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영화의 매력적인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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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8 08:10  |  수정 2017-10-18 08:10  |  발행일 2017-10-18 제23면
[문화산책] 영화의 매력적인 캐릭터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다크 나이트’에서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는 탁월한 악역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도 많은 영화에서 악역의 원형으로 회자되고 있다. 하얗게 분칠한 얼굴과 짙고 검은 눈, 찢어진 상처를 강조한 붉은 입술까지. 조커의 외형은 그야말로 섬뜩하다. 악역으로서 조커의 백미는 영화에서 묘사되는 그의 행동에 있다. 행동은 그야말로 예측불가다. 극도로 계획적인 범죄를 꾸미는가 하면, 어떨 땐 즉흥적으로 위험한 도박을 일삼는다. 그는 악역에 대해 흔히 예측할 수 있는 행동의 범위를 뛰어넘으며, 배트맨을 끊임없이 괴롭힌다.

매력적인 캐릭터는 실제 존재하는 것 같은 생동감이 있다. 실존 인물을 그린 영화라도 그 인물이 단면적이고 설득력이 없다면 영화가 끝나는 순간 우리는 그를 잊어버린다. 캐릭터를 놓치면 그와 함께 영화도 사라진다. 그만큼 영화에서 캐릭터는 영화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

생동감 있고 매력적인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캐릭터를 설정할 때, 대개 인물의 ‘욕망’을 찾는 것에서 시작한다. 실제 인간의 모습 전부를 영화에 담기란 불가능하고, 그 모든 것이 흥미로울 수 없기 때문에 영화의 이야기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 인물의 욕망을 먼저 정의하는 것이다. 이는 외적 욕망과 내적 욕망으로 구체화할 수 있고 특히 숨겨진 내적 욕망은 캐릭터의 이면을 보여줘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욕망과 더불어 영화 속 인물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공포’다. 자신의 욕망이 이루어지지 못했거나 평범한 일상이 깨졌을 때 느끼는 두려움, 손실 등을 공포로 말할 수 있다. 어떨 땐 욕망 그 자체보다 반대 급부에 있는 공포가 지나치게 커서 인물을 움직이게 만든다.

캐릭터의 욕망과 공포 등이 정의되고 나면 나머지 세부적인 성격의 요소도 결정해야 한다. 캐릭터의 여러 요소가 쌓일수록 관객들은 영화 속 인물을 허구가 아닌 실제처럼 느끼고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때문에 많은 작가와 영화 제작자들은 영화의 캐릭터를 되도록 구체적이고 면밀하게 묘사하려고 한다.

일련의 과정을 거친 캐릭터의 진정한 완성은 사실상 인물들의 관계에서 이루어진다. 영화에서 부각하고 싶은 인물이 있다면, 그 인물뿐만 아니라 그와 유사한 혹은 차이가 있는 주변 인물까지도 면밀히 설정해야 하는 것이다.

캐릭터를 만드는 작업은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과도 같다. 일상에서는 나와 타인 간의 적당한 거리두기가 필요하지만 영화에서만큼은 인물의 명암을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가 더욱 두렵게 느껴졌던 것은 영웅을 바라면서도 완벽한 인물을 망가트리고 싶은 우리의 어두운 면을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이렇듯 영화의 뛰어난 캐릭터는 우리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김현정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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