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스공사의 공사비 부풀리기 관행 왜 근절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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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9   |  발행일 2017-10-19 제35면   |  수정 2017-10-19

한국가스공사의 공사비 부풀리기가 심각하다. 외부 용역업체와 최저가 낙찰 방식으로 공사 계약을 체결한 뒤 설계를 변경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사비를 대폭 증액하는 행태를 관행처럼 반복하고 있어서다. 또한 일부 사업의 경우 거짓 보고를 통해 공사비를 늘렸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어 이래저래 가스공사의 도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정유섭 의원(자유한국당)의 국감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가스공사가 입찰 예정가보다 15% 이상 낮은 가격에 낙찰된 46개 공사의 설계를 변경한 것이 총 287차례나 된다. 이로 인해 늘어난 공사비가 최초 계약금액(2조5천468억원)의 20%가 넘는 5천503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5회 이상 설계변경을 통해 계약금액을 100억원 이상 늘린 사례가 16건이나 됐다. 특히 2009년 울진~속초 주배관 제3공구 건설공사의 경우 변경된 금액(1천259억원)이 최초 낙찰가(860억원)의 1.46배나 되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도 있었다. 예산절감과 공정 경쟁을 위해 도입된 최저가 낙찰제가 무색할 따름이다.

가스공사는 2010년 시작된 삼척생산기지 호안축조 및 부지조성공사에서도 4차례 설계변경을 통해 최초 계약금액(1천274억원)보다 481억원을 부풀렸는데, 이 과정에서 거짓 보고까지 있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정 의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이 공사를 위해 해상에 설치한 오탁방지막이 풍랑으로 인해 유실됐다는 거짓 보고를 하고 추가로 16억원을 들여 재설치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정 의원은 당시 동해지방해양수산청에 오탁방지막 유실 신고 접수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결국 당초 오탁방지막 설치에 투입된 21억원이 사라진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진상 조사가 불가피하게 됐다.

가스공사가 공사비 부풀리기와 거짓 보고 의혹에 대해 내놓은 해명도 옹색하기 그지없다. 촉박한 공사일정 때문에 설계변경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지만 설득력이 낮다. 다른 공기업이나 지자체 등이 진행하는 공사에 비해 설계변경이 지나치게 잦은 진짜 이유는 편법으로 공사비를 부풀리는 구시대적 관행 탓일 것이다. 또한 가스공사는 오탁방지막은 실제 유실됐으며 거짓 보고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는데, 이를 입증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가스공사가 수백억, 수천억원 규모의 대형 공사에서 국민혈세를 허투루 쓰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감시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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