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싱글세

  • 허석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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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21   |  발행일 2017-10-21 제23면   |  수정 2017-10-21

우리나라가 세계 최악의 저출산 국가가 된지 오래지만 이를 타개할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정부와 지자체들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온갖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말 그대로 백약이 무효다. 그래서인지 일각에선 미혼자를 대상으로 한 ‘싱글세’ 도입론이 거론되기도 하는데, 급기야 최근 국정감사장에서도 이 같은 주장이 나왔다.

지난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은 “우리나라 저출산 대책이 지원 위주로만 있고 페널티가 없어 실패하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며 박능후 복지부 장관에게 싱글세 도입 의향을 물었다. 그러면서 복지부가 출산이 국가에 대한 의무라는 점을 명심시켜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이에 박 장관은 “싱글세는 세금의 원래 취지와는 안맞다”고 일축해 논란이 더 이상 확산되지는 않았다.

윤 의원의 이날 발언은 싱글족의 염장을 지르기에 충분했지만 처음 나온 주장은 아니다. 이미 2005년에 LG경제연구원이 싱글세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또 2014년엔 복지부가 ‘싱글세 애드벌룬’을 띄웠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꼬리를 내린 일도 있었다. 이처럼 잊을 만하면 거론되는 싱글세는 현실성 없는 황당한 발상으로 보이지만, 과거에 이 제도를 시행한 국가들도 더러 있기는 했다.

싱글세의 기원은 놀랍게도 로마제국시대까지 거슬러간다. 당시 로마는 너무나 풍요로웠던 탓인지 아이를 덜 낳고 독신 생활을 즐기는 풍조가 유행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저출산이 문제가 되자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기원전 18년 법률을 만들어 여성이 셋째 아이를 낳을 때까지 ‘독신세’를 물렸다. 또한 20세기 들어 이탈리아 파시스트 정권의 우두머리였던 무솔리니는 남성 독신세를 만들었고, 6년 후에는 독일의 히틀러도 독신세를 신설했다. 이처럼 국민들에게 대놓고 싱글세를 물리는 것은 인권 개념이 약했던 고대 로마나 근대 독재국가에서나 가능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한국을 포함해 현대 민주주의 국가 중에도 사실상 싱글세 제도를 실시하는 나라가 많다. 1인 가구에 소득세 등을 더 부담시키는 방식인데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으니 싱글족의 큰 반발은 없는 듯하다.

허석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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