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감사 무차별 자료요구 등 비효율성 개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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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20   |  발행일 2017-10-20 제27면   |  수정 2017-10-20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정감사에 동원되는 공무원 수가 너무 많다고 지적하고 그것을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국회 이곳저곳에 공무원들이 빽빽이, 심지어 앉지도 못하고 서서 대기하는 것은 볼썽사납고 비효율적”이라며 “각 부처 실·국장의 지혜로 공무원 동원을 대폭 줄이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총리의 지적과 지시는 백 번 옳고 합리적이다.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에게 당부하는 그의 발언은 공무원들을 넘어 비효율적인 국정감사 관행의 개선까지 염두에 두었음이 틀림없다. 국회의원들이 이를 반드시 새겨들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피감기관에 대한 갑질과 같은 고압적이고 횡포에 가까운 국회의 국정감사 관행과 체질이 하루빨리 개선돼야 마땅하다.

국정감사장에 동원되는 공무원만 많은 게 아니라 감사 준비에 가동되는 인력은 훨씬 더 많다. 오는 23일 감사를 앞둔 대구시는 준비상황 점검회의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부산하고 긴장감이 흐른다. 국정감사 업무 총괄담당부서인 대구시 정책기획관실을 비롯한 상당수 실과 직원들은 ‘새벽 출퇴근’을 일상화하고 있다고 한다. 국감을 준비하는 피감기관 입장에서 감사를 잘 받기 위해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은 국민의 대의기관에 대한 합당한 의무를 다하는 일로 권장할 만하다. 하지만 지나치면 예의가 아니듯 지나치게 저자세를 보일 이유는 없다. 국회의원들의 무리한 요구 등에 대해서는 거부하거나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이는 이 총리의 주문이기도 하다.

국회의원과 보좌관들은 무차별 자료를 요구해 온 구습을 버리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대구시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보좌관실에서 요구한 자료만도 400건을 넘어섰다. 이들 자료를 생산해야 하는 담당공무원은 밤샘 근무를 할 수밖에 없고 간부들도 자료 검증과 예상 질문을 받아내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대구시 공무원들은 2년마다 전쟁을 치르고 한 해 걸러 찾아오는 악몽에 시달린다.

윽박지르기와 호통 등 국회의원들의 고압적 자세도 볼썽사납다. 국회는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 무엇보다 품위와 품격을 잃어서는 안된다. 피감기관과 그 구성원들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자질 문제이기도 한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질문으로 스타가 된 의원들은 모두 다 겸손함을 미덕으로 구비하고 있었음을 알아야 한다. 목소리 높이고 자기 할 말만 하고 답변마저 제대로 듣지 않고 끝내는 황당한 모습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초반을 넘긴 이번 국감 역시 여야 간 고성과 막말, 그리고 정쟁으로 파행을 거듭했다. 이같이 일그러진 행태를 국민이 주시하고 있음을 직시하고 두려워하는 국정감사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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