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거리에서 펼친 자작시 낭송회

  • 글·사진=이정경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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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8   |  발행일 2017-10-18 제14면   |  수정 2017-10-18
대구문학 시창작반 리더모임
아카리더 ‘연어의 노래’ 마련
정숙 시인 ‘목단꽃…’ 등 낭송
김광석 거리에서 펼친 자작시 낭송회
‘아카리더’ 회원들이 지난 7일 김광석 거리에서 ‘연어의 노래’라는 타이틀로 시 낭송회를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무심히 흘러가기만 하는/ 시간과/ 칼바람에다 비린내와 썩은 냄새 풍기는/ 삶의 현장만 한/ 간잽이가 또 어디 있겠는가(정숙 ‘안동 간고등어’)

추석 연휴 막바지였던 지난 7일 저녁. 대구시 중구 김광석 거리의 야외음악당에서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류시인들이 시민과 함께하는 자작시 낭송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대구문학 아카데미 시창작반 27년간의 총회장(리더)들의 모임인 ‘아카리더’(회장 안윤하)가 ‘연어의 노래’라는 타이틀로 마련했다.

‘아카리더’ 회원 대부분은 20년 이상 시단에서 활동범위를 넓힌 시인들이다. 안윤하 회장은 시 창작활동에 덧붙여 공연을 기획, 시를 낭송가에게만 맡기지 말고 시인들이 직접 자작시를 낭송하는 무대를 열어보자며 지난해부터 출판기념회 겸 시낭송회를 열고 있다. 이번 출간은 대구문학아카데미 작품집으로는 27권째, 아카리더로는 2권째 시집이다. 지난해에는 ‘모란이 지기 전에’라는 주제로 녹향 음악감상실에서 공연을 했다.

이번 자작시 낭송회는 대구문인협회를 비롯해 재능시낭송회·대경상록자원봉사단의 문예반·정숙문학반·본리도서관 시 쓰기반·게이트볼 오울회 회원 등이 시민 및 관광객들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시향에 흠뻑 빠져든 시간이었다. 자작시 낭송은 전문낭송가에 비해 기교 면에서는 좀 떨어질지 모르지만, 직접 쓴 시를 낭송하는 것이어서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 장점이 있다.

정숙 시인은 ‘목단꽃은 지지 않는다’에서 딸을 맏며느리로 시집보내는 친정어머니의 걱정스러운 모습을, 박숙이 시인은 ‘가을 국도를 달리며’ ‘놀러 오세요 가을에게’를 낭송했다. 안윤하 시인은 언니의 처절한 삶을 노래한 ‘여자의 삶은 소설책 열두 권이다’ 등을 소개했다. 단아한 모습이 인상적인 문수영 시인은 ‘산벚꽃’과 ‘눈 뜨는 봄’을 들려줬다.

정경자 시인은 ‘시월’과 ‘동화사 가는 길’에서 나이를 초월한 상상력을 잘 표현했고, 노현수 시인은 ‘메니에르’ ‘단풍 여자들’에서 삶의 서글픔을 잘 전해줬다. 곽홍란 시인은 낭송가답게 두루마리 한지와 꽃 화분으로 퍼포먼스를 펼치며 ‘별’과 ‘다부동에서’를 낭송, 관객의 눈과 귀를 행복하게 했다. 청일점인 김형범 시인은 사회를 보며 자작시도 낭송해 많은 관심과 격려를 받았다.

장호병 대구문인협회장은 축사에서 “아카리더를 말하려면 30년 가까운 대구문학 아카데미 역사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박주일 시인이 아카데미를 설립, 10주년 행사를하고 3년 후 정숙 시인에게 시 창작반을 물려줘서 후배 시인들을 많이 배출했다”고 들려줬다. 정숙 시인은 “시낭송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음악·무용·미술 등 인접 예술을 아우르며 시민과 소통하는 공감각 융합 낭송회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조심스레 밝혔다.

2부 시낭송회에서는 안윤하 시인의 딸인 김민희 플루티스트가 김광석 노래를 멋진 배경음악으로 깔아 한층 더 격조 높은 낭송회가 되었다. 시민 낭송으로는 김용주씨가 ‘바람 부는 날은 풍경을 단다’라는 곽 시인의 시를 낭송하기도 했다. 모두 한마음으로 박숙이 시인의 ‘가을엔 편지를 쓰겠어요’를 부르는 동안 가을밤은 아름답고 풍요롭게 깊어갔다.

글·사진=이정경 시민기자 kyung637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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