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보다 면접…언변·외모 등 취준생‘이미지메이킹’시대

  • 이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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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21   |  발행일 2017-10-21 제12면   |  수정 2017-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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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한 대학 취업지원실에서 열린 ‘취업 자신감 향상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이 면접시 인사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영남일보 DB>

올 하반기부터 공공·민간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블라인드 채용방식을 도입하면서, 취업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업들은 직종별 특색을 살리거나 지원자의 역량을 가감없이 드러낼 수 있는 다양한 채용전형 방식을 도입하는 한편, 서류보다 면접이 합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되면서 구직자들은 외모 가꾸기와 이미지메이킹, 스피치 능력을 높이는 데 더욱 집중하는 모습이다.

◆블라인드 채용전형 신설

현대자동차는 모의면접에서부터 블라인드 채용방식을 도입했다. 채용박람회에서 진행하는 ‘자기PR’ 프로그램은 학력, 출신지, 어학점수 등 지원자에 대한 정보가 전면 비공개인 상태에서 열정과 끼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모의 면접이다. 우수자는 서류전형 면제 혜택이 주어진다.

또 하반기부터 블라인드 방식 채용 프로그램인 ‘힌트(H-INT)’를 새롭게 운영한다. 이달부터 지원자 100명을 대상으로 스펙에 대한 정보 없이 채용담당자와 상시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CJ는 이번 하반기 공채에서 출신 학교 및 학점, 어학점수 등의 ‘스펙’을 입사지원서에 전혀 기재하지 않는 ‘리스펙트 전형’을 신설했다. 최종 합격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지원자의 스펙이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기업 블라인드 채용 증가세
현대자동차 모의면접에도 적용
하반기 지원자 100명 상시 면담


CJ 하반기 ‘리스펙트 전형’ 신설
최종합격때까지 스펙기재 없어


현대모비스 아이디어 PT 도입
인재채용팀 “창의적 인재 필요”

취준생 깔끔한 인상 만들기
성형외과 취업 관련 문의 늘어
“필러·보톡스 등 시술 많이 받아”


이미지 트레이닝·스피치 학원
회당 10∼20만원이지만 ‘필수’


“면접때 인상 때문에 감점 줬다”
기업 인사담당자 76%가 응답


현대모비스는 ‘미래전략 전형’을 새롭게 만들었다. 채용 전형은 일반 대졸공채와 미래전략채용 2가지로 나뉜다. 이 전형의 지원자격은 ‘특정분야 전문성을 가진 인재’ ‘독창·창의적 신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로 수상 내역이나 신문 기사 등 자신의 전문성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또 서류 통과자는 인적성 검사 후 서류전형 때 제출한 서류에 맞춰 개인 맞춤형 면접을 보게 된다. 예를 들면, 신사업 아이디어가 있는 지원자는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한 PT를, 해킹 대회에서 수상한 적이 있는 지원자는 해킹실력을 실기로 평가받는 식이다.

현대모비스 인재채용팀 관계자는 “최근 기술 변화의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이종 산업간 융합이 활발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에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을 더해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가 특히 필요하다"며 “직무 중심 검증과 평가를 통해 우수 인재를 선별해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모·언변 가꾸기 집중

최근 취업준비생 전모씨(26)는 대구시내의 한 피부과에 1회에 5만원 상당의 홍조·여드름 관리를 받으러 다니기 시작했다. 지난해 면접에서 탈락한 뒤 내내 마음이 쓰여서다. 전씨는 “피부 때문에 면접 첫인상에서 깔끔하지 못한 느낌을 줬다는 생각이 들었고, 답변에 많은 준비를 해도 면접관들의 시선에 괜히 위축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외모가 아무래도 자신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블라인드 채용이 학력과 학점, 출신지, 가족관계 등의 조건을 배제하면서 취업시장에서 엉뚱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서류보다 면접이 합격 당락을 결정짓는 요인이 되다보니 ‘외모 스펙’이나 ‘말솜씨 스펙’을 쌓으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

취업포털사이트 인크루트가 취업준비생 1천1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3.5%가 “면접을 위해 외모 또는 표정을 관리한다”고 답했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76.3%는 “면접 때 지원자의 인상 때문에 감점을 준 적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동성로의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최근 취업을 앞두고 또렷한 인상을 위해 눈매교정이나 코볼조절 등을 문의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며 “적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도 비교적 큰 효과를 느낄 수 있는 필러·보톡스 등 쁘띠성형을 받는 취업준비생들도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미지트레이닝, 스피치 학원도 취업준비생들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은 한차례에 10만~20만원대에 달하는 비용이 부담이라고 말하면서도, 취업을 위해 이 같은 ‘말솜씨 스펙’을 쌓는 것은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김결이 스피치킴교육 대표는 “직종별로 면접 예상질문을 뽑아 모의면접을 수차례 해보면서 답변뿐만 아니라 표정·자세까지 전반적인 부분을 코칭하고 있다”며 “아나운서나 승무원 같이 말솜씨가 중요한 직업 이외에 일반 기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의 수강문의가 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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