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호순 원장의 정신세계] 정신상태 평가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7-10-24 07:55  |  수정 2017-10-24 09:04  |  발행일 2017-10-24 제19면
20171024
<곽호순병원 원장>

신체적 증상을 알아낼 기준들이 비교적 많다. 혈압, 체온, 혈액, 소변 검사 등의 객관적 근거들이 있지만 마음의 증상을 판단할 객관적 기준은 매우 부족하다. 그러나 정신건강 상태를 평가하기 위해 의식, 사고, 감정, 행동, 언어, 지각, 기억, 지능, 병식, 판단 등 이런 10가지 정도의 정신 영역을 평가해 봐야 한다.

우선 ‘의식(意識)’의 평가가 중요하다. 의식이란 외부나 내부에서 오는 자극을 감지하고 전달하는 모든 과정을 주관한다. 중추신경계에서 이런 자극을 과거의 경험에 비춰 해석하고 판단하는 과정이 온전할 때 건강한 의식이라고 평가한다. 만약 의식의 혼돈이 있거나 혹은 의식의 혼탁이 있거나, 섬망과 같은 현상을 나타내거나, 혼미 및 혼수상태 등의 문제가 있을 때는 의식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만약 의식에 문제가 있다면 뇌의 병변일 가능성에 초점을 둬야지 그것을 마음의 병으로 잘못 오인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사고(思考)에 대한 평가도 중요하다. 사고는 인간만이 가진 고도의 정신기능으로 내·외부 자극에 대해 연상과 이해, 해석과 판단을 하는 ‘생각하는 인간’의 총체적 기능을 말한다. 만약 사고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이 사고 과정의 문제인지, 사고 내용의 문제인지에 대한 상세한 평가가 중요하다. 사고 과정이란 생각의 흐름이다. 이 과정에 일관성 없이 논리적 연결이 매우 느슨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비약해서 주변의 사소한 얘기들을 수도 없이 끌어들이거나, 목적한 얘기를 하지 못하고 다른 길로 세거나, 말의 진행이 지리멸렬하다면 이는 사고의 과정에 큰 병이 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고의 지연, 사고의 두절, 사고의 부적절성 등도 사고의 과정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사고의 내용이 비정상적이면 이 또한 큰 문제가 된다. 대표적인 병이 바로 망상이다. 망상이란 ‘실제 사실과 다르며, 상식적이지 못한 믿음’을 말한다. 망상이야말로 사고 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일 것이다. 이유 없이 남들이 나를 흉볼 것 같고 수군거릴 것 같고 심지어는 나를 공격할 것 같은 느낌의 ‘피해망상’이 가장 많다. 반대로 자신의 위대함에 우쭐거리고 스스로 대단한 능력을 가진 것 같고 기분까지 좋아지는 ‘과대망상’도 있다.

또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이나 사건들이 자기와 관련있다고 믿는 ‘관계망상’, 내 심장이 두 개라는 생각이 들거나 푸른색의 피가 자기 몸을 돌고 있다고 생각하는 등의 ‘신체망상’, 내 생각을 어떤 무서운 힘이 조절한다고 믿는 ‘조종망상’, 배우자의 정절을 의심하는 ‘질투망상’ 등 망상의 종류는 매우 많다. 사고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조현병(과거 정신분열증)도 있다. 정신상태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이런 정신 영역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꼭 필요할 것이다. 그래야 한 길 마음속을 어렴풋이나마 볼 수 있을 것이다. <곽호순병원 원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건강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