료로서 적합한지 따져봐야 한다. 홍 후보자의 ‘귀족본능’은 경기도 소재의 경원대(현 가천대)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칠 시절에 ‘삼수·사수를 해서라도 서울대에 가라’라는 제목의 책을 쓴 데서도 발휘된다. 더구나 그 책에선 명문대를 나오지 않고도 성공한 사람들의 스토리에 대해 ‘하나의 기술을 개발하거나 조그만 중소기업을 운영하는데 성공했는지 몰라도 그들에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세계의 천재와 경쟁해 나갈 수 있는 근본적인 소양이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썼다. 이런 인식을 가진 사람이 중소기업과 벤처·창업기업 육성정책을 이끌 수 있을까.

역대 정부 중 1기 내각 완성까지 가장 긴 시일을 보낸 건 ‘김종필 총리 인준 거부’ 파동이 일어났던 김대중정부 때의 175일이었다. 문재인정부는 내일(31일)로 그 기록을 넘어서기 시작한다. 만일 홍 후보자가 또 낙마하면 조각(組閣) 완성은 기약할 수 없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경우 극심한 구인난으로 박성진 전 후보자가 27번째, 홍종학 후보자가 50번째로 장관 자리를 제안받았거나 검증 대상에 올랐던 인물이라고 한다. 이미 문재인정부 들어 장관급을 비롯해 고위공직 후보자의 낙마가 속출했다. 인재풀이 바닥나는 모습이 훤히 보임에도 문 대통령은 취임 전후 다짐했던 ‘탕평인사’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 어제(29일)는 ‘이게 나라냐’를 외치며 촛불이 서울 광화문 광장을 처음 메운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촛불민심으로 탄생한 정부가 전임 정권을 배척하고 단죄하면서 승자독식 습성을 되풀이하는 건 아닌지 새겨볼 일이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