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과 책상사이] 이 가을이 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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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23 08:09  |  수정 2017-10-23 08:09  |  발행일 2017-10-23 제18면
[밥상과 책상사이]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1950년대 보수적인 남자 사립학교를 배경으로 한다. 전통과 명예를 중시하는 미국 뉴잉글랜드의 명문 웰튼 고등학교는 아이비리그 진학률 70% 이상을 자랑하는 입시사관학교다. 영화에 나오는 대사는 오늘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있어 흥미롭다. 절대 권력을 가진 부모는 아들이 부모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공부에 최선을 다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아버지가 “넌 하버드에 들어가서 의사가 돼야 해. 의대를 졸업하게 되면 그땐 네 마음대로 해”라고 말한다. 오늘의 우리 부모도 자녀들에게 “우리가 원하는 명문대만 들어가면 네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게 해 줄게”라고 말한다.

신학기에 영어교사로 새로 부임한 존 키팅 선생님은 수업 첫 날부터 입시만을 위한 것보다는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설계하라고 충고한다. ‘현재를 즐겨라(Carpe diem)’라고 가르치며, 시가 흐르는 교실을 만들자고 말한다. 그는 책상 위에 올라가서 “내가 왜 이 위에 섰을까? 이 위에서는 세상이 무척 다르게 보이지. 잘 알고 있는 것이라도 다른 시각에서 보아라. 틀리거나 바보 같아도 반드시 시도하라”고 말하며 ‘자기만의 시선’을 강조한다.

지난해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 리’는 이세돌 9단을, 올해 ‘알파고 마스터’는 중국의 커제 9단을 완파했다. 최근 구글 딥 마인드가 세계적인 과학잡지 ‘네이처’에 발표한 ‘인간 지식 없이 바둑 정복하기’는 우리에게 엄청난 충격과 기대를 동시에 주고 있다.

‘알파고 제로’란 명칭이 붙은 새 알파고는 기존의 기보나 이론을 공부하지 않고, 다시 말해 인간의 데이터와 경험을 이용하지 않고, 혼자 바둑을 두면서 실력을 배양하여 불과 사흘 만에 기존의 알파고를 넘어섰다. 스스로 학습하는 AI가 나오고 있는데 우리의 교육 방식은 아직도 기존의 관성과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레미 리프킨은 “우리의 모든 교육방식은 1차 산업혁명이 있었던 19세기의 방식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테슬라의 최고 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미래 사회는 인공지능이 상용화되어 20%의 인간만이 의미 있는 직업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 없는 미래, 노동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는 시대를 위해 우리는 어떤 대비를 해야 하는가. 존 키팅은 “인생을 독특하게 살아라. 말과 언어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시가 아름다워서 읽고 쓰는 것이 아니다. 인류의 일원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시와 미, 낭만, 사랑은 삶의 목적”이라고 말한다. 의사, 판검사, 회사원, 기술자 등의 직업은 삶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아름다움, 낭만, 사랑, 재미 등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생의 목적이다.

잡다한 지식의 암기와 축적된 정보의 양보다는 창의력과 상상력, 예민한 감성 등이 새로운 생존 수단이 되는 시대다. 이런 자질은 아날로그적인 전인교육과 독서를 통해 배양된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고전 명작 한 권, 시집 한 권은 읽어보자.

윤일현<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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