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학교에서 배움은 자연스럽고 즐거워야 한다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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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23 07:59  |  수정 2017-12-20 14:33  |  발행일 2017-10-23 제15면
20171023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과학시간에 식물이 사는 곳에 대한 공부를 했다. 들, 산, 사막/연못, 호수, 강/바다로 구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로 시작했다. 답은 물이다. 식물을 이해하기 위해 짠물과 민물, 민물과 짠물이 만나는 곳, 물이 많은 곳과 적은 곳, 물이 많은 여름과 물이 적은 겨울로 나누어 공부를 했다. 그리고 민물과 짠물을 오가는 연어의 생태를 설명했다. 소나무와 버드나무가 생존을 위해 사는 곳을 어떻게 선택하는지 알아보았다. 그러다가 그만 내 고향 주산지의 왕버드나무를 죽인 일과 4대강 사업으로 죽어간 낙동강의 버드나무 숲에 대해 흥분을 했다. ‘무식한 놈들’ ‘나쁜 놈들’이라고 욕도 해 버렸다. 4학년 과학시간에라도 제대로 배웠다면 이런 짓을 하지는 않았을 거라며 아이들도 흥분을 했다. 이런 식물과 물고기의 원리를 사람에게 적용해 보았다. 사람마다 타고난 성질과 형성된 성격, 개성이 얼마나 다른지를 발표해 보았다. 사람도 자연의 한 생명임을 이해했다. 다음 시간에는 영화 ‘마션’을 보고 지구와 다른 환경의 행성에서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알아볼 계획이다. 이렇게 공부를 하다 보면 철새도 부레옥잠도 솔이끼도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자연스럽다는 말은 자기가 알아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소나무 씨앗은 물속이나 물가에 태어나거나 참나무 숲속에 내려앉으면 죽게 된다. 천만다행으로 절벽에 앉게 되더라도 기어코 살아낸다. 버드나무 씨앗도 물속에 내려앉으면 물가로 떠내려가서 뿌리를 내린다. 그렇지 않은 곳에 내리면 그냥 죽는다. 누구를 원망할 수 없다. 그냥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니 알아서 스스로 잘 살아낸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 옛날 할매, 할배들은 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다 잘 먹고 잘 살아냈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느 날부터 더 잘 살기 위해 학교를 만들었다. 그런데 학교는 점점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발달과 성장을 돕지 않고, 오히려 자연스러움을 다 죽여 버리고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지 않는다. 사람이 자연스럽다는 것은 인간답다는 말이다. 교육은 이 자연스러운 인간됨을 보호해 주어야 한다.

점심을 먹고 나면 나는 학교 숲을 산책하거나 학교 벤치에 앉아 해바라기를 한다. 그러면 아이들도 따라 한다. 아침 이후 읽지 않은 문자메시지나 페이스북 글을 확인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가만히 누워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을 본다. 아이들도 슬며시 곁에 앉아서 조잘거린다. 어떤 아이는 내 배 위에 앉기도 하고, 내 무릎에도 앉는다. 나는 수업시간과 전혀 다른 역할의 배우가 된다. 소나무 아기솔방울이 보이지 않는다. 석류를 누가 깨트렸다. 벼를 훑어 와서는 까서 먹어라. 늦게 핀 봉숭아 잎으로 손톱에 물을 들여 보라. 화살나무 빨간 열매를 따서 먹어도 되느냐? 조잘조잘 쉼이 없다. 나는 그저 여가를 보내는 한 방법으로 조용히 아이들과 나누는 수업을 하는 셈이다. 그러다 보면 교실 수업에서 불편했던 마음도 구름 속으로 사라진다. 물론 다투는 일로 다시 교실까지 가지고 와서 해결해야 할 때도 있다. 내가 자연스럽게 해결하자고 말하고 시간만 주면 아이들은 눈물도 멈추고 화도 멈춘다. 내가 교실로 오다가 쓰레기를 주우면 아이들이 “제가 버릴게요” 하고 가져간다. 교사의 미덕은 그저 기다리는 것이다.

사회시간에는 우리가 지금까지 배운 경제를 시장경제라고 말한다고 가르치면서 오늘은 마케팅에 대해 알아보았다. 왜 광고에는 예쁜 이모들과 삼촌들이 많이 나오는지? 시식 코너는 왜 공짜로 자꾸 먹으라 하는지 이해한다. 10세 아이들에게 뽀로로 마케팅은 성공할지도 따져보았다. 시장으로부터 소외된 가난한 사람들(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과 일한 만큼 돈을 벌지 못하는 사람들 등)의 소외감에 대해 공부했다. 비싸고 좋은 상품 앞에서 느끼는 마음도 읽어 본다. 돈이 많아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만 있다면 시장경제는 정말 좋다. 하지만 소외된 사람이 많아지게 하는 나쁜 경제와 누구든지 필요한 만큼 어느 정도 선택을 할 수 있으면 행복해지는 착한 경제에 대해서도 공부했다. 다음 시간에는 사회적경제에 대해 공부하려고 한다. 수업을 마치면서 ‘경제를 알면 부모님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요’ ‘수업에 집중하여 학원 시간 줄이고 부모님 경제를 돕자’라고 외쳤다. 교실은 배움이 즐거운 곳이어야 한다.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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