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쏙쏙 인성쑥쑥] 많은 선비들이 있어 나라는 진실로 편안하다(多士寔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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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30 07:58  |  수정 2017-10-30 07:58  |  발행일 2017-10-30 제18면
[고전쏙쏙 인성쑥쑥] 많은 선비들이 있어 나라는 진실로 편안하다(多士寔寧)

서당에서 처음 배우는 천자문에 ‘준예밀물(俊乂密勿) 다사식녕(多士寔寧)’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훌륭한 인재들이 모여서 힘써 노력하고, 많은 선비들이 있어 나라는 진실로 편안하다’는 뜻입니다.

‘준예(俊乂)’라는 말은 서경의 고도모(皐陶謨)에 나옵니다. 고도(皐陶)는 중국 순임금이 뛰어난 덕을 백성들에게 펼치게 했던 신하입니다. 그는 순임금에게 덕을 기르는 것을 그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훌륭한 인재(俊乂)들이 임금이 세운 덕을 온 나라 안에 가득하게 할 것이라는 간언에 대한 내용입니다.

‘다사(多士)’라는 말은 시경의 ‘문왕(文王)’에 있습니다. ‘아! 훌륭한 많은 선비들(多士)이 있어, 이는 모두 나라의 기둥이어라. 위엄을 지키도록 늠름한 많은 선비들이 있으니, 문왕이시여! 진실로 편안하시리.’ 이 시는 주나라 문왕이 덕을 닦아 많은 선비들의 도움으로 하늘의 천명을 받는다는 내용입니다. 준예다사(俊乂多士)는 ‘훌륭한 인재와 많은 선비들’입니다. 준(俊)은 ‘일천 명의 사람 중에서 뛰어난 사람’을 말하고, 예(乂)는 ‘일백 명의 사람 중에서 뛰어난 사람’을 뜻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준예다사를 적소에 활용한 왕은 세종대왕입니다. 세종은 즉위식에서 ‘어짊을 베풀면서 정치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튼튼해야 나라가 평안하게 된다는 생각을 가진 관원을 신중히 선택하였습니다. 황희, 맹사성, 박연, 김종서, 최윤덕, 장영실과 같은 사람들입니다. 또 초야에 묻혀 있는 많은 선비들의 명단을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과거시험을 통해 선비를 채용하였습니다. 집현전 학사들, 강희맹, 정인지, 신숙주, 성삼문, 박팽년과 같은 선비들입니다.

정조는 ‘우리나라의 예악문물은 모두 세종대왕의 제도가 아닌 것은 없다’고 했습니다. 정조는 세종의 집현전과 같은 규장각을 만들었고, 백성들을 사랑하는 애민군주이며, 우리나라 문예중흥기의 임금입니다. 이덕무는 ‘대궐에 들어갈 때마다 전하는 백성들의 생활을 상세하게 물으시며, 나라의 잘못된 정책을 고칠 수 있는 방도가 떠오르거든 망설이지 말고 글로 올리거나 이야기하라’고 당부하였다고 합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훌륭한 인재와 많은 선비들이 요직의 관원이 되었습니다. 며칠 전 장관 후보자는 평소 ‘부자의 대물림은 안 된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의 중학생 딸은 외할머니에게서 많은 재산을 증여받았다고 합니다. 지하철 안에서 중학생들이 “장관 후보자 딸이 중학생인데 8억 재산 가지고 있대”하고 마뜩잖게 쑥덕거립니다.

후보자의 언행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모든 죄의 기본은 조바심과 게으름’이라고 카프카는 말했습니다. 세종도 ‘남의 위에 있는 사람은 정직한 사람을 좋아한다. 신하로는 아첨하는 사람을 가장 미워한다. 경들은 이를 경계하라’고 하였습니다. 훌륭한 인재와 많은 선비들이 처음 천자문을 배우듯 새겨들어야 할 훈시일 듯합니다.

박동규<전 중리초등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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