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대변인 강효상 의원의 논평은 날카롭다. 보수우파 정당의 주포(主砲)로서 종횡무진하며, 좌파정권의 공세를 막아내고 빈틈을 공략한다.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이 박근혜정부를 겨냥해 ‘세월호 보고 조작’ 의혹을 제기하자, 보수진영에선 “또 책잡혔구나”라고 무력감에 빠져들 때 강 의원은 반격 포인트를 찾아냈다. 그는 15일 논평에서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서 수신자를 대통령으로 해 보고를 했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보고를 받을 시점까지는 시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구조적인 시차(時差) 가능성을 들고 나왔다.
강 의원은 “지난 5월14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임 실장은 오전 5시49분에 위기관리센터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기초 상황을 파악한 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6시8분에 보고했다고 발표했다”고 상기했다. 문재인정부도 ‘20분 시차’ 전례가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강 의원 추론이 사실과 부합하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가래’로도 막기 힘든 여권의 세월호 공세를 ‘호미’로 막은 선방(善防)이라 할 만하다.
앞서 추석 연휴 중인 지난 3일 논평에선 “대(對)국민 쇼를 한다”고 문 대통령의 행보를 평가절하했다. 그는 “(대통령이) 느닷없이 수제비를 먹으러 가서 사진쇼를 벌이는가 하면, 한가로이 시낭송을 하고 일일 교통안내원으로 출연까지 했다”면서 “지금 대통령이 깜짝쇼나 할 만큼 대한민국이 그리 평안한가”라고 힐난했다. 일반 국민들은 ‘대통령이 격의 없이 국민과 잘 어울린다’라고 생각하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일을 그는 “대통령은 시 읽어주는 사람이 아니다. 교통안내 해 달라고 국민들이 뽑은 것도 아니다”면서 예리하게 하자를 찾아내 비판한 것이다.
사법부도 그의 칼날 앞에선 예외가 아니다. 지난 13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사법부에 조종이 울렸다’는 제하의 논평을 내고 “사법부가 정권의 앞잡이, 권력의 시녀로 전락해버린 것으로 참으로 참담한 사태”라고 성토했다.
이런 무적의 칼잡이도 가끔 한 사람 앞에선 다소 좀 민망한 모습을 보인다. 지난 11일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홍준표 대표를 향해 ‘영감님’이라 지칭하며 비아냥댄 걸 비판하는 논평에서 유 의원을 깔아뭉개는 만큼 홍 대표를 치켜세웠다. 그는 “홍 대표는 흙수저·무수저 출신으로 평검사 시절부터 부패척결에 앞장섰고, 보수의 불모지인 서울에서 4선을 한 동력으로 경남도지사와 당 대표에 오른 공정과 개혁의 아이콘”이라며 “오로지 개인의 정치적 입지 때문에 주군을 배신한 사람과는 달리 100석이 넘는 보수야당을 이끌 자격이 있는 정치지도자”라고 평가했다.
홍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한국당 후보로 출마해 한 차례 평가를 받았던 인물이다. 국민 나름대로 맘속에 매긴 점수가 있을 텐데 강 의원의 격찬은 좀 뜨악하다.
강 의원은 대구 출신 비례대표로 후일 대구 지역구 의원으로의 진출을 희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 내에서 몇 안 되는 ‘친홍’(親홍준표) 의원이다. 그러나 보수우파의 목소리를 절묘하게 대변하는 공당의 대변인이 지나치게 당 대표를 칭송하는 글을 내보낸다면 행여 ‘홍(洪)비어천가’란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권혁식기자<서울취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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