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해법을 찾다 .2] 지역 산업구조와 ‘흑빛’전망

  • 이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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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7   |  발행일 2017-10-17 제6면   |  수정 2017-10-17
대구 5인 미만 사업체 비중 83%…영세한 도소매·서비스업 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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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청년실업이 가속화되는 데는 고용유발효과가 낮은 지역의 산업구조와 고학력자들의 일자리 미스매치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지역에서 열린 채용박람회에서 한 구직자가 채용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영남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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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인해 청년실업이 40만에 육박하는 이때,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 없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2003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유행했던 한 TV 시트콤의 대사가 2017년 다시 회자되고 있다. 당시에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던 청년실업 문제는 14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나아지지 않은 듯하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전국 청년층(15세 이상~29세 미만) 실업자 수는 41만7천여명으로 집계됐다. 단순히 실업자 수로만 비교하면 14년 전에 비해 1만7천여명 늘었지만, 당시보다 현재 청년층 인구가 120만여명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인구 대비 실업자 수는 큰 폭으로 증가한 셈이다. 이처럼 수년째 얼어붙은 청년 고용시장은 다양한 부작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청년들이 너도나도 창업을 시도하거나 공무원 시험으로 몰리는 현상, 초혼·출산 연령이 높아지고 ‘니트족’이 늘어나는 것도 청년실업이 낳은 사회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사회 깊숙이 뿌리내려 또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청년실업 문제는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지역 청년실업 문제의 원인을 분석해보고, 하루라도 빨리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본다.

정기적인 고용창출 업종 부족
평균 이하 ‘청년 고용률’ 초래
미스매치 탓 고학력 실업자 증가
질좋은 신규 일자리 창출 시급

부모세대 고령화 문제도 급부상
청년층 부양·실업 이중고 직면


◆취업유발성 낮은 지역 산업구조

대구지역의 청년 고용시장은 전국에서도 눈에 띄게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최근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이 발간한 ‘고용노동여건 분석자료집’을 보면, 지난해 대구의 청년 경제활동참가율은 44.1%로, 전국 평균(46.9%)보다 낮은 수준이다.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다 3년전부터 소폭 상승해 전국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청년 고용률과 실업률 역시 전국 평균과 큰 격차를 나타낸다. 대구의 청년 고용률은 38.8%로, 2013년 역대 최저 수준인 35.9%로 떨어진 뒤 조금씩 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전국 청년 고용률과의 격차는 3.5%포인트로 전년(1.9%포인트)보다 더 벌어졌다. 실업률은 2015년(10.0%) 하락해 개선세를 보이는 듯 했으나 지난해(12.0%) 다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역시 매년 전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같은 현상은 소규모 영세사업체의 비중이 높고 도·소매업, 서비스업에 쏠린 지역의 산업구조 영향 탓으로 분석된다.

대구의 5인 미만 사업체 비중은 83.4%로, 전국 및 7대 특·광역시 평균(80.7%)보다 높은 수준이다. 종사자수 자체가 적은 소규모 영세사업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종사자 비중도 제조업(19.8%)을 제외하고는 도·소매업(16.4%)과 숙박 및 음식점업(10.2%), 교육서비스업(8.5%)에 치중돼 있다. 이렇다보니 대구의 고용집중산업도 도·소매업(1.4), 교육서비스업(1.1)이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정기적인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2.1)과 출판·영상·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1.3) 등은 지역 고용집중지수가 낮은 편이다.

대구고용노동청 관계자는 “대구의 청년 고용여건이 악화된 것은 도·소매업이나 서비스업종의 영세 자영업 비중이 높고, 고용유발효과가 높은 업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 산업구조가 반영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미스매치 탓 대졸 실업자 수두룩

올 초 지역의 한 사립대학을 졸업한 김모씨(27)는 8개월째 실업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 상·하반기 모두 대기업 공채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기업 규모나 연봉 등 눈을 좀 낮추면 충분히 입사할 수 있는 기업들도 있지만, 그동안 쌓아놓은 스펙이 아깝게 느껴진다”며 “친구들 중에는 석사 학위를 따고도 번듯한 직장을 구하지 못해 단기계약직 업무만 전전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대구의 전체 실업자는 4만7천명으로, 이 중 절반가량인 2만3천명(48.9%)이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것으로 집계됐다. 실업자 2명 중 1명꼴로 전문대 졸업 이상의 학력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대졸 이상 학력 실업자 비중은 전년도 하반기(47.4%)보다 소폭 늘었다.

전국적으로도 고학력실업자는 증가 추세다. 지난 8월 기준 실업자(100만1천명) 중 절반에 달하는 49만1천명이 대졸 이상 학력이었다.

대졸 이상 실업자 증가세는 매달 두자릿수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8월 전체 실업자는 전년동월대비 0.5%(5천명) 늘어난 데 비해 대졸 이상 실업자는 12.9%(5만6천명) 급증했다. 같은 기간 고등학교 졸업 학력을 가진 실업자는 12.7%(5만7천명) 감소했다.

특히 이들 상당수는 20~30대 청년층이어서 더욱 우려를 낳고 있다. 올 2분기 대졸 이상 실업자(37만2천명) 중 대학을 막 졸업하는 시기인 20대와 30대 초반(30~34세) 연령대는 66.7%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높은 대학진학률에 비해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부족하고, 대학 전공과 실제 산업현장이 요구하는 인력 수요가 서로 맞지 않는 미스매치 현상이 대졸 실업자를 양산하는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유란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지난 8월 발표한 ‘한국과 독일의 청년실업률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신규 일자리 창출 부족과 노동시장의 수요·공급 불일치가 우리나라 청년실업의 근본적인 문제”라며 “청년층과 일자리 간의 양적 수급불균형을 해소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일자리 창출을 제고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령인구 부양 부담 빨간불

이같은 청년실업 현상은 출산율 저하, 고령화 심화에 따른 청년층의 부양 부담 증가가 예상되면서 더욱 심각한 문제로 주목되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5년 대구의 노년부양비는 17.3명으로 5년 전에 비해 3.7명, 10년 전에 비해 6.3명 증가했다. 생산연령인구(15~64세) 100명당 고령인구(65세 이상) 17.3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미다. 유소년 인구는 2005년 46만7천명에서 2010년 39만1천명, 2015년 32만6천명 등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노년부양 부담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노년부양비는 18.8명으로, 2060년 82.6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젊은 층이 실업문제로 인해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면서 저출산을 야기하고, 노년부양비를 높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청년실업에 따른 사회문제 도미노 현상을 우려하면서,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단순히 일자리를 늘리는 대신 복지정책 마련 등 새로운 방안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노진철 경북대 교수(사회학과)는 “4차 산업혁명 등의 영향으로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도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직면해있다. 고용시장이 인간의 노동력을 활용하기보다 인공지능을 업데이트하는 형태로 나아갈 것”이라며 “단순히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단기적인 정책보다 장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기본소득제 도입 등 복지국가모델의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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