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실용중도정당, 정치 실험대 오를까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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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23   |  발행일 2017-10-23 제30면   |  수정 2017-10-23
개혁보수 기치의 유승민
극중주의 표방한 안철수
급물살 탄 두세력 통합론
양극단 배제, 동서 합친
제3정당 탄생 여부 주목
[송국건정치칼럼] 실용중도정당, 정치 실험대 오를까

한국리서치가 지난 13~14일 전국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지금의 한국정치 구도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사에 따르면 현시점에서의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49.3%, 자유한국당 15.0%, 국민의당 6.4%, 바른정당 6.8%, 정의당 5.4% 순이다(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 그런데 최근 논의가 활발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이 성사될 경우 지지율에 의미 있는 변화가 생기는 걸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여전히 압도적인 1위를 지키지만 지지율이 3%포인트 빠지면서 46.3%를 기록했다. 한국당(15.6%)과 정의당(5.3%)은 현재 구도와 비슷하다. 눈길을 끄는 건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당’이 19.7% 지지를 받아 한국당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선다는 조사결과다. 현재의 두 당 지지율을 합친 수치보다 6.5%포인트를 더 얻어 ‘제1야당’이 되는 셈이다.

물론 이런 변화는 여론조사상의 예측일 뿐이다. 두 진영이 당 대 당 통합을 할 건지, 한쪽이 다른 쪽 일부를 흡수할 건지, 여러 변수가 감안되지 않았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긍정적인 안철수 대표가 당권을 쥔 국민의당이 여론조사 발주처라는 대목도 감안해야 한다. 다만 두 당이 합쳤을 때 일정 부분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란 예측 자체를 부정하긴 어렵다. 여기서 정치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현시점에서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유권자 두 명에 한 명꼴로 지지를 받으며 야당들의 지지율을 몽땅 합친 것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건 다른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민주당의 독주는 지난 5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고착화됐다. 여권은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국정운영 지지율과 맞물린 여당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초반 국정운영과 사정(司正) 드라이버의 지렛대로 삼고 있다. 침체의 늪에 빠진 한국당, 박스권에 갇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처지를 생각할 때 이런 상황은 오래갈 수밖에 없다.

야당들도 이를 충분히 인식하기 때문에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구도를 흔들어 정치판을 바꾸려 한다. 그 첫 시도는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다시 합치자는 보수우파 통합이었다. 하지만 유승민 의원이 이끄는 바른정당 자강파는 ‘도로 새누리당’이 되길 거부한다. 진보정당에서 한솥밥을 먹던 민주당+국민의당 조합도 거론되지만 ‘친문 패권’에 반대하며 결별했던 안철수 대표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대신 유승민-안철수 두 사람이 교감을 나누기 시작했다. 유승민의 ‘개혁보수’와 안철수의 ‘극중주의’ 사이에서 교집합을 찾으려는 모습이 보인다. ‘양극단 배제’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 같은 차별성을 두 사람이 함께 갖고 있다.

유승민-안철수 두 세력이 각자 털어낼 건 털어내고 당 대 당 통합을 한다면 ‘제3세력 강화’ ‘중도통합’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특히 국민의당의 호남 세력 안에서도 안 대표와 가까운 소장파를 중심으로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적극적인 의원들이 있는 만큼 영호남 정치인들이 한 울타리를 치는 상황이 현실화된다. 이 경우 지난해 4·13 총선 때 대구와 부산, 그리고 호남 일부에서 길을 텄던 지역구도 해소의 신작로가 될 수 있다. 대구·경북 유권자들도 내년 지방선거, 나아가 2020년 총선에서 더 넓은 선택지를 쥘지도 모른다. 다만, 벌써부터 두 당에선 정치적 야합, 거래 얘기가 나오면서 온전한 형태의 통합은 어려워졌다. 부분통합이 실현되더라도 신당에 계파가 형성되면서 잡음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 그럼에도 이념과 노선에 얽매이지 않고 국민 눈높이에서 정치를 하려는 실용중도 정당의 실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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