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클레르가 2017~2018년 유행 아이템으로 제시한 의상들. |
1964년 라이오넬 테레이가 몽클레르 패딩을 입고 있는 모습. |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에 방한복을 준비하려던 사람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방한복을 구입할 때 보온성과 함께 놓칠 수 없는 것이 바로 스타일이다. 이탈리아의 프리미엄 브랜드 ‘몽클레르(Moncler)’는 가볍고 따뜻하면서도 패셔너블한 디자인으로 추위에 떨면서도 스타일을 포기하지 못했던 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패딩계의 명품’이라는 별명을 가질 만큼 1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고가이지만 디자인과 실용성 모두를 만족시키는 제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몽클레르는 패딩뿐만 아니라 니트, 캐시미어 등 제품군을 다양화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캐시미어 브랜드인 발랜타인과 콜라보한 라인으로 타 브랜드와 차별화를 꾀했다.
몽클레르는 1952년 프랑스의 산악가이자 산악 장비를 고안하며 다수의 특허를 보유한 발명가인 르네 라미용이 스포츠 용품 유통업자이자 스키 강사였던 앙드레 뱅상과 함께 산악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스키 장비, 산악용 텐트, 슬리핑 백 등의 캠핑 관련 제품 및 스포츠 전문 용품을 생산한 것에서 출발했다. 몽클레르라는 이름도 공장이 있던 프랑스 그레노블 인근 산촌인 모네스티에르 드 클레르몽의 지역명 앞 세 글자와 뒤 네 글자를 따서 만들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캠핑, 텐트 장비를 생산하던 몽클레르는 외부덮개를 갖춘 사이즈 조절이 가능한 텐트를 선보이며 견고함과 기능성을 인정받았고, 당시 프랑스에서 새롭게 확산되기 시작한 휴가라는 사회적 현상으로 인해 사회변화를 상징하는 제품이 됐다.
르네 라미용은 1954년 공장에서 혹독한 겨울을 보낼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보온성이 좋은 패딩 점퍼를 제작하게 되었는데, 작업복으로 만든 이 점퍼는 거위털로 안을 채워 가벼우면서 보온성이 좋고, 열전달이 빠른 세계 최초의 다운재킷이었다. 이렇게 개발된 작업복은 그와 친분이 있던 전문 산악인 라이오넬 테레이가 이 패딩 점퍼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면서 몽클레르가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라이오넬 테레이는 르네 라미용에게 등반 상황에서 마주치는 극한의 험난한 기후를 견딜 수 있도록 보호기능을 강화한 패딩 점퍼를 개발해 줄 것을 요청했고, 르네 라미용은 그를 위한 패딩 점퍼와 살로페트, 장갑, 침낭 등을 만들었다. 이 제품들은 ‘라이오넬 테레이를 위한 몽클레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시되어 실제 환경에서의 테스트를 통해 수정을 거듭하며 점진적으로 발전, 완벽한 기능성과 형태를 갖추게 됐다.
1952년 프랑스 산악용품 브랜드로 시작
브랜드 이름은 공장이 있던 지명서 따와
2년 뒤 공장의 직원들 방한 작업복 개발
거위털로 안을 채운 세계 최초 다운재킷
패딩점퍼에 버튼·새틴 소재 도입 ‘파격’
투박함 벗고 핏 살린 스타일리시로 어필
이후 실용적 스포츠웨어·시티웨어 입지
1992년 이탈리아 회사 인수 후 ‘재도약’
몽클레르의 패딩은 전문산악인들을 위한 방한복에만 머무르지 않고, 1968년 그르노블 동계 올림픽에 참가한 프랑스 스키 국가대표팀의 공식 후원사로 선정되면서 더욱 발전했다. 움직임이 많은 스키 국가대표팀을 위해 기존의 2중 재킷이 아닌 보다 움직임이 편하고 가벼우며 경기규정에 적합한 싱글재킷을 제시하며 더욱 실용적인 스포츠웨어로 탄생했다. 이 국가 대표팀을 위한 싱글재킷은 ‘후아스카란’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 이것을 패션지 ‘엘르’에서 패셔너블한 방한복으로 소개했을 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겨울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몽클레르는 유명해졌다.
몽클레르가 스포츠웨어가 아닌 시티웨어로 영역을 넓히며 최초로 패션계에 발을 디딘 것은 1980년 디자이너 샹탈 토마스가 회사에 영입되면서였다. 선명한 컬러의 광택 효과, 스티치 같은 특유의 개성을 더한 패딩 점퍼는 스키장뿐만 아니라 도심에서도 화제를 모으며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패딩 점퍼에 지퍼 대신 버튼을 사용하고 옷의 테두리에 모피를 달며 화려한 새틴 소재를 도입한 것은 패딩 재킷의 고정관념을 깨는 시도였다. 이렇게 패딩의 형태와 디자인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킨 몽클레르는 85년 나뭇잎 프린트 소재로 도심 여성을 위한 패딩 재킷을 선보였다.
88년 프랑스의 패션잡지 ‘마담 피가로’에서는 편집장과 기자 모두가 몽클레르의 패딩재킷을 입고 크리스마스 인사를 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80년대 중반 밀라노 젊은이들 사이에서 시작된 문화 현상인 ‘파니나리(Paninari)’ 붐을 통해 몽클레르의 패딩 재킷은 이탈리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아웃도어뿐 아니라 도심 속 일상까지 아우르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프랑스에서 탄생한 몽클레르가 이탈리아 브랜드로 알려진 것은 92년 이탈리아 회사인 페퍼 컴퍼니가 몽클레르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이 페퍼 컴퍼니는 이탈리아의 럭셔리 패션마켓에서 명성을 얻는 것을 목표로 삼았는데, 2000년 S/S시즌에 몽클레르의 컬렉션을 개최하며 몽클레르의 리포지셔닝을 위한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몽클레르는 2003년 레모 루피니가 인수하면서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그는 몽클레르의 역사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능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닌 디자인과 소재에 역점을 두고 일반인도 즐겨 입을 수 있는 패딩 점퍼를 만들었다. 주로 남성용이었던 패딩 점퍼를 여성용으로 확대시켰고, 핏과 소재에 중점을 둬 따뜻하면서도 날씬해 보이도록 해 여성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몽클레르의 패딩점퍼는 기능성 제품은 투박하고 거칠다는 관념에서 벗어나 추위를 스타일리시하게 이겨내는 방법을 제시했다. 따뜻하지만 부담스러운 볼륨감으로 외면받았던 패딩 제품에 기능성과 슬림한 디자인성을 부여했는데 그 핵심에는 다운재킷을 채우는 ‘뒤베(duvet)’가 있다. 뒤베는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 남부와 페리고리 지방에서 자라는 물새에서 얻은 최상의 가슴 털을 말하는데, 일반 깃털에 비해 공기층을 많이 함유하고 있고 찬 외부 공기를 차단해 보온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몽클레르는 최상의 뒤베를 사용함은 물론 패딩 점퍼 표면의 넓이와 내부에 들어가는 깃털 양의 최적비율의 맞추는 기술력을 보유해 본연의 기능인 보온성을 유지하면서도 디자인과 핏을 살리는 제품 생산이 가능했다.
브랜드의 자체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유명 디자이너와 브랜드, 타 제품군과의 커래버레이션 등을 통해 늘 새 모습을 보여주는 몽클레르는 전통을 이어받은 원자재의 기술력과 디자인 노하우를 제품에 모두 녹여내어 겨울이면 수많은 패셔니스트들이 열광하는 명품 브랜드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프리밸런스·메지스 수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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