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교의 직론직설] 헌법 개정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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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20   |  발행일 2017-10-20 제26면   |  수정 2017-10-20
개헌은 국가의 근본대계
적폐청산도 결국
제도개혁으로 귀결돼야
지역분열·사표방지 위해
선거구제 개편도 필요
[서성교의 직론직설] 헌법 개정의 정치학
바른정책연구원 원장, 정치평론가

국민의 마음을 새롭게, 나라를 새롭게 해야 할 때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의 불행을 넘어, 불행을 낳은 정치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도 결국 제도의 개혁으로 귀결되어야 한다. 전(前) 대통령의 구속을 연장하거나 전전(前前) 대통령을 포토라인에 세우는 식으론 악순환을 막을 수 없다. 현상에 대한 대증요법이 아니라 근본을 바꾸는 처방이 필요하다.

적폐의 원인은 현행 헌법의 제왕적 대통령제다. 30년 전 군부독재 정치를 종식시키기 위한 대통령 직선제와 5년 단임제는 시대적 사명을 다했다. 지난 여섯 명의 대통령 모두 실패한 대통령으로 끝났다. 자신과 가족과 측근들의 부정부패로 얼룩지고 국정운영은 실패했다. 올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현행 헌법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노출했다. 절대권력을 지닌 한국 대통령의 종말은 비극이었다. 영국의 정치가 존 액튼 경의 경구가 따갑다. ‘권력은 부패하며, 특히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대통령의 권한 분산을 위한 개헌에 국민 대다수가 찬성한다.

한국의 대통령은 당선되는 즉시 무소불위의 ‘대권(大權)’을 가진다. 청와대와 행정부뿐만 아니라 입법부와 사법부, 공기업과 지방 권력까지 장악한다. 공식적인 인사권과 예산권을 직접 행사하고, 검찰과 경찰 및 국세청 등 권력기관을 통한 권한도 막강하다. 시민단체와 민간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국민과 기업의 자유와 자율, 국정의 민주와 균형은 무너진다. 정권마다 권력형 부정부패, 정권 스캔들이 불거진다. 대통령은 레임덕에 빠지고 측근들은 감옥에 간다. 분권형 권력구조 개편, 지방 분권 강화, 국민의 기본권 강화가 필요한 이유다.

지난 제헌절을 맞아 국회에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개헌이 국민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자의 비율이 72.8%에 달했다. 국민은 민주적이고 깨끗한 권력의 운용, 공정한 시장 경제 질서, 복지의 향상, 한반도 평화를 원하고 있다. 그 염원의 반영이 지난 5월 대선에서의 개헌 공약이었다. 모든 후보가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약속했다.

과거 정부와 달리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후에도 개헌에 적극적이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만약 ‘국회가 개헌안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정부안이라도 만들어 내년 지방선거에는 개헌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개헌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극단적인 경우에는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는 승부수를 띄울 수도 있다. 반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을 반대하고 나섰다. 정권 심판론으로 지방선거를 이기고 싶은 제1야당의 입장에선 개헌 이슈가 달갑지 않다. 하지만 선거 승리는 작은 이익(小利)이지만 개헌은 국가근본대계(大義)다. 소탐대실하는 방어적 전략으로는 정권 창출은 고사하고 지방선거를 승리하기도 힘들다. 야당도 국가대개조를 위한 개헌 전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개헌과 더불어 선거구제 개편도 필요하다. 망국적인 지역 분열과 비민주적 사표를 줄이기 위해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꿀 필요가 있다. 호남에도 자유한국당이, 영남에도 민주당이 진출해야 한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영남권 85석 중 일부를 잃더라도 수도권 122석에서 더 많이 만회할 수 있다. 수도권을 포기하고 정권 창출은 불가능하다. 지난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은 민주당보다 더 많은 표를 받고도 의석수는 적었다는 사실을 눈여겨봐야 한다. 개헌과 선거구제 개혁은 새로운 정치의 첫출발이다. 정치권이 적폐청산과 정치보복이라는 과거 정쟁에서 벗어나 미래로 가는 첫 단추다. 철학자 스피노자의 ‘정치제도란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한 장치’라는 언명을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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